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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68]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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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2018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최초 기획, 제작되었고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초연 당시에도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3년 만에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확장되어 2021년 정동극장의 첫 작품으로 재공연되었다.

작품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의 3대 여성 비극인 ‘피의 결혼’, ‘베르나다 알바의 집’, ‘예르마’ 중 인간의 본능과 자유에 대한 규제와 갈망을 해부한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가 레너드 번스타인과 손드하임의 대를 잇고 한국에서는 ‘씨왓아이워너씨(see what I wanna see)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졌다. 현재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곡가, 마이클 죤 라키우사의 대본과 작사, 작곡의 참여로 새롭고 감각적인 음악적 성찬이 더해졌다. 더불어 스페인의 전통 플라멩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안무로 작품의 주제 의식을 표출한다. 방점으로 배우들의 뜨거운 열정이 연기적 확장으로 거듭났다.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초연 때 배우로 참여했던 정영주 배우가 정동극장의 이수현 프로듀서와 함께 공동 제작을 진행한 것이다. 배우가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기 위해 공연예술 활동의 확장을 통한 적극적인 도전을 감행한 것이다.

2020년, 정동극장은 개관 25주년을 맞아 김희철 대표의 취임과 더불어 ‘정동극장의 도약과 미래’라는 특별 포럼을 시작으로 그동안의 정체된 극장의 역할을 다각도로 모색해왔다. 동시대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스물다섯, 정동-새로운 도약, 무한의 꿈’이라는 슬로건 아래 공연장 운영 계획과 공연 라인업을 발표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정동극장은 그동안 전통 상설공연을 주로 했었던 극장 운영에서, 개관 25주년 맞아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콘텐츠의 구성으로 공연장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함과 동시에 장르 구분 없이 관객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다각도로 구성해 관객들이 즐겨 찾을 수 있게 했으며, 폭넓은 제작방식을 통한 유연한 행보를 야심 차게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여느 공연장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공연이 중단되거나 연기되면서 계획된 공연을 끝까지 제대로 할 수 없었다. 2021년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다시 뜨거운 열정과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공연 예술의 미덕을 되살릴 수 있는 첫 작품으로 2020년 25주년 라인업에 있었던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재선택했다.

그렇게 시작된 정동극장의 2021년 첫 작품인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오픈과 함께 엄청난 무대 에너지가 발산되며 순식간에 티켓은 매진되고 SNS를 통해 자발적인 극찬의 입소문들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공연은 ‘사회적 거리두기’ 좌석제인 한 좌석 띄어 앉기로 연일 객석을 가득 채워 서울 공연을 마무리하고 부산 공연에 이르렀다.

작품은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극의 오버츄어 음악이 잦아들 무렵 기형적인 긴 문이 그로테스크하게 열리고 꽉 막힌 다른 세상 같은 백라이트를 받으며, 우뚝 솟아 불멸의 강직함과 어떠한 타협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아우라를 드러내며 압도적인 분위기로 무대를 장악한다. 그녀, 베르나르다 알바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낸다. 두 번째 남편 안토니오의 죽음 후 8년 상을 치루는 동안 가족들에게 극도의 절제된 삶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뿐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창구를 봉쇄하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통의 모든 것을 금지하고 철저히 감시까지 한다.

드러난 것은 회색빛 높은 담과 기형적인 긴 문, 의지를 거세당한 듯한 상복 같은 검은 의상만을 입은 한낱 미물 같은 구성원, 가끔 활용되는 소품은 검은 의자뿐이다. 그럼에도 첫째 딸 앙구스티아스는 연하의 약혼자 빼빼와의 결혼을 서두르고, 빼빼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자매들 간의 미묘한 긴장감이 극도로 팽배해 진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제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파시즘을 방불케 하는 위압적인 공간인 상태에서 빚어진 개인의 숨 막힐 듯한 고통과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로지 획일화 된 규범과 일방적인 교율 속에서만 가까스로 견뎌내는 삶. 그런 삶의 무게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딸들의 각기 다른 자유와 욕망에 대한 갈망과 몸부림은 처연하고 처절하게 표출되었다.

한국 프로덕션은 마이클 존 리키우사의 음악을 새롭게 재구성했다. 편곡과 지휘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를 리드할 음악 구성의 악기 배치와 템포, 강약 조절로 배우의 소소한 감성까지 탁월하게 드러나게 한다. 극장에서의 울림과 반향까지 계산된 듯 공간을 채우거나 비워 부분적인 반사음과 울림까지 고려한 음악적 안배는 작품의 탁월한 중심 서사를 새롭게 구현해 냈다.

플라멩고를 적극 활용한 이혜정의 안무 또한 요소마다 그 뜨거운 열정과 용트림을 정제하거나 폭발하며 낯설지만 공감되게 하는 제3의 언어를 도드라지게 구사해 작품의 결을 공고히 했다.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을 책임지는 배우들의 열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베르나르다 알바 역의 정영주를 비롯한 막내딸 김 히어라까지 모두 혼신을 다 했다.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최고의 임계점까지 도달한 것 같은 연기와 가창력, 움직임을 통한 열연의 빛나는 연기의 향연과 앙상블은 작품의 완성도에 확고한 방점을 찍는다. 공연 예술의 힘과 더불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듯한 그 이상의 신비로운 예후까지 만들어 냈다.

제도적인 구속과 억압에서 벗어나 인간의 자유와 욕망을 그토록 처연하리만치 차갑고도 뜨거운 열연의 향연으로 빚어낸 아름다운 감동의 무대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가 재공연 되어 다시 관객과 만날 그날을 기다린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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