이익창출을 위한 생산적인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게 되는 요즘, ‘숨소리’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 등 살아있는 소리들로 보는 이들의 영혼을 깨우는 연극이 있다. 바로 연극 ‘맥베스’다. 연극 ‘맥베스’는 무대 위 벌어지는 모든 해프닝 가운데 소용되는 불필요한 음향을 줄여나간다. 전반적으로 인물의 목소리와 숨소리, 동작의 소리만으로 원작의 웅장함과 장엄함을 드러낸다.

이는 한국적 방식, ‘여백의 미’와 상통한다. 손을 어르는 춤과 한국의 ‘한’이 깃든 안무도 이에 한 몫 한다. 특히 ‘한’을 풀어내는 역동적인 안무가 압권이다. 한 번씩 들리는 음향 또한 한국적 소박함과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이 연극은 이처럼 세계적인 수작을 독창적인 한국의 맛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 뿐 만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 인상적이다. 따라서 거시적 이기보다 미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관객들은 인물들의 내면에 몰입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여기서 권력의 그늘에 늘 존재해 온 민중의 목소리는 이 연극의 큰 획이다. 이것은 작품의 배경처럼 항상 자리해 이 연극의 전체 호흡이 끊이지 않게 하며 감동을 이끌어낸다. 박정의 연출은 권력다툼으로 고통 받는 민초들의 분노와 무력감을 서정적인 표현법과 은유적인 시적언어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이에 더불어 각기 다른 이유로 전쟁터에 끌려 나간 병사들의 내면의 독백, 욕망에 사로잡힌 맥베스를 보고 분노하는 배우들의 외침 등 다채로운 코드로 무대 위 인물들은 현시대 민중의 모습을 부각시킨다.

“강한 왕을 내려주소서!” 하늘을 향한 민중들의 기도이다. 표정을 잃은 민초들의 이러한 외침은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는 고통 받는 민초들의 분노와 무력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시대를 아우르는 민중들의 바람 또한 담고 있다. 작품은 전쟁을 치르는 병사들의 간절한 기도로 시작하고 끝맺는다.

특히 “아름다운 것은 더러운 것, 더러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극중 대사가 여운이 길다. 이는 권력의 소용돌이와 잔혹한 피의 전쟁 속에서 인간적 양심, 자아를 상실해가는 민초들의 정신적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반해 권력을 상징하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권력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들은 권력의 전쟁 속에서 살아남고자 끊임없이 고단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들의 잔혹함은 맥베스가 레이디맥베스를 살해함으로 최고 극대화된다. 이는 원작과 다른 결말로 이를 통해 위정자들의 죄의식과 자기반성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다. 

“신이여 우리 모두를 용서하소서.” 이는 마지막 민중들의 대사다. 불안과 피로 물들었던 모든 비극의 막을 내리며 민중들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더 애타고 간절하다. 이로써 불안과 피로 물들었던 모든 비극도 막이 내린다. 연극 ‘맥베스’는 오는 13일까지 국립극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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