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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두운 시대에 필요한 빛에 대한 이야기, 연극 ‘빛의 제국’

북한과 남한, 가깝고도 먼 곳에 대한 이야기는 분단이라는 단어와 함께 끝 모를 쳇바퀴처럼 반복된다. 반복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는 시대와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진정성 있는 반향의 자세에서만이 나온다.

 

같은 소재 다른 느낌

 

몇 해 전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톱스타 김수현이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으로 난파 간첩의 남한 한국체류라는 소재로 인간의 정체성과 분단의 상황에 대해 그렸다. 대중성과 오락성을 필두로 분단 상황에 대한 인식과 현상에 대한 표현을 리듬감 있게 풀어나가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이 영화와 매우 흡사한 전개로 진행되는 또 다른 작품이 요즘 서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영하의 원작 소설을 무대화 시킨 연극 ‘빛의 제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표현과 의도가 부합하지 못할 때 오는 갈증

 

이번 작품 ‘빛의 제국’은 김영하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서울에 장기 체류하게 된 난파간첩 김기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영화와는 달리 인물 개인의 전사를 가지고 드라마를 극적으로 몰아가는 형태의 전개가 아닌 분단의 상황과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에 대한 언급에 좀 더 많은 초점을 맞추어 표현했다. 인물들은 무대 옆면에 세워진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서 자기 이야기를 한다. 마치 인터뷰를 하는 듯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소개하거나 심경에 대해 이야기 한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톱스타 김수현을 내세워 인물의 행방에 시선을 고정했다면 연극 ’빛의 제국‘은 모놀로그의 형식을 빌려 더 많은 사회적 이슈과 사건에 대한 상세하고 정확한 전달을 가능케 연출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대중성도, 사회적 상황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들의 심경, 경험을 나열하는 방법으로 일관한 작품의 표현방식이 작품 전체의 리듬감과 운동성을 정체시킨 것 때문에서 온 오류였다고 본다.

 

분단 문제는 사회의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역사적 맥락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은 사안이지만 그 중심에는 민족 정서에 호소하여 인지되는 부분을 배제할 수 없는 문제이다. 또한 여러 난파간첩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핵심을 둔 작품이 아닌 인간 김기영과 그를 둘러싼 삶과 그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므로 이는 표현이 의도와 부합하지 못한 안타까운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김영하에 원작에서 분명히 자아 내부의 갈등,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에 대해 섬세하게 그렸고, 연극에서도 이 부분을 살려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하지만 연출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원작에서 찾아낼 수 있었던 작품의 깊이를 놓친 부분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현대 미술의 메커니즘을 닮은 연극, ‘빛의 제국’

 

현대 미술에서 한창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작업 방식은 설치와 영상의 결합이다. 소위 ‘백남준 스타일’이라고 불린 이러한 작업 방식은 ‘다원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다원예술은 말 그대로 다양한 장르의 형태가 그 고유성은 유지되면서도 하나의 작품으로 귀결되어 표현되는 형태를 일컫는 표현방식인데 미술계에서 시작된 방식이다.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모놀로그와도 같은 대사 표현과 작품 속 인물의 일상이 영상을 통해 동시 노출되는 무대 연출은 다원예술의 방식과 비슷한 색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영화와 연극이 결합된 형태라는 점에서 원예술의 경향성, 설치미술의 메커니즘과 비슷하다.

 

작품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영상과 인물의 연기가 동시에 펼쳐지는 것은 매우 효율적이다. 그러나 상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스탠드 마이크 앞에서 인물들이 던지는 말들은 개인적 경험임과 동시에 북한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빨갱이, 악마, 짐승 등의 사회 암적 존재로 치부되어온 북한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이러한 인식을 심는 언론에 폭로를 담는 장면이 빈번히 등장한다.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들이나 근대화 과정에서 북한을 상징화한 만화, 영상 자료 등을 배경으로 등장시켜 관객의 이해를 돕는 무대연출을 한 것이다.

장치를 걷어내는 몰입이 다가왔다

 

아무것도 없는 회백색 벽, 사무실을 연상케 하는 테이블과 의자, 극장조명이 아니라 사무실 조명등을 설치하여 정말 사무실을 옮겨놓은 듯한 단순한 무대로 프로시니엄을 채운 이번 작품은 영상 활용을 위한 균형감을 맞추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객석등을 완전히 소등하지 않고 공연을 시작하고, 점점 조도를 낮추며 관객이 배우의 말에 점차 몰입하고, 나아가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몰입되도록 장치한 면에서 이번 작품은 조명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극적 몰입을 시도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연극이지만 연극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는 무대연출을 통해 관객은 그저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몰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는 무대에 노출되는 인물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관객이 관람하면서, 무대 위에서 영상을 지켜보는 배우들의 표정과 태도도 지켜보게 되는 이중적 시선을 볼 수 있는 부분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빛의 제국’, 남은 아쉬움

 

연극 ‘빛의 제국’은 혼돈의 시대에 필요한 불가분한 연극이다. 왜냐하면 반백년 넘게 분단의 상처를 경험하고 있는 민족 정서의 짙은 감정이 묻어 있고, 사회적으로 갈무리되지 않은 이념 갈등에 대한 상황, 역사적 사실이나 이슈에 대한 언급이 모두 존재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현의 방식에서 정서와 정보의 조화와 배열의 리듬감을 살리지 못하고 인물의 감정, 역사적 사실이나 이슈 나열만 하다 끝나버려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작품이 공연되는 내내 너무 많은 ‘사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운동성을 방해한 ‘사이’들이 사건과 사건의 연결성을 더 끊어버린 결과를 가져왔다. 게다가 문제의식에 대한 반향이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다. 이러한 지점은 민감하고 과감해야 할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분단 상황에 놓인 한국의 현재적 위치, 이에 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담담하게 다루고 있는 김영하의 원작에 비해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타까움 자아냈다.

사진출처_국립극단 제공

 

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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