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역 5분 거리에 위치한 남뮤지컬아카데미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열정 있는 지망생들의 집합소다. 21세기 한국 뮤지컬계를 이끌어갈 이들이 바로 이곳에 있다. 현재 다수의 학생들이 남뮤지컬아카데미를 거쳐 갔다. 또한 그간 조승우, 오만석, 황정민, 소유진 등의 제자들을 양성하며 뮤지컬계의 역사로 자리매김한 남경읍 원장의 남다른 소신과 가르침으로 더욱 관심이 조명된다. 남뮤지컬아카데미는 기초부터 강도 높은 훈련까지 여러 장르를 모두 소화하며 인성을 고루 갖춘 조화로운 예술인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5년 백수광부의 효자공연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의 펀 역을 맡아 모든 연령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펀 역의 김기세를 만났다. “가장 어려운 연극이었어요. 25키로 가량 감량 했었거든요.” 듬직한 체격에 동안인 김기세는 파란 가을 하늘을 떠올리는 순수하고 깔끔한 첫인상으로 나타났다. 배우 김기세는 1996년 남경읍이 운영하는 예당연극영화학원의 1기 멤버였다. ‘배우이기 전에 인간이 되라’를 늘 강조하던 남경읍 원장 아래서 꿈을 키워왔기에 혹독한 훈련의 뼈아픈 시간도 있었을 터. “정신이 나태해질 때마다 선생님께서 매를 드셨어요. 그러면서 선생님께 너무 많은 것을 배웠죠.” 이제 그는 남경읍 원장이 운영하는 남뮤지컬아카데미의 뮤지컬 보컬을 책임지는 강사다. 배우 김기세는 그간 쌓아온 무대 경력과 스크린에서의 활동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수,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학생들이 입시를 마치기 전, 2011년 초까지는 자신도 작품활동을 접고 레슨에만 몰입하겠다고 의지를 굳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배우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시는 것은?

배우란 사람을 끊임없이 탐구․연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학생들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만 호기심을 느끼죠. ‘어떻게 해야 더 멋지고, 예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먼저 떠올려요. 저는 제 학생들이 인간적인 매력이 나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제가 첫 수업이면 꼭 물어보는 것이 있어요. “연기는 거짓일까? 진실일까?.” 그러면 대부분 거짓이라고 대답해요. 꾸며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답은 진실이에요. 배우의 입장에서 연기가 진실 돼야 하거든요. 마치 인간극장 처럼요. 

Q. 학생들의 잠재력은 어떻게 끌어내 주시나요?

학생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어야 해요. 대학교 때, 1년 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공부했어요. 한국에는 억압돼있거나, 가부장적 사회에 억눌린 학생들이 많아요. 한번은 외국인 선생님께서 강의를 오셨는데 한국인의 표정이 ‘데드마스크’라고 까지 표현하셨으니까요. 전철과 길, 심지어 무대에 선 우리도 마치 시체와 같다고 했죠. 잠재력을 끌어주는 것은 어렵지만 한편으론 쉬워요. 엄마나 친구에게 하지 못했던 부분을 대화하고 돈독하게 지내면서 내면의 것들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죠.

Q. 뮤지컬 배우 지망생 때는 어떠셨나요?

공연 때 큰 실수를 한 이후부터 무대공포증이 생겼어요.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해요. 대사를 까먹었거든요. 이후, 제게는 3년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었어요. 스스로 자학을 많이 했죠. 그리고 피나는 연습을 했어요. 주변에서 자기학대 식으로 자신의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를 자주 봐요. 프로들마저도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을 때가 많죠. 저 역시 제 실수를 용납하기가 쉽지가 않았어요. 제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건 예뻐해 주시고 저를 인정해주셨던 선생님의 덕이 커요. 그래서 수업 중 저를 의식하지 않고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놀이로 풀어가려해요.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이요.

Q. 오디션에서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
 
어떤 선생님도 이런 조언을 할 거에요. ‘목숨을 걸어라!’고요. 오디션에서 짧은 시간대에 나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면 탈락되기 십상이에요. 하지만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열정이라면 부담감은 사라져요. 명심해 둘 것이 심사위원도 사람이란 거예요. 옆집 아저씨, 언니, 아줌마 등이 계신다고 생각해보세요. 기본적으로 오디션장을 들어설 땐, 머릿속에 나를 오디션에서 떨어뜨릴 프로들 이라는 걱정을 안고 들어가죠. 속이려 하지 말고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세요. 저는 학생들한테 오히려 그 곳에서 같이 즐기고 놀아보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Q. 배우와 선생님으로써 추구하시는 방향은요?

배우란 진실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꼬맹이처럼 순수하게 무대에서 뛰놀 줄 아는 사람이 배우인거죠. 학생들에게 물어봐요. “감정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부류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부류가 있다. 어떤 부류를 택할래?” 저는 그래서 학생들에게 ‘신의 능력을 부여받는 사람들이 연기한다’고 말해요. 마인드부터가 틀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생 직업이니까요.

Q. 뮤지컬 지망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배우지망생들은 죽을 때까지 오디션이에요. 대학입시, 무대에 선다는 그 자체 등 항상 평가를 받게 되어 있죠. 걱정이란 앞으로 절대 벌어지지 않을 99.9퍼센트의 확률을 두려워하는 것이에요. 설마가 1프로인데 그것이 전부를 만들어 버리죠. 몸으로 일단 부딪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면 더 빠른 실내에 원하는 무대에 서 있을 거예요. 겁먹지 말고 도전하세요!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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