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를 탈 때의 공포는 짜릿한 쾌감을 동반한다. 내리고자 하지만 내릴 수 없는, 벗어나고자 벗어날 수 없는 그래서 억지로라도 정해진 시간을 감내하여야만 한다. 머리를 휘감도는 공포와 아찔함 속에서 의식은 희미하다. 의식할 수 있다면 이 생각뿐이다. “내려야 한다.” 날카로운 바람을 가르고 질주하는 롤러코스터를 역사라고 볼 때 승객은 군중이며, 그들은 이 상황을 수긍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연극 ‘푸른 관 속에 잠긴 붉은 여인숙 2’는 역사 중에서도 전쟁으로 피폐해진 인간의 관념, 그 일그러진 모습을 풍자한다.

- 슬픈 찰리채플린

네 광대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무덤을 침입한 네 광대는 그 안에서 하나의 쇼를 벌인다. 하얀 분을 한 얼굴과 흙이 묻은 턱시도, 그만의 독특한 표정과 제스처는 마치 찰리채플린을 연상케 한다. 뒤뚱뒤뚱한 걸음걸이와 엉뚱함은 관객들의 관심을 끈다. 그들은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역사의 날카로운 바람을 웃음과 풍자로 관통한다. 비극적인 현실에서 차라리 실없이 웃고 순응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언급하며 관객들을 향한 ‘비겁한 너희들!’이란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전쟁의 참혹성을 담고 있지만 무대는 그다지 심각하게 비춰지지 않는다. 왈츠의 삼박자와 문어체의 진지한 대사, 비극적 의식의 파편들이 함께 맞물리며 무대 위 혼재한다. 이는 마치 회전목마를 보고 있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킨다. 또 극 중 등장하는 세 식구는 전쟁의 폐해, 그 심각성을 극대화시킨다. 물 위에 둥둥 떠가는 시체와 같이 넋을 잃고 허공을 세는 세 식구는 비극을 더욱 심화한다.   

- 폭력의 미학

삶을 영위하는데 당장 무언가 달라지지 않는 한 전쟁의 승패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피해자가 됐다. 짤막짤막하고 잔인한 폭력의 기록들이 네 광대의 독특한 행동과 함께 다채롭게 펼쳐진다. 형식에 치우치지 않는 스토리의 자유로운 전개 가운데 과거 세 식구의 퍼즐이 자연스럽게 맞춰진다. 광대는 전쟁으로 고통과 절망에 시달려야 했던 우리네 역사를 아름다웠다고 자위한다. 폭력과 파괴, 검붉은 어둠의 이미지를 도리어 아름다움으로 반전시키며 슬픔을 극대화시킨다. 피해자임에도 통념에 순응하는 고정관념을 비난하며 통렬한 비판을 해학과 풍자로 쏟아 붓는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세 식구는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슬픔을 관통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 ‘전쟁’과 ‘왈츠’, 형식 없는 감각적 연출

전쟁과 왈츠가 한 무대에 있다. 왈츠는 지배 아래 수동적으로 살아가며 정박자에 맞춘 삶을 영위해가는 대중의 특성을 닮았다. 전쟁과 왈츠는 한 무대에서 오묘하게 어울린다. 동서양과 시간, 공간적 구성, 현실과 비현실 역시 함께 뒤섞여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연출력이다. 형식파괴를 허용함과 동시에 흐트러짐이 없다. 다양한 개성이 가득한 옷들이 차곡차곡 잘 정리된 옷장 같다. 형식의 탈피를 시도하는 순간, 긴장감은 배가된다. 극의 속도와 진행도 천차만별이다. 막의 구성 역시 자유롭다. 감각적인 비주얼과 미장센이 돋보이며 그 와중에도 중심을 잡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광대들은 뼈아픈 고통의 수위를 조절한다. 프레임마다 이미지가 연속적으로 비춰져 우리 인식에 뿌리 깊게 박힌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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