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테’, 안녕하세요, 잘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등의 의미를 가진 네팔의 인사말이다. ‘서울, 안녕’이란 네팔이 건네는 인사에 우리는 왠지 모를 숙연함을 느낀다. 서울에 있는 네팔인들의 삶은 과연 어떠한가. 이 연극은 국내 거주하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 카밀의 이야기다. 주인공 카밀이 순수하고 건장한 청년이란 건 이 연극에서 중요하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 소외된 자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카밀은 이 시대를 처절하게 살아가는 서울, 대한민국의 외국인 노동자를 대변한다. 또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과 삶을 대변한다.

연극을 관람하러 온 관객들로써 그다지 달갑지만 않은 무거운 주제다. 신문의 지면 모퉁이 한 구석을 차지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살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기억 속에서  잊혀 버린 지 오래다. 과거 정부에서 펼친 정책 중 ‘외국인 노동자 보호법’이 있었다. 이로써 불법체류자들의 강제출국 조치가 시행되며 이도저도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울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돕는 듯 선으로 포장된 이 정책의 파장은 가히 대단했다. 연이은 자살 소식과 함께 피로 물들어갔다. 연극 ‘서울, 나마스테’는 이 모든 상황을 치밀하고 철저하게, 노골적으로 펼쳐 놓는다. 때문에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무대는 한시도 쉬지 않고, 다음의 처절한 전쟁을 준비한다.

- 감각적 연출, 잔혹한 퍼포먼스

뿌리 깊은 자본주의 아래, 양육강식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은 저마다 가슴 속 상처와 아픔을 묻는다. 카밀은 사랑하는 사비나를 따라 한국에 왔지만 외국인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부지기수한 차별과 치욕을 맛보며 사비나 역시 떠나보내야 했다. 또 신우는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에 갔다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채 만신창이가 돼 되돌아왔다. 이 연극은 파괴된 이들의 관념 속에 광적인 무의식 세계를 퍼포먼스로서 표현한다. 자극적이고 잔혹하다. 환상은 그들 스스로를 침체, 고통에 빠지게 하는 무의식으로 역동적인 가무와 작품 전반에 깔린 음산한 음향으로 표현된다. 붉은 천, 색동줄 등의 소품은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무대와 여러 장치를 입체적으로 십분 사용한 이 작품은 잔혹하고도 아름답다. 무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연이은 파괴와 슬픔의 흔적들로 얼룩진다. 반면 어깨가 들썩이는 네팔의 전통음악, 한국의 고유 음악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기도 한다. 네팔 고유의 음악과 함께 카밀과 친구들의 흥을 돋우는 춤은 낯선 분위기를 연출, 인간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착하고 진부한 주제성, 끝내 끝을 보고 마는 연출력

한 편의 ‘인간극장’ 스토리를 보는 것 같다. 젊은 관객들에게는 진부하거나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눈이 과감해진 관객들이 몹시 ‘착한’ 스토리의 진행부분에서는 주춤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현실을 고발‧각성하는 주제성이 극의 전반을 극명하고 강력하게 지배하는 반면, 스토리진행부분은 다소 촌스럽고 지고지순하다. 관객들은 어디에 마음을 둬야 할지 모른다. 스토리와 강한 퍼포먼스가 한데 얽히다보니 이야기의 연계성도 떨어졌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 연극은 재미로 둔갑해, 주제성을 조금 떨어뜨리되 관객의 흥미를 얻을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인다. 그것이 이 작품이 가진 힘이다. 주제성을 끝까지 밀고나가 관객들이 그 현실을 좀 알아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 그 이상일 뿐. 결국 이 연극은 마지막까지 치밀하게 밀고나가 관객들의 동감을 얻어냈다. 관객들은 그들의 치졸한 삶, 그 리얼리티를 봤고, 연극은 치명적인 비극의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무대에서 보여줬다. 

갈등과 파괴의 양상은 결국 화해와 사랑, 이해와 단결, 삶의 자연스런 순환으로 이어지며 유쾌한 웃음소리로 막을 내린다. “세상이 화안해요!” 끝을 모르고 치닫는 비극의 마지막은 산등성에 울러 퍼지는 이 말로 정리됐다. 한국말이 서툰 청년 카밀의 지독한 세상을 향한 긍정의 슬픈 비명이다. 여기서 비로소 박범신의 동명소설 ‘서울, 나마스테’의 깊이에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서울, 나마스테’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한 편의 ‘시’였다. 따라서 관객들은 행간의 여백을 채워나가기가 힘들었지만, 작가의 생각과 연출의 의도, 그 주제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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