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일하면서 심심치 않게 듣는 말 중에 하나. “대학로에 돈 버는 연극 없다.” 대학로에서 일하면서 말하지 않아도 느끼는 것 중 하나. “가난해도 창작은 계속된다.”

상업 연극과 예술 연극, 벗는 연극, 별로인 연극, 착한 연극, 나쁜 연극들이 뒤엉켜 문화지대를 형성해온 대학로는 회자되는 이야기의 종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밥줄이 달려 있는 곳이다. 대학로의 오늘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의 김석진 사무국장은 “대학로에서 연극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열악한 상황에서 작업을 한다. 법적으로 연극인들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이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자료에 따르면 연극인들이 창작활동을 통해 얻는 월평균 수입이 36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석진 사무국장은 “작년에 한국연극이 100주년을 맞았다.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난한 건 똑같다”며 “가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경제적 악조건) 예술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심리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지난 2005년 경제적, 구조적, 법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극인들의 문제를 외부의 힘이 아닌 연극인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연극배우 박정자가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필요한 모든 재정은 100% 민간 기부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는 “매달 이름만 알지 얼굴도 모르는 분이 사년 째 매달 만원씩 보내주신다. 연극영화과 교수 중에 다달이 만 원씩 보내주시는 분도 계신다. 진짜 고마운 건 극단에서 티켓을 팔고 남은 수입의 일부를 기부해주실 때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돈을 남기는 극단은 전무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추진 중에 있는 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지난 1년 동안만 50대 이상 연극인 100명이 무료 건강검진을 받았다. 족히 4~5천만 원이 드는 사업이었다. 뿐만 아니라 직업의 특성상 늦은 밤이나 공휴일에도 창작 활동에 몰두해야 하는 연극인들의 육아 고충을 덜기 위한 어린이집도 지난 3월 개원했다. 이러한 복지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꾸준한 기부가 필요한 실정이다. 김석진 사무국장은 “선순환이 돼야한다. 기부가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 경제가 많이 어려워져서 재단 살림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돈은 둘째 문제”라며 중요한 건 “예술가로서의 자긍감을 잃지 않도록 위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연극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체득해왔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정신의 범주에 속해 있는 그 무엇이다. 대중과 무대 뒤 창작자들 사이에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삼고 있는 가치는 “연극인도 근로자다”라는 논점이다. 현행 노동법상 예술인은 근로자로 구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산재보험이나 4대보험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태다. 김석진 사무국장은 “직업개발이나 실업급여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개런티를 못받은 배우들의 경우 근로자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청에 진정을 넣으면 모두 기각된다. 다른 사업장에서는 임금 체불 때 12일 이내 고용자가 입금을 안해주면 바로 형사 입건될 정도로 엄격하다”고 말했다.

현재 ‘연극인도 근로자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예술인 복지법이 발의된 상태고, 4월에는 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김석진 사무국장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우리가 필요하다고 떠들고 주위를 자꾸 환기시키고, 사례들을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례를 중심으로 한 토론회나 포럼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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