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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56] 뮤지컬 ‘마리 퀴리’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에 온몸이 들끓어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23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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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퀴리’는 흔치 않은 대표적인 여성 중심 서사의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마리 퀴리’의 대표 업적인 라듐 발견과 그로 인해 초래되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다룬다. 개인의 업적과 욕망, 여타 비극적인 사건들에 결코 굴복하지 않고 인류 미래를 위한 선택과 선한 영향력의 의지를 끝내 관철하기까지 숭고한 용기와 인간으로서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품 소재인 라듐의 청록색과 낡은 견출지 위에 쓰인 마리 퀴리의 친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포스터는 시대를 이어 관통하며 희망을 쌓아 올린 숭고한 과학과 집요했던 한 인간의 미덕을 드러낸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2017년 콘텐츠 진흥원이 주최하고 라이브(주)에서 주관한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 2의 최종 선정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한국 문화예술 위원회가 선정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되어 그해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그 결과 2019년 K-뮤지컬 로드쇼 해외 쇼케이스에(중국 상하이)에 선정되어 호평받았다. 그리고 2020년 2월 27일부터 충무아트센터 블랙에서 순항 중이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이 재연에서는 초연보다 업그레이드를 위해 많은 부분 수정 보완하지만, 이 작품은 특히 감탄할 정도로 질적 성장에 감동까지 더하며 새롭게 거듭났다. 코로나 19로 인해 공연장과 주변 환경의 철저 방역과 환경을 조성했지만 너무나 어려운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감동을 배가시키며 막바지까지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이 프로덕션의 기획PD(박서연)과 총괄 프로듀서(강병원)에게 박수를 보낸다.

죽음을 앞둔 마리는 딸 이렌에게 유언처럼 세상에 남길 마지막 종이를 건넨다. 이렌은 대체 무엇이 그렇게 어머니의 삶을 짓눌리게 했는지 안타까워하며 어머니의 삶의 궤적을 찾아간다. 1891년 소르본 대학의 입학을 위해 프랑스로 향하던 마리는 기차에서 우연히 안느를 만난다. 두 사람은 그 당시 약소국이자 이방인으로서 폴란드 여성에 공감하며 금방 친구가 되어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며 고단한 파리의 생활을 견뎌 나간다. 1898년 드디어 새로운 원소인 라듐을 발견한 마리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남편 피에르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하고 안느 역시 마리의 소개로 취직하여 꿈꾸듯 생동하는 삶을 영위한다. 마리는 더 나아가 라듐의 의학적 가능성에 주목해 라듐 요법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많은 불치병 환자 치료에 힘을 쏟는다. 한편 안느가 일하는 페인트 공장에서 직공들의 알 수 없는 죽음이 계속되고 안느는 회사가 라듐의 유해성을 은폐하기 위한 조작된 부검기록을 알아낸다. 안느는 공장 직원들의 알 수 없는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공장의 첨탑 위로 올라간다. 진실과 맞닥뜨린 마리. 라듐의 빛과 그림자 같은 두 얼굴과 마주치게 된 마리의 선택은 무엇일까?

극장이 달라진 부분도 있겠지만 크게 변화된 무대 디자인(김미경)과 조명 디자인(이주원), 의상 디자인(홍문기)의 적극적인 협업은 아주 세련된 무대 미쟝센을 구축했다. 극작의 천세은은 과학자 마리 퀴리의 성공과 좌절에서 보다 적극적인 인간으로서의 대의적인 삶의 희망을 그려내는 여성 서사로서의 확실한 방점을 찍은듯한 텍스트로 작품을 새롭게 구축했다. 무엇보다 탄탄해진 텍스트를 다시 음악적인 텍스트로 변환(최종윤 작곡과 신혁진 편곡, 신은경 음악감독)하며 서사가 진행되며 드디어 작품의 확고한 결을 찾아내는 음악적 성찬을 일구어냈다. 달라지는 캐릭터의 아리아와 성부뿐 아니라 음악적 구조의 변주와 브릿지의 연결 고리가 훨씬 견고해지기도 했다. 적재적소에 물 흐르듯 때로는 생동하는 봄바람처럼 상큼하고 유연하게, 전작보다 훨씬 매끄럽게 분위기를 상기시키는 음악적인 구조로 그 성과는 탄탄해진 서사와 밀착되어 무척이나 효과적이다. 시각적으로도 쇼적인 안무가 아니라 텍스트 상황에 맞는 움직임의 확장과 에너지로 빚어낸 적절한 안무의 효과도 작품의 흐름에 현격한 공헌을 했다.

배우 리사는 마리 퀴리가 환생한 듯 작품에 몰두해 집중력과 호소력으로 숨소리마저 배우의 아우라를 진정성 있게 표출했다. 손, 발끝은 물론 턱선 등 모든 움직임과 시선은 보는 이가 꼼짝 못 할 정도로 마리 퀴리를 과학자에서 새롭게 태어난 예술가로 거듭나게 했다. 또한, 안느 코발스키로 분한 배우 이봄소리와의 음악적 브랜딩도 탁월해 두 사람의 우정이 새삼 환상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마리의 연구를 지원한 기업가였던 루벤 뒤통(김찬호)과 마리퀴리의 남편이자 연구 동반자였던 피에르 퀴리(김지휘)의 인정과 사랑의 하모니 또한 작품의 따뜻함을 배가시켰다. 이어 라듐시계 공장의 생산라인 작업반장의 조쉬 바르나이자 마리의 맏딸 과학자인 이렌퀴리 역을 해내며 작품에서 일당백으로 표정 연기와 춤 선이 예쁜 배우 김아영의 활약은 화룡점정이었다. 

‘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에 온몸이 들끓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 과학자로서의 집요함과 끊임없는 탐구자로서의 존재, 여성으로서의 존중받는 삶과 후세에 선한 영향력을 남기고 싶어 했던 진정한 인간애를 가진 마리 퀴리는 존경받을 예술가로 거듭나는 성과도 이루어 냈다. 공연은 오는 3월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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