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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아시스세탁소습격사건>

 

변두리를 끌어안아 중심으로...

필자는 이 극의 전체적인 바탕을 ‘수평‘이라고 본다. 40년 전의 세탁물과 걸인, 가난한 배우지망생, 어린이와 엄마, 술집 아가씨, 간병인, 그리고 종업원까지 그들은 각기 다르지만 또 같다. 그들 모두 적당한 외로움과 아픔 그리고, 나름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까지 함께 살고 있었다. 그곳에 나쁜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삶에 지쳐 때가 묻었을 뿐. 관객들은 그 찌든 눈물과 상처 사이사이로도 우리의 세월이 흘러왔음을 보았고 그 수평한 세월의 유장함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수평적 등장인물의 구조는 우리에게 익숙한 듯 하면서도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평범한 것에 인색한 우리 인식구조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이 극은 주인공이 없다. 굳이 꼽자면 아버지의 ‘일기장‘이라 할 수 있는데, 주인아저씨는 아버지의 일기장과 돌아가신 아버지를 동일 시 한다. 그 일기장을 통해 주인아저씨는 사람들이 이미 가진 것 안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또한 일기장은 몇십년 전의 세탁물,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추억과 사랑까지 찾아주면서 그 시절과 공존할 수 있게 해 주는 매개체가 된다. 마치 주인아저씨의 아버지가 바로 옆에 살아계신 것처럼 말이다. 관객들은 그의 아버지 또한 생김이나 말투가 그와 똑같지 않았을까 하며 잠깐 재미있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이렇듯 다분히 희극적인 상황설정과 풍자적 말투 등으로 표현되는 그 상큼한 에피소드들은 바로 그 아버지의 ’일기장‘으로 통하며, 세탁소의 다 닳고 부서진 간판처럼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 ’여전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세탁소 주인아저씨의 여일한 따뜻함은 때 묻은 사람들을 세탁한다는 마지막의 다소 엉뚱한 반전으로 장쾌한 표정을 짓는다.

어떤 신비한 섬광 같은 것이 가득 찬 무대였다. “세탁일은 적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야. 옷과 마음이 통해야지!” 주인아저씨는 그렇게 관객들에게 인생을 가르친다. 그 생생한 삶의 관록이 그대로 전해진다. 매일이 늘 똑같으면서도 전쟁 같은 하루, 바로 우리 모두의 일상이다. 관객들은 마치 그 맘씨 좋은 세탁소 주인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것 같아 했다. 그 세탁소는 누구나 와서 울고 가도 좋을 곳이었고, 또 그곳엔 우리의 인생을 뒤돌아보게 해주는 건강한 웃음이 있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비눗방울에 그 웃음 가득실어 띄워보자. 우리의 마음 또한 깨끗이 세탁될 것만 같다.


공정임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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