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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깊고 화려한 뮤지컬의 정석

 

지난 몇 년 동안 급속히 발전한 한국 뮤지컬계는 많은 변화를 부르짖었고 그 변화는 저기 길모퉁이까지 다가와 있는 듯 보인다. 2008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한국에 작은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뮤지컬 ‘십계’이다.
프랑스의 문화적 자부심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작품은 영화감독 출신의 연출가 엘리슈라키(Elie Chouraqui)의 첫 번째 뮤지컬 작품이다. 지난 2001년 초연되어 프랑스에서만 200만 명의 관객이 관람해 프랑스 3대 뮤지컬의 명성을 이어 나갔다.

많이 알려졌듯이 이 작품의 연출가 엘리슈라키는 영화감독으로 활동하였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십계’의 ‘영화적 연출’은 더욱 기대가 된다. ‘십계’에서 영화적 연출이라 함은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과 절정에서 쏟아내는 에너지로써의 연출을 말한다.

뮤지컬 ‘십계’는 방대한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불필요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주고받는 대화의 형식이 아니라 배우들 각각의 세밀한 감성적 표현에 중점을 둔다. 또한 이들의 감정표현은 가사의 은유적인 표현과 시적인 운율에 더욱 힘을 받는다.

작품 내내 함께하는 영상은 매우 고전적이며 직설적이다. 무엇을 비유하거나 돌려 표현하지 않고 바로 내뱉는다. 사막에서 불이 나는 장면이라든지, 하나님이 10가지의 재앙을 내리는 장면 등에서 상당히 드라마틱한 무대에 직설적인 영상이 더해진다. 또한 직설적이면서 몽환적이다. 이는 음악적인 효과가 더해져서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관객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시킨다. 뮤지컬에서 영상은 자칫 잘못사용하면 무대 위의 표현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지만 ‘십계’의 영상은 그 적절한 수위를 조절한다.

‘십계’의 영상이 직설적이면서도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 이유는 영상뿐만 아니라 작품을 이루는 모든 것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 극, 무대, 영상, 춤이 모두 각각 굉장한 스펙터클을 안고 있지만 관객들은 오히려 편안한 조화로움에 매료된다. 작품을 이끄는 배우들의 능숙함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십계’의 음악은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결코 가볍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다 보여주려는 것 보다는 혼잡하지 않은 일관성을 지녔다. 가요풍의 뮤지컬 넘버들은 신기하게도 드라마틱을 함께 안고 있다. ‘십계’의 음악이 관객들에게 와 닿는 이유는 음악자체에 큰 매력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무척 뛰어난 가창력에 있다. 프랑스 가수 출신이라는 ‘십계’의 주연 배우들은 폭발력과 디테일한 감성 표현으로 음악적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전체적으로 ‘십계’의 음악은 모두 비슷한 스타일이다. 배우들도 창법과 음색에 있어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를 안고 있는 각자의 캐릭터들이 내뿜는 디테일한 감성 표현과 파워는 전체적인 힘의 균형을 맞추며 개성이 되어 되살아난다. 역동적인 동작은 BASS의 도약으로 움직임을 더욱 극대화시켜 표현된다.

그동안 오케스트라의 라이브반주에 익숙해 온 관객이라면 ‘십계’의 MR(Music Recorded, 녹음된 반주)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함께 녹음된 코러스가 들릴 때는 더욱 그러하다. 라이브보다 MR반주가 ‘생동감’면에서 뒤떨어질 듯 보이지만 음악적 완성도나 음향 디자인의 효과들은 가까이 있는 느낌을 속도감 있게 전달해 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나일강의 물살 소리, 홍해가 갈라지는 소리, 천둥소리, 말소리, 바람소리 등은 객석을 휘감은 어떤 힘이 느껴진다.

한국에서 ‘십계’는 음악보다 안무가 더욱 돋보이는 듯 하다. 한국에서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테크닉과 구성이 십계의 군무에서 보여지기 때문이다. 안무와 노래가 동등하게 등장한다. (한국에서의 뮤지컬은 안무보다는 드라마나 음악이 더욱 강조되어 안무는 양념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신선한 느낌은 전문 댄서들의 역량이 최고조에 이를 때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들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같은 음악과 씬에 안무는 두, 세 그룹으로 나뉘어 함께 이어진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역동적인 안무로 관객들에게 주어지는 시각적 효과는 매우 탁월하다. 이들의 안무는 일반 뮤지컬 배우들이 소화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테크닉을 요한다.  
군무를 추는 댄서들은 강제노역장에서 노동을 하는 노예들이 되었다가 전쟁을 하는 군인도 된다. 그런 씬에서도 댄서들의 연기와 안무는 구분된다. ‘십계’의 화려한 군무 씬은 드라마에 묻어 난다기 보다는 독립적이다. 특이하게도 ‘십계’의 마지막 커튼콜 때는 댄서들만의 커튼콜 또한 이루어져 관객들은 더 열광했다.

전체적으로 4등분된 무대는 양쪽을 대립시키면서 무게감이 더욱 짙어진다. 중앙 무대는 위아래로 움직여 무대의 활용을 높였다. 무대바닥의 변화나 크고 작은 소품까지 디테일한 연출의 감각이 돋보인다.

이렇듯 ‘십계’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뮤지컬이라 불리는 어떠한 고정관념도 거부한다. 그동안 뮤지컬에 대해 안주했던 모습이 마치 느슨해진 욕망 같다. 그 사이로 차가운 소낙비를 맞은 느낌, 처음부터 다 비워내라는 가르침을 주는 듯 하다.
강렬한 보랏빛을 닮은 뮤지컬 십계는 마지막에 ‘인생이라는 것은 끝없는 영원의 시작’이라는 명언을 남긴 후 그 화려한 막을 내린다.


뉴스테이지 공정임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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