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이 더 무섭다는 이가 있다. 죽은 사람이 사기 치는 것 못 봤다며 죽은 사람을 곱게 정돈을 해주는 염쟁이 유씨의 말이다. “죽은 사람이 사기 치는 것 봤는가? 죽은 사람이 해코지하는 것 봤는가?”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연극 ‘염쟁이 유씨’는 ‘염’의 순서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망자를 보내는 예식 ‘염’을 통해 극중 염쟁이 유씨가 인생의 덧없음을 소탈하게 이야기한다. 배우 유순웅이 풀어가는 무대는 공연내내 웃음과 울음 사이를 오고간다. 혹은 배우 유순웅이 던지는 대사에 마음이 데이기도 한다. “만약 어르신이 환갑이 지나 관을 사신다거나 수의를 마련하신다면 뭐라 하지 마라.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남은 인생 더 잘 살아보겠다는 다른 표현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부모님을 타박하는 자식의 마음. 그 또한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일진대, 부모 없는 하늘아래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관객은 그리 서러울 수가 없다. 부모님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남은 삶은 좀 더 뜻 깊게 살고자 함이라는 것을 철 없는 자식이 알 리가 없다.

사람이 다양한 것처럼 죽는 사연 역시 다양하다. 다리 끊어져 죽고, 백화점 무너져 죽고, 내나라 군인들에게 맞아 죽고, 내 나라 땅에서 미군장갑차에 깔려 죽는다. 이외에도 속상해 죽고 더워 죽고 좋아 죽고 싫어 죽고 웃겨죽는다. 허나 어떤 식으로든 죽음을 대한 시신이 염쟁이 유씨에게 오게 되면 정성 껏 염을 받게 된다. 배우 유순웅은 1인 다역을 소화한다. 망자와 지인, 친인척들의 각각의 연기는 높은 집중력으로 표현해낸다. 사는 것이 힘들어 방황하는 젊은 관객은 염습절차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배우 유순웅이 주는 유쾌한 웃음, 씁쓸함, 삶에 대한 애잔함으로 먹먹하다. 세상에 형편없는 삶은 없다. 제 깜냥 껏 열심히 살다 죽으면 후회없이 그만이다. 좋은 삶은 좋은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 법, 천년을 살 것처럼 오만하게 사는 관객의 정신을 깨어 놓는다.

관객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자, 문상객, 망자의 친지로 자연스럽게 극에 동참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역할을 담당한다. 연극 ‘염쟁이 유씨’는 죽음을 좀 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삶의 진정성과 소중함을 생각해보게 한다. 연극‘염쟁이 유씨’는 작품도와 완성도가 잘 어우러져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잘 다듬어진 솜씨로 관객과 호흡하는 배우 유순웅과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애정은 이 작품의 위치를 알게 한다.

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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