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혜정이 무대에 등장했다. 브라운관이나 스크린 안에서 봐왔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그녀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기운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것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타고난 어떤 것이다. 연극은 쇠를 단련하듯 연기에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연기파 배우들의 대부분이 이 무대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했다. 이제는 그녀가 연극무대에 선다. 그만큼 두들겨지겠다는 각오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도 더욱 촘촘해졌다. 의지할 것 없는 ‘무대’ 위에서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두 다리만으로 몸을 지탱하고 설 수 있을까. 스크린과는 또 다른 약속과 질서가 존재하는 이곳에서 그녀는 다시 도전한다. 오로지 정제된 최선의 연기를 위해.

Q 출산 후 산후조리는 어떻게 했나
모유수유를 했다. 효과가 진짜 있다. 10킬로 넘게 빠졌다. 물론 살이 20킬로나 쪘었다. 모유수유로 정말 많이 도움이 됐다. 저한테도 좋고 아기한테도 너무 좋고.

Q 매진에 대한 부담은 없나
일단 무대가 좋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클로져’가 너무 잘돼서 부담이 없진 않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거나 드라마를 찍게 되거나 공연을 할 때 그런 생각을 먼저 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 특히 저 같은 타입은 연기가 흐트러진다. 흥행을 목표로 두는 건 아니다.

Q 문근영이 출연한 ‘클로져’를 관람한 소감은
외설적인 부분을 경쾌하고 캐주얼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배우들이 매끈하게 연기를 잘해서 넘어가는 데 무리 없이 잘 봤다. 문근영씨가 저보다 어린 배우긴 하지만 대단하다고 느꼈다. 물론 저도 ‘고’ 나이 때 못하는 게 없었다. (웃음) 저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욕심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또한 작은 발성으로도 맨 뒤까지 전달됐던 진경 배우님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Q 수학 천재 역할을 맡았다
실제로 수학을 풀어내는 작품은 아니다. 그런 장면은 사실상 없다. 따로 수학공부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관심은 생겼다. 포털사이트에 ‘I=허수’라고 나온 문구를 봤다. 예전 같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텐데 클릭하게 되더라. 사람관계가 답이 안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나. 작가의 의도 역시 그런 것 같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게 관계고 사람이 아닌가 하는. 

Q 출산한지 얼마 안됐다. 
좋은 에너지를 받기 때문에 에너지가 달린다거나 하는 건 모르겠다. 물론 극대화된 장면을 연습할 때는 비단 이런 상황이 아니어도 지치고 진이 빠지겠다는 생각은 든다. 사실상 아이랑 떨어져 나오는 건 너무 힘들다. 더 같이 있고 싶고 더 놓고 싶고. 하지만 연극이라는 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여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제 몸을 회복하는데 있어서 단련이 된다. 분석을 하고 리딩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10개월 가까이 굳어있던 머리가 회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Q 무대 연기의 차이점
영화는 한 장면 한 장면대로 찍어나간다. 그 한 장면을 위해 온 종일 에너지를 쏟아 붇는다. 하지면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극을 위해서 그 하루 동안의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다. 그게 제일 적응이 안된 부분이다. 그래서 더 매력있다. 어려울 것 같은데 그걸 극복해나가기 위해서 연습 진짜 많이 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제대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고 생각하고 행동을 하면 오만가지가 다 신경이 쓰인다. 그만큼 무대 연기가 힘들다. 연극무대에 선 배우들이 그런 어마어마한 고충을 통해 그 자리에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

Q 영화 쪽 선배들의 반응은
제가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의외다,라는 반응을 하실 줄 알았다. 근데 아니더라. 제가 언젠가는 꼭 한 번 겪어야 될 관문 중에 하나로 생각하시는 선배님들이 많이 계셨다. 제가 연극을 하셨으면 하고 바라셨던 분들도 있고, ‘잘할 수 있을 거다. 근데 진짜 어려울 거다’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영화 일을 할 때도 그렇지만 가장 마음 단단히 먹고 하고 있는 게 그 분들한테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Q 뼈아픈 지적이나 칭찬이 있다면
빨리 배운단다. 하지만 나머지 건 다 까먹는다고. 워낙에 습관적으로 걸어왔던 품새나 말하는 부분에 있어서 연극적이지 않은 것들을 많이 지적받는다. 무대 위에서 걸으면 볼품이 없다. 

Q 아이를 낳은 뒤 모성이 생겼다. 연기 패턴이 어떻게 달라질 것 같은지
직접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이번 작품이 모성보다는 오히려 부성에 관련이 있고 게다가 천재 수학자 역할이다. 그런 것은 살다보면서 느낄 것 같다. 경험이 쌓이면서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진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큰 경험을 했고 앞으로의 연기에 깊이와 무게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이십대 초반으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공룡? 골룸 같은 거 말이다. (웃음)

Q 더블캐스팅된 이윤지는 어떤 배우인가
머리가 좋은 친구다. 분석력도 뛰어나고, 그 친구가 감성적으로 갖고 있는 부분들이 연습을 할 때 동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깊이가 다른 친구다. 감성도 좋고 머리도 좋다. 게임은 끝난 거다. (웃음) 처음엔 진짜 긴장했었다. ‘내가 쟤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까 내가 더 잘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다. 리딩 때부터 너무 잘했다. 진짜 잘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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