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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론] 봄빛에 몸을 말리다

 

Ⅰ. 이른 봄 - 김광규

초등학생처럼 앳된 얼굴
다리 가느다란 여중생이
유진상가 의복 수선 코너에서
엉덩이에 짝 달라붙게
청바지를 고쳐 입었다
그리고 무릎이 나올 듯 말 듯
교복 치마를 짧게 줄여달란다
그렇다
몸이다
마음은 혼자 싹트지 못한다
몸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해마다 변함없이 아름다운
봄꽃들 피어난다


Ⅱ.
간결하지만 깊이가 만만치 않는 시다. 복잡한 구조나 철학적인 인식도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겨울에서 봄으로의 순환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참으로 간결하고 정갈하다. 봄바다에 쏠려다 다시 미끄러지는 남해 몽돌바다의 조약돌 맨살 같다.
현대 사회의 몸은 2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게임처럼 가상의 공간 속에 내몰린 우리의 정서와 정신이 너무 함몰돼 고립현상 혹은 의미와 의미의 끈이 해제된 세상에 살고 있다. 그 속에 몸은 가상과 반대되는 의미로 존재의 중요성과 실체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하나의 상징이다.
그 다음은 자아의 확인과 사회적 참여가 몸의 또 다른 의미이다. 영화를 보고, 식당에서 메뉴를 골라도 자아의 의지를 스스로 확인한다. 촛불시위, 현대차 노사문제에 시민들의 참여, 정치권의 UCC 콘텐츠를 통한 영향력 형성 등 자아 정체성이 사회적 참여로 확대 발전해 나간다. 정리하자면 자아가 함몰되는 현상과 자아가 확대 발전하는 현상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고 개인차에 따라 사람들 간의 그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그 차이의 경계에 몸이 있다.
강둑을 따라 잘 익은 봄바람이 코끝을 훗- 밀고 올라올 때 마음보다 몸이 먼저
느끼는 삼월이다. 봄빛에 몸을 말려 지난 겨울의 우울을 씻어낼 수 있는 한편의 시가 김광규의 ‘이른 봄’이다


sugun11@korea.com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7년 3월 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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