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살인을 저지르는 시대가 왔다. 이 어찌 신나지 않는가. 동기나 원인이 불확실 하고 단지 ‘그냥’ 사람을 죽이는 싸이코패스가 급증하고 있다. 살인자들은 죄책감이나 연민, 동정 따위를 잊은지 오래다. 인격적 결함이 낳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인들로 인해 사람들은 죽음에 쉽게 노출되어있다. 당장 TV만 켜도 알 수 있다. 생생하게 떠들어 대는 뉴스에서 매일 사람 죽어 나가는 속보는 큰 화젯거리도 아니다. 생명은 하찮고, 하찮음은 당연시 되고, 당연함은 ‘어쩔 수 없지’라는 한탄으로 무기력하게 귀결된다.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며 받게 된 마음의 상처들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더욱 건조하고 냉정하게 만든다. 조장된 사회의 분위기 속 삭막한 유대관계는 격정적 비극의 시대에 살고 있는 착각까지 일게 한다. 조작적인 수사, 비논리적인 전개, 유희일 뿐인 쇼들로 가득한 연극 ‘이형사님 수사법’은 차별화된 화이트 코미디로 희극의 절정을 맛보게 한다.   

이 작품은 연극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대한민국을 대놓고 비꼰다. 그들의 황당한 수사법은 난해하기까지 하다. ‘대체 왜 저래?’, ‘뭐 저따위 수사가 다있어?’, ‘대한민국 경찰은 쓰레기인가?’라는 물음들이 극을 보는 내내 지속된다. 그러나 그들이 전달하고자하는 성과주의, 외모지상주의, 88만원 세대의 쓰디쓴 슬픔은 해학과 함께 날카롭게 전달된다. 

극이 시작될 때 울리는 레퀴엠은 웅장하고 소름이 돋는다. 코미디극을 표방했지만 범죄와 수사, 형사, 취조실 등에서 풍기는 이미지에 대한 상징성 때문이다. 어떤 무시무시한 충격적인 사건들이 기다릴까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고조시키는 음악 뒤로, 슬라이드 쇼로 보이는 범죄현장 사진들은 무섭고 끔찍하기보다 우습다. 사진에 만발하는 꽃장식 때문이다. 목을 조르는 장면조차 낭만적이게 포장된 코미디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면 과학수사와 서류수사가 대립을 이루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서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명대사를 비웃듯 서류니 과학수사니 다 필요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막무가내 억지스러운 수사법이 진리고 법이다. 웃음코드는 곳곳에 분포 돼 있다. 캐릭터에 대한 열정은 비지땀을 흘리는 배우들의 역량으로 표출됐다. 핫팬츠 바람으로 바닥을 뒹굴고, 불혹의 나이에도 여장을 하며, 남자의 자존심인 깔창을 관객들 앞에서 뺄 수 있는 용기가 그렇다.

외모지상주의와 열등감을 집약시켜놓은 인물 오씨는 코믹만화 캐릭터처럼 괴짜스럽고 위트 넘치는 얼굴로 강한 인식을 심어준다. 죄책감이라고는 없는 싸이코패스의 전형으로 생글생글 미소지으며 자신의 범죄를 자백한다. 그런 그에게 열광하는 이형사의 역설적인 태도는 관객들을 황당하게 만든다. 이형사의 행동은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식 경찰수사를 불신하게 된 이 사회의 분위기를 풍자한다.

말도 안 되는 현실 자체를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그린 이 작품은 희극을 통해 해피엔딩의 웃음, 그 뒤에 숨겨진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후죽순 엉뚱한 쇼들이 난무하다 보니 자칫 식상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증거물 비닐 백 안에 들어있던 토막 난 돼지족발은 친근했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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