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노장 양동군 배우가 윤당아트홀(관장고학찬)에서 모노드라마 ‘내일 날이 밝으면’ 무대에 올랐다. 연기의 열정만큼은 여느 젊은 배우 못지않은 양동군 배우는 러시아 혁명 반란군 이반을 연기했다. 우크라이나 농부 출신인 이반 가가노비치는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공부해 혁명군 지도자가 됐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상을 꿈꾸며 투쟁하지만 결국 정치적 모함으로 감옥에 갇힌 상태다.

어두운 무대, 테이블과 의자하나, 침대가 놓여있다. 테이블 위에 조그마한 촛불, 그처럼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생명력을 가진 촛불이 켜지고 이반이 등장한다. 그의 눈은 촉촉이 젖어있다. 이반은 자신을 구원해줄 따슈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반은 초조해지고 죽음에 대해 두려움이 커진다. 누구나 고요하고 차가운 독방에 갇혀 죽음을 기다린다면,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두려울 것이다. 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이반도 그의 생의 마지막 밤, 삶의 시작을 열어준 어머니와 삶을 꽃 피워준 일생의 사랑 올가를 떠올린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 그리고 올가와 사랑을 나눴던 기억을 되새겨 본다. 그래도 그는 서럽고, 외롭다. 지금 이반을 구원하고 결백을 증언해줄 유일한 존재는 땨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이반은 싸움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절규한다. 그의 바람도, 기다림도 소용없이 날은 밝았다. 그가 처형된다는 의미다. 이제 날이 밝았으니 그를 구원해줄 땨슈도 없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는 모든 걸 체념하고 처형만 기다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한다. 용감하게 죽겠다고.

이반 가가노비치를 연기하는 양동군 배우의 숨이 거칠어진다. 혼자 극을 이끌어 간다는 게 노장 배우에겐 쉽지는 않다. 그러나 배우 양동군은 70분간 혼신을 다해 이반을 연기하며 관객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날 배우 양동군을 보기 위해 그의 제자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또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20대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8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연을 펼친 양동군 배우에게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객석으로 내려와서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무대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30여년 만에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올해 82세인데 죽는 날까지 계속 연기하려고 한다.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고 말하는 배우 양동군은 그의 바람처럼 훌륭한 연기자였다.

배우 양동군의 모노드라마 ‘내일 날이 밝으면’은 오는 4월 26일(매주 월요일 오후 8시 공연)까지 윤당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