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1.26 목 16:00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리뷰] 네 마음 속의 동물원,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사진_드림컴퍼니 제공

동물원과 김광석의 이야기를 다룬 쥬크박스 뮤지컬이라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고 싶어졌다. 뮤지컬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시대, 그들, 그 음악이 보고 싶어서 그랬다. 

아직도 약진하는 복고 바람


공중파, 케이블을 막론하고 충무로까지 지난 일 년 동안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대중 장르의 영상물들은 ‘복고’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1988년 쌍문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나 왕년에 유명했던 가수의 노래를 재해석한 무대로 인기를 끌었던 예능 ‘불후의 명곡’까지 미디어에 노출된 복고 바람은 아직 강세다.  

이처럼 복고를 모티브로 삼는 많은 영상물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역시나 대중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과거를 바라보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길지 않은 시간의 과거가 인간에게 큰 울림을 주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천천히, 자연스럽게 풀어내려간 작품이 있다. 왕년에 유명했던 그룹 ‘동물원’의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지난 세월에 대한 이야기, 지난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을 과거로 무전여행 보내는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이 바로 그 주역이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사진_드림컴퍼니 제공

과거를 보는 일이 왜 필요한가 


그룹 동물원의 멤버들의 실명을 기용하고, 동시대를 풍미한 가객 김광석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 이 작품은 ‘왕년에 인기 있었던’ 그룹 동물원의 멤버들이 자신들의 ‘왕년’에 대해 회상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창작자들은 이 공연을 통해 던지고자 한 메시지인 ‘과거를 보는 일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전달을 이렇게 회상의 형식을 활용했다.

음악은 과거를 기록하는 훌륭한 사관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회상의 기호로 주축을 이루는 요소는 음악이다. 동물원과 김광석의 히트곡뿐만 아니라, 당대를 주름잡던 또 하나의 인기 가수 이문세의 노래도 몇 소절씩 등장한다. 노래는 시대의 담론뿐 아니라 정서를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역사 교과서 보다 과거에 대해 강력하게 기억할 수 있는 기록이 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동물원과 김광석의 노래가 넘쳐난다. 그렇기 때문에 노래가 유난히 풍부한 이 작품은 김광석과 동물원이 활동했던 시대의 정서를 그 어떤 작품보다 강렬하게 재현해냈다고 볼 수 있다. 그 정서를 구현하는 방법 역시 동물원의 각 멤버로 열연한 인물들과 김광석 역할의 인물의 높은 연기 완성도로 인해 뛰어났다. 인물들은 노래하고 연주하는 연기를 하는지 실제로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인지 경계를 알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노래와 연주를 선보였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사진_드림컴퍼니 제공

동물원의 연습실로 그려지는 무대 공간에 세팅된 악기 구성과 다양한 음색을 가진 배우들이 연기하는 이 뮤지컬은 작품의 음악적 표현인 노래와 연주를 인물로 등장하는 배우들이 직접, 라이브로 해낸다는 점에서 매력있다. 게다가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곡의 경우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점에서 대중성 획득에도 일정부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해설자 말고 그냥 동물원 김창기로만


노래에 맞춰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다는 식의 전개는 해설자이면서 동물원의 멤버 김창기로 등장하는 배우의 설명에 의해 구체화된다. 그룹 동물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신세대에게는 김창기의 해설이 과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극적 인물이기도 한 김창기의 해설은 극적 몰입을 끊고 사건을 파편적으로 나열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부분이므로 극적 몰입을 원했던 관객의 입장에서는 해설의 역할이 거추장스러웠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사진_드림컴퍼니 제공

다큐드라마의 냄새가 나 


이 작품은 과거를 회상하는 현재로 시작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가 현재로 돌아오는 구조다. 여기서 김창기의 해설은 동물원과 김광석의 다큐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다큐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 작품은 스토리의 흐름에 과도한 픽션을 삽입하지 않고 그 시대 동물원이 활동했던 시대의 젊은이들의 고민과 일상을 가공 없이 그대로 담고자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그 점이 여타의 ‘복고’ 창작품과 이 작품의 다른 점이다.   

잔잔함 속에 숨겨진 연극적 기호, 수직적 무대디자인


복잡한 갈등과 기복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작품에서도 나름의 미쟝센은 존재했다. 그 미쟝센은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연기 구역을 수직적으로 확장한 무대 디자인을 통해 선보여진 배우들의 무대 장악에서 볼 수 있다. 작품 내에서 인물들은 저마다의 일상을 각각의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렇지만 그들이 동물원으로서 노래를 할 때는 무대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룹 동물원으로서 완전체가 될 때 각 멤버는 1층과 2층의 연기 구역 곳곳에 위치해 노래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배우들의 동선은 매우 크다. 인물의 이동거리가 길어질수록 관객은 장면과 장면 사이의 간극에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 시간은 어쩌면 작품 안에서 인물들이 넘나드는 과거와 현재의 이동 시간을 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사진_드림컴퍼니 제공

우리가 복고를 찾는 이유 


지난 시간 속 그룹인 동물원은 그들의 노래와 더불어 인간으로서 관객 앞에 돌아왔다. 그들이 돌아왔고, 돌아온 그들의 보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과 개인 자유의 균형 사이에서 번민하는 젊은이들은 관객 앞에 돌아온 동물원의 모습이자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복고에 열광하나보다. 지나간 시간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오늘의 우리도 있는 그곳이 ‘복고 드라마’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나여랑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