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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깃한 공연: 관객리뷰] 사랑이란 이름의 잔인한 얼굴, 연극 '얼굴도둑'5월 11일부터 6월 3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연극 '얼굴도둑'은 국립극단의 2018년 첫 번째 창작 신작으로, 가족이란 공동체의 이름 아래 묵인되었던 사랑이란 이름의 폭력을 다룬 극이다. 작품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심리와 내면의 갈등을 얼굴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야기한다.

연극 '얼굴도둑'은 세상 모든 사람의 얼굴이 엄마의 얼굴로 보이는 유한민(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유한민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로펌에 다니던 변호사였지만 잔인한 방법으로 죽는다. 이 때문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딸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엄마의 친구인 점쟁이는 "잊을 수 있다면 잊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 엄마는 자신이 최고로 키우기 위해 온 정성을 쏟았던 딸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하고 치매로 서서히 지워져 가는 기억을 붙잡아가며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주목받는 임빛나 작가의 세 번째 심리 치유극
작가 임빛나는 '시에나, 안녕 시에나', '에이미 GO', '얼굴도둑' 세 작품밖에 발표하지 않았지만 심리극에 탁월한 감각을 지닌 작가다. 세 작품 모두 내면의 상처를 해부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가족으로부터 비롯된 상처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주인공이 그 상처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세 번째 작품인 '얼굴도둑'은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연극 '얼굴도둑'은 개인과 개인의 심리뿐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을 들춘다. 작품은 한 개인의 심리적 상처를 통해 원인과 결과, 그리고 과정을 보여주며 현재 우리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성찰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 얼굴은 정체성을 의미한다. 엄마 때문에 자기 얼굴을 잃어버렸다고 믿는 딸이 엄마에게 빼앗긴 자기 얼굴 가죽을 벗겨내고 엄마는 딸이 싫어했던 자기 얼굴 가죽을 벗겨낸다. 결국엔 잔인한 방법으로 세상을 떠나는 두 모녀뿐 아니라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과 그를 강하게 키우려고 했던 형사까지, 이 작품에 나오는 자식과 부모는 자신의 바람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부모와 자식의 비뚤어진 관계로 부모는 부모의 바람대로 자식을 키우려고 하고, 그 바람대로 살아가지만 병들어가는 자식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작품은 '우리는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가',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이 살고 싶은 얼굴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내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등의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정체성에 관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상상력을 더하는 새하얀 무대
'연극과 영화의 차이는 무대'라고 누군가 말했다. 실제 관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무대로부터 받는 느낌은 무궁무진하다. 무대는 극에 장소를 불어넣어 주기도 하고 대사와 대사 사이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무대는 상상력이다. 보는 관객마다 무대로 인해 작품을 다른 방법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대사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연극 '얼굴도둑'의 무대는 온통 새햐얗다. 중앙의 일부 목재 바닥과 그 위에 있는 회색 쇼파를 제외한 모든 소품은 하얗게 칠해져있다. 이 또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온통 하얀 무대가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모녀의 관계를 더 아프게 만들기도 하며 정신병원을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하얀 무대로 인해 관객들은 작품에 각자의 해석을 더 부여할 수 있으며 배우들의 대화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무대는 삼각형으로 이루어져 동선의 등퇴장이 다양하다. 신승렬 무대 디자이너는 무대가 관객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야 더 잘 보이고 더 소통할 수 있다는 관행을 벗어나 무대 끝 서있는 몸의 원경이 더 깊은 울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연극 '얼굴도둑'의 배우는 꼭 관객의 눈 가까이에서만 연기하지 않는다. 무대의 가장 안쪽 끝에 서서 장면을 보여주면서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온다. 이에 따라 작은 공간임에도 흰색 배경으로 인해 실제 크기보다 넓게 느껴졌고 공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했다고 느껴진다.

연극 '얼굴도둑'은 5월 11일부터 6월 3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 제공_국립극단

문소현 리뷰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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