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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꿈꾸는 두 남자의 이야기, 연극 ‘아일랜드’

 

연극 ‘아일랜드’가 뮤지컬 배우인 조정석, 양준모의 첫 연극 작품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이 작품은 불온당하게 감방에 갖힌 두 죄수 존과 윈스턴의 진정한 자유의 외침을 그렸다. 1977년 초연 이후 우리나라의 상황과 맞물려 끊임없이 재연된 연극 ‘아일랜드’는 몇십년의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의 의식을 두드린다.

- 시대를 알 수 없는 무대, 그래서 더 우리의 이야기
극장에 들어서면 레이저 같은 붉은 실이 무대 앞에 매여 있고 눈앞에는 거대한 반구형태의 구조물이 있다. 어느 가까운 미래의 감옥이다. 반구형 감옥 뒤 벽에는 작은 스크린이 여섯 개 붙어있고 이 스크린과 연결된 카메라는 존과 윈스턴의 뒤를 쫓아 쉬지 않고 움직인다. 레이저로 만든 창살, 폐쇠된 감옥, 그속에서 조차 기계에게 감시받는 두 남자. 한눈에 무엇을 표현했는지 알 수 있었다. 큰 장치 외에도 윗벽과 사이드의 조명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 무대는 그 자체로 어느 시대 어딘가의 작은 감옥 ‘아일랜드’였다.

연극 ‘아일랜드’는 국가도, 시대도 알 수 없다. 그저 어느 섬의 감옥이다. 관객들은 가까운 미래에 곧 그렇게 변할 것 같은 교도소의 모습이라 추측할 뿐이다. 이는 이 작품이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원동력 중 하나일 것이다.

- 두 배우의 열연, 그렇지만 어려운
‘아일랜드’를 감상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포인트를 꼽으라면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주제와 두 배우의 열연이라 하겠다. 특히 양준모의 열정적인 연기는 뮤지컬 배우로서의 위치 뿐 아니라 정극 배우의 위치도 확고히 해 주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인 이 작품의 주제에 있어서는 설명이 부족했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의 주제가 존재한다. 감옥에 갖힌 두 남자가 보여주는 육신과 영혼의 진정한 자유에 갈망이 그 하나이고, 두 번째는 극중극인 안티고네를 연기하면서 보여주는 국가의 법과 인간으로서 누릴 바른 권리의 충돌이다. 눈에 보이는 두 남자의 자유의 갈망은 잘 드러났으나 관객에게 첫 번째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안티고네’를 연기하면서 전달하려 한 극의 두 번째 의미가 축소되었다. 어찌보면 지금 한국의 시대상황과 잘 매치되어 관객의 마음을 흔들 진정한 주제가 희미해져 아쉬움이 남았다.

- 두 남자에게 있어 ‘안티고네’란 무엇인가?
두 죄수가 안티고네를 연기하는 것과 그 안티고네가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안티고네는 기원전 3세기부터 정부의 폭제에 저항하는 소시민의 상징이었다.

원작에는 없지만 이번 아일랜드에서는 윈스턴이 감옥에 온 이유가 밝혀진다. 바로 아내와 딸을 데리러 갔다 시위대로 오인 받아 종신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이 두 남자는 억울하게 감옥에 왔고 그런 자신들을 안티고네와 동일시한다. 윈스턴은 하늘의 법도대로 사랑하는 이들을 데리러 갔으나 인간이 만든 법에 의해 억울한 행위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에서 윈스턴은 안티고네의 역할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크레온, 당신은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이란 인간이 만든 것이라 할지라도 거기엔 신으로부터 내려온 법도 있는 것입니다. 나는 이제 나의 살아있는 죽음 속으로 돌아갑니다. 왜냐하면 나 역시 존중해야 할 것들을 존중했기 때문입니다.” 윈스턴의 다부진 외침은, 희랍전설인 ‘안티고네’를 피상적 감동이 아닌 시대 상황에 밀착된 진정한 감동으로 승화시킨다.

기원전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와 1974년 새 옷을 입고 2009년 다시 우리 앞에 선 연극 ‘아일랜드’는 sm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2009년 2월 14일 – 4월 5일, sm아트홀)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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