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집을 짓는다?” 엉뚱하고도 허무맹랑한 발상이다. 그런데 실제로 무대 위 집을 짓는 연극이 있다. 바로 ‘1동 28번지 차숙이네’다. 무대 위에는 공사판이 펼쳐진다. 배우들은 집을 짓고 관객들이 집이 완성돼가는 과정을 구경하는 꼴이다. 관객은 허물어진 집터에 탄탄한 ‘차숙이네’가 세워지기까지 나름의 상상력으로 완성된 집을 머릿속에 그린다. 집 건축이 착착 진행되는 듯, 여러 방해요소들로 좀처럼 지어지기 힘든 이 ‘집’은 결국 시멘트가 발린 지붕 없는 쓸쓸한 미완성의 모습으로 남는다. 그렇게 막이 내린다. 관객들은 집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아쉬운 발걸음을 해야 하지만 관객석에서 쏟아지는 박수소리는 극장 전체를 울리고 메아리친다. ‘미완성’이란 단어가 이미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일까? 관객들은 플롯에 맞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웰메이드 공연과 관계없이, 느리고 소박하지만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낸 이 작품에 더 없는 갈채를 보냈다. 

솔직하고 소박한 리얼리티, 관객들을 흡입하다

‘집’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우리는 천편일률적으로 모두 네모난 ‘집’에 산다. 하지만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 연극은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무대 위 재현하면서 ‘집’의 의미를 부여한다. 터 위에 거푸집을 세워 망치질로 단단히 하는 등의 건축과정을 보이며 그 와중에 흙과 물, 바람 등의 역할을 놓치지 않고 전한다. “‘집’은 흙과 물과 사람이 만들지!”라는 대사가  여운으로 남는다. 과학 교과서에서 봤을 법한 상식적인 내용을 마치 보고 읽듯 정직하게 대사하는 연출도 참신하다. 과학을 공부하는 것으로 ‘집’을 모두 알았다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역사도 공부한다. 배우들이 먼 옛날부터 존재했던 ‘집’에서부터 다양한 ‘집’의 형태를 소개한다. 그러고 보면 ‘집’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말들이 무궁무진하다. ‘집’이라는 소재 하나로 담백한 맛의 여운과 인생에 대한 성찰 모두를 잔잔하게 담아낸 연출과 무대 위에 그대로 형상화한 이야기에 대한 믿음이 놀랍다.

마지막 결말에 대한 임팩트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현재완료형보다 현재진행형으로 삶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고 있는 이 연극은 27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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