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우소극장에서는 2인극페스티벌(10.7~11.1)이 진행 중이다. ‘창작 2인극 작품전’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번 페스티벌은 3년간의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페스티벌의 첫 장을 연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김숙종작, 최용훈연출, 극단 작은신화)은 지독히 외로운 남자가 자신을 주장하는 극단적인 방법에 대한 연극이다. 연극은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38살 독신 만화가의 집에 영업사원이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능란한 영업사원과 순진한 만화가

시작부터 요란하게 등장한 영업사원은 자신의 직업적 저의를 숨긴 채, 순진한 만화가에게 접근한다. 과장된 어투와 추임새, 호탕한 웃음, 칭찬과 맞장구 일색의 화법으로 만화가 혹은 잠재고객을 압도한다. 그에 반해 수줍은 미소, 소심한 언행과 겸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시종일관 영업사원을 상대하는 만화가는 버거워 보인다. 영업사원역의 배우는 백과사전을 팔아야겠다는 하나의 일념으로 직설적으로 말하기, 에둘러 말하기, 하하 웃었다가도 정색하는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능수능란한 영업식 화법은 그대로 구사하여 웃음을 준다. 그에 반해 만화가는 수동적이고 순진해서 그대로 그의 꼬임에 넘어가는 듯하다. 마침내 계약서에 싸인을 한 순간, 관객석에서 떠져 나오는 ‘어떡해’소리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만화가에 대한 관객의 안타까움을 짐작케 한다.

-가정식 백반을 함께 먹다

둘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 것인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한때 만화가를 꿈꾸던 양상호가 어떻게 백과사전 방문판매원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여 김종태가 유명한 만화가가 될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게 되었는지가 그들의 대화를 통해 밝혀진다. 우연인지 몰라도. 만화가라는 꿈의 공유 이외에도 둘의 인생살이는 겹치는 지점이 많아 보인다. 영업사원의 판매실적을 올려준 것도 모자라, 만화가는 영업사원에게 가정식 백반을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바로 이 식사 시간에 숨겨졌던 접점이 밝혀지며, 이때까지의 전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표면적으로 영업사원-고객이었던 둘의 심층적 관계가 드러나며, 가해자-피해자의 전세가 완벽히 역전된다. 둘의 관계역전은 극을 파국적 상황으로 몰고 간다.

-말 한마디 였을 뿐인데...

연극은 선의의 거짓말, 혹은 별 뜻 없이 던진 말 한마디가 가져다주는 파장이 불어오는 극단적 상황을 그린다. 작은 말 한마디의 커다란 영향력은 지독히 외롭고 불행했던 한 소년의 어린 시절에서 기인한다. 단지 조그만 따뜻함이 필요했을 뿐이었지만 어디에서도 위안을 받지 못하고 추억 하나 남기지 못한 소년은 이해받기 위한 섬뜩한 계획을 감행한다. 힘든 순간에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걸어준 은인은 세월이 흘러 자신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질 나쁜 진드기 취급한다. 은인에게 자신을 이해 받기 위해서 꾸민 치밀한 계획은 섬뜩하다기보다 눈물 겹다.

강민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강현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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