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은 국립극장 2014-2015 레퍼토리 시즌을 여는 작품으로 판타지 무용 신작 ‘토너먼트’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새로운 도전과 혁신적 시도로 한국무용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국립무용단은 이미 올해 초, 해외 안무가와 협연한 ‘회오리’를 무대에 올렸다. 작품은 내년 11월 프랑스 칸 국제무용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또 다른 작품 ‘묵향’은 故 최현 선생의 유작을 새롭게 재구성해 오마주했다. 이 작품 역시 내년 12월에는 프랑스 4개 도시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는 낭보를 전해준다. 이처럼 국립무용단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으며 글로벌한 무용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공연은 ‘토너먼트’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춤 대결이 펼쳐진다. 춤 대결은 마치 게임을 통해 최종 승자를 가려내는 리그전을 방불케 한다. 작품은 춤의 대립과 자연스럽게 태동하는 춤 태를 통해 한국 무용의 모던화 작업의 현주소를 가늠하게 한다.

이번 공연은 윤성주와 안성수 안무가가 안무를 맡는다. 두 사람은 한국 춤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신 전통을 만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따로 또 같이 이룬 이들의 열린 협연이 만든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토너먼트’는 따로 무대장치가 없다. 하부에서 솟아나는 이중 회전무대는 작품을 확장시키고 관객으로 하여금 우주적인 판타지를 경험하게 한다. 소행성의 또 다른 중간계는 도넛 모양으로 마지막에 솟아오른다. 무대는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늘 질서를 유지하며 그만큼의 거리에서 운행되는 유니버셜한 생태계의 판타지를 보여준다.

좌, 우 다리 막까지 모두 열린 무대는 광활한 전장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판타지 같은 게임 공간으로의 변이는 인간계와 중간계의 상상이 자유로운 무한 공간으로 이동시킨다. 무용수들은 마치 우주의 기운을 서로 주고받으며 운행한다. 이는 장기판이나 체스판 위를 무력과 지력으로 종횡무진 하는 게임 속 병마들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스토리와 캐릭터는 개연성 부분에서 다소 아쉽다. 캐릭터들 간의 대립과 반목, 투쟁 원인의 동기부여가 조금 더 친절하게 각인되면 관객은 인물들과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그들을 응원했을 것이다. 또한 관객은 순간 만들어지는 긴장과 이완의 기량(기술상의 재주), 미학과 더불어 게임 결과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체험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작품은 이야기의 서사적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함이 다소 부족했다. 비슷하게 반복되는 구성은 단지 개인기와 캐릭터 의상의 대립, 향연으로 다가왔다. 음악적으로는 인간계의 한국적인 타악 구성과 중간계의 파가니니 음악이 서로 다른 대립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음악적 완성도에서는 브랜딩을 찾기 어려웠다.

작품 안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 캐릭터들은 적합한 외형적 위용을 갖추고 있다. 아쉬운 점은 캐릭터가 춤꾼으로서 기능적으로 수려한 모습이 도드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왕’ 역의 송설이나 ‘조장군’ 역의 조재혁의 빼어난 존재감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한국적인 한국무용과 현대적인 한국무용을 충돌, 흡수하며 글로벌한 춤 언어를 구축하려 시도한다. 이러한 국립무용단의 도전과 파격적인 행보에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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