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 신사동의 예장연극영화학원에서는 특별한 강연이 진행됐다. 뮤지컬 1세대로 잘 알려진 남경읍(예장연극영화학원 원장, 뮤지컬 배우)이 배우가 꿈인 학생들에게 무료로 일대일 연기지도를 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배우 남경읍의 또 다른 모습은 대한민국 대표 명배우들의 연기 스승이다. 지난 1월 21일 EBS 프로그램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에서 ‘뮤지컬 배우들의 스승, 남경읍’ 편이 방영됐고, 청소년들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KBS 프로그램 ‘스카우트’의 심사를 맡는 등 그의 연기 스승으로서의 활약은 유명하다.

예장연극영화학원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특별한 무료특강이 진행되고 있어 화제가 됐다. 배우 조승우가 입시연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특강의 첫 문을 연 이래 ‘남경읍의 연기특강’이 진행됐고, 1월 31일에는 배우 임태경의 ‘학원생들을 위한 무료특강’이 예정돼 있다. 2월에는 배우 오만석도 공개특강을 위해 예장연극영화학원을 방문한다. 국내 최고 배우들과 함께 무료특강을 열고 있는 배우 남경읍을 만나 특강의 계기와 연기 지도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자연스러운 연기는 물처럼, 산처럼, 화산의 폭발처럼 하는 것”

강남 신사동 예장연극영화학원에서 만난 배우 남경읍은 직접 강의장을 돌아보며 특강을 준비하는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이번 무료특강을 진행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배우지망생들이 연기술은 물론이고, 작품을 분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점들이 있다. 발성, 발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찾고 교정해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되, 기왕이면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30년이 넘는 배우 인생을 걸어온 그가 생각하는 ‘연기를 잘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숱하게 많은 연기의 교본들을 읽으면서 연기를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교본들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들을 다 읽어야만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나름대로 학생들을 오래 지도하다 보니 결국 학생들에게 원리를 깨닫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기의 최종목표 중 하나가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연기는 자연처럼 하면 되는 것이다. 물처럼 하면 되는 것이고, 산처럼, 화산의 폭발처럼 하면 된다. 그 원리만 깨달으면 연기는 연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일 또한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자연과 친해지고 자연에서 얻는 여러 가지 교훈들을 체화하는 과정이다. 이에 대해 남경읍은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어린 나이부터 자연에 대한 관찰을 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내용들을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무료특강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끔 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남경읍 무료특강, ‘자연스럽게 말하는 법’을 핵심으로 한 일대일 연기지도”

배우 남경읍이 30년 동안 길러 낸 제자의 수가 무려 4천 명에 이른다. 뮤지컬 1세대 남경읍이 진행하는 연기지도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 “내가 항상 하는 진행 방식이 있다. 3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쌓아온 노하우다. 1단계는 편안하게 말을 할 줄 알게 하는 것이고, 2단계는 인간이 일상생활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극도의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깊은 감정들을 마음의 문을 열게 해서 끄집어내는 작업이다. 그중에서도 이번 특강은 ‘자연스럽게 말하게 하는 법’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될 예정이다”

남경읍의 특강은 무료특강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잠시 강연을 듣기만 하고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특강 신청자들은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공지 받은 대본을 숙지하고 현장에서 자신만의 연기를 차례로 선보였다. 학생들은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현장에서 바로 지적받고 수정하면서 발전해가는 귀중한 체험을 했다. 이날 학생들이 시연한 대본에 대해 남경읍은 “‘방황하는 별들’이라는 작품의 일부다. 조승우가 고1 때 했던 배역이다. 지금의 학생들에게 잘 맞는 배역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일상처럼 반응하기 위한 ‘릴렉스’가 중요해”

배우는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타인의 삶을 연기하는 것이다. 새로운 인물로 무대에 서서 연기를 잘해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남경읍은 “릴렉스다. 일상에서는 릴렉스하게 생활하는데 무대에만 올라가면 경직되기 쉽다. 연기라는 것은 자극에 대한 반응이다. 외부에서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적인 자극이 끊임없이 오는데 이 자극에 대한 반응이 바로 연기다”고 말했다. 또한,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것은 순간적인 시각의 마비이고, ‘몰두하면 듣지 못하는 것’은 청각의 마비다. 무대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자주 일어난다. 경직이 돼 있으니까 일상처럼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상처럼 반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릴렉스다. 그래야 모든 자극에 대한 반응이 자연스러워지고, 그것이 바로 좋은 연기다”고 강조했다.

좋은 연기를 위해서는 좋은 연기 스승이 필요한 법이다. 연기는 재능이 있다고 해서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단련과 깨달음의 과정이 좋은 연기를 만들어낸다. “나는 신이 공평하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재능을 주는데 그 중 95퍼센트의 사람들이 핑계와 이유를 들어서 신이 준 재능을 갈고닦지 못하고 죽는다. 5퍼센트의 사람만이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아 보석처럼 빛나게 한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해서 재능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계속 갈고닦게 하는 것이다”

“재능을 끄집어내는 과정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스승이 좋은 스승이다”

연기 지도는 재능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초점이다. 연기술, 노래하는 방법, 춤추는 방법이 연기의 전부라면 잘 가르치는 학원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는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능을 끄집어내는 과정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스승이 좋은 스승”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연출가는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서 배우를 움직이지 않고 배우가 마음껏 놀 수 있게 만들어주는 법이다. 좋은 연기 스승이란 부모나 가장 친한 친구조차도 몰랐던 밑바닥의 숨겨진 잠재적 능력을 끄집어내고, 그것이 후에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는 재능이 없다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자기 자신이 유명한 연습벌레이자 부단한 노력파로 살아온 만큼 배우가 되기도 전에 좌절하는 학생들에게는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조승우도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중반까지는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 노래나 춤을 조금 출줄 아는 정도였다. 하지만 2학년 말부터 폭발적으로 재능이 터져 나왔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믿게끔 해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재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보는 것이다. 나는 학생의 장점을 부각시켜주고 당사자가 용기를 가졌을 때 단점을 고치고 보완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장점을 칭찬했을 때 용기와 자신감이 생기면서 숨겨져 있던 재능들이 밖으로 분출된다”

“임태경, 오만석, 최재웅, 홍광호 등의 유명 배우들의 무료특강 예정”

조승우, 남경읍 특강에 이어서 예장연극영화학원에서는 임태경, 오만석, 최재웅, 홍광호 등의 유명 배우들의 무료특강이 예정돼 있다. 이어질 특강에 대해 남경읍은 “1월 31일 열리는 임태경의 특강은 예장연극영화학원 졸업생과 학원생들만 대상으로 한 심도 있는 특강이 될 것이다. 임태경이 학생들에게 노래를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와 같은 일대일 레슨을 해줄 예정이다. 오만석은 연기자이자 연출자이고, 영화와 TV, 연극무대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엔터테이너다. 엔터테이너로서 바라보는 시각이 있으므로 2월에 열릴 오만석 특강에서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며 기대감을 표했다. 또한, “최재웅은 학구적인 스타일이다. 열심히 분석하고 계산해서 자신과 안 맞는 이미지도 소화해버리는 배우다. 그만의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홍광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배우다. 노래를 잘하는 배우인 만큼 자신만의 노하우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예장연극영화학원에서 진행 중인 무료특강에 관한 일정은 예장연극영화학원 홈페이지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지된다. 배우지망생이나 입시연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전화신청을 통해 무료특강을 미리 신청할 수 있다. 배우들의 이번 무료특강은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이 각자의 롤모델에 맞는 배우를 직접 만나 강연을 듣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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