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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예술의 의미와 기호학 - 기호학으로 춤 읽기 1

 

인간의 모든 행위는 나름대로 고유한 의미를 가짐으로써 그 존재의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 마치 어머니의 끊임없는 잔소리는 아이가 그 시끄럽게 반복되는 말들의 의도를 사랑과 관심으로 파악할 때만이 교훈의 가치로 다가갈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할 때에는 그저 귓가에 맴도는 잡음으로밖에 인식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춤 예술 역시도 아무리 세상이 변해서 해괴한 예술들이 판을 치는 현실일 지라도 의도되었건 혹은 의도되지 않았건 관객들로부터 의미 있는 활동으로 인식됨으로써 그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 결국 의미 있는 활동이라 함은 그것을 인식하는 자에게 어떤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킴을 뜻한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전달하고, 나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포착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언어인데, 인간이 이해하는 의미들은 대부분이 언어라는 표현매체를 통해 인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어는 대표적인 상징체(symbol system)의 하나로서 인간으로 하여금 주변세계를 파악하고 관계를 유지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의미의 주된 운반체와 해석체 역할을 하면서 상당히 오랫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 교육에 의해, 사회적 약속에 의해 언어는 가장 손쉽고 정확한 인식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렇게 손쉽고 정확하고 비교적 간단하다고 할 수 있는 언어라는 수단을 놔두고 구지 어렵고 모호하면서도 복잡다단한 ‘예술’ 특히 ‘춤’이라는 매체를 발달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춤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다시 말해서 춤의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춤에 있어 움직임은 춤이 포기할 수 없는 주된 매체이기 때문에 움직임이야말로 춤의 근원적이고 객관적인 제1의 의미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움직임 그 자체는 표현력을 지니고 있다.”는 데이빗 베스트(D. Best)의 말처럼 움직임은 지극히 표현적이다. 여기서 표현이라 함은 단순히 창작자에 의해 의도된 아이디어나 무용수의 특정 감정, 혹은 감상자가 이끌어낸 감정에 대한 표현이라기보다는 무용수의 기술과 민감성에 따라 움직임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의 표현을 지칭한다. 이 말은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움직임 그 자체는 행해짐으로써 어떤 의미를 내포하기 된다는 뜻이다. 현상학자인 그는 움직임 형태의 역동성에 주목하고 그 역동성의 힘 자체의 성질, 시공간상의 배치 등이 제공하는 이미지나 상징들을 감상자가 받아들이면서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또 수잔 랭거(S. Langer)나 넬슨 굿먼(N. Goodman)과 같은 미학자들의 주장을 살펴보아도 움직임을 언어와 함께 상징체의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춤이 의미를 지닌 대상이라는 점은 이처럼 학계에서 비교적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춤 속에 담긴 의미들을 파악하고자 하는 과정은 춤이 의미를 지닌 대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난해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문제는 3차원의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움직임을 포착해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춤은 언어처럼 구조화하기 어렵다는 점과 움직임의 의미를 다시 언어로 환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더욱더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의미들이 모두 언어로써만이 파악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학문적 논의와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언어로서의 환원은 불가피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카시러(E. Cassirer)가 이야기한 것처럼 전체적인 의미는 부분들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의미의 연구는 대상을 부분들로 구조화하고 그 관계를 살피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렇다면 춤도 언어처럼 구조적인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다면 그 의미를 포착해 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바로 이점이 우리의 관심을 기호학으로 옮기게 한다. 기호학은 개별 기호들의 의미와 각 의미들을 통합하여 범주화시키는 과정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구조주의적인 틀을 지니고 있어 대상을 분석하고 의미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이점을 지니고 있다. 본래 언어학 연구에서 시작된 기호학은 모든 문화현상을 하나의 의미체계로 보고, 그 의미체계를 구성하는 기호들을 추출해내어 기호들간의 관계를 통해 의미를 밝혀내고자 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호학적인 접근은 춤이라는 복잡 미묘한 대상을 보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의미해석의 틀을 제시해줄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의미전달의 기능을 가지는 무용작품은 하나의 자율적인 미적기호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용텍스트는 사회현상 전체 맥락의 관계로 구성된 하나의 도상·상징적 기호라 할 수 있겠다. 기호학은 예술작품을 하나의 기호로 보며 작품이 발산하는 이미지는 해석의 대상이 된다. 물리적인 외부의 대상이 인간의 마음에 이미지를 인각하는 의미작용은 지각작용으로, 대상이 자극에 의한 반응으로 마음에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의미작용은 인지작용이라 할 때, 이 인지작용에서 생성되는 이미지를 해석하려는 시도는 해석자의 위치에 따라 맥락이 형성되는 수용자 중심의 관점을 제공한다. 기호학은 이처럼 해석의 다양성과 예술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분석적이고 객관적이면서도 열린 해석을 지향하는 기호학이야 말로 춤이라는 자유분방한 예술체계를 이해하는데 훌륭한 잣대가 되어줄 것이다.

이지선(서경대 강사)




※ 비엠뉴스가(Bmnews)가 뉴스테이지(Newstage)로 2007년 7월 23일 개편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비엠뉴스(Bmnews)의 2006년 12월 13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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