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주는 tvN ‘슈퍼디바’의 우승자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SBS ‘스타킹’에 출연해 ‘밀양며느리’로 유명세를 탔다. 향후에는 뮤지컬배우로 변신해 ‘웰컴맘’, ‘왕의나라’, ‘사랑꽃’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10년 간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살아온 그녀의 인생역전은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줬다. 장은주는 현재도 밀양과 대구, 서울 등을 오가며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9월 17일부터 공연되는 뮤지컬 ‘사랑꽃’에서 ‘한목련’ 역으로 무대에 오를 준비 중이다.

뮤지컬 ‘사랑꽃’은 2013 대국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다. 장은주는 이 뮤지컬의 초연 멤버다. 2년 전, 그녀는 작품의 제작 소식을 듣고 무작정 제작사로 찾아갔다. 밀양에서 서울까지 먼 길을 다니는 것에 지쳐,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작품을 찾던 터였다. 주어진 역은 할머니 ‘한목련’ 역이었다. 그녀는 “젊은 사람 역을 달라고 했는데 할머니 역 밖에 안 남아 있더라”며 웃었다. 이후 “테스트를 받고 정정당당히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세 가지 이야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등장하는 옴니버스 뮤지컬이다. 각각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줄기로 관통되는 줄거리다. 장은주는 이야기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실’ 역할인 ‘한목련’을 연기한다. “‘한목련’은 6.25전쟁을 겪으면서 사랑하는 남자를 잃는다. 개성으로 돈 벌러 다녀오겠다던 남자가 전쟁으로 인해 내려오지 못하게 되고 그녀는 하염없이 목련나무 아래서 기다린다. 시대의 흐름과 고통을 온몸으로 겪게 되는 여인이다.”

그녀는 처음으로 할머니 역을 맡았다. 장은주는 자신의 나이보다 훨씬 높은 연령대를 연기하는 것도 어렵지만, 노래에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녀는 “처음에는 ‘한목련’의 마음이 녹아나도록 할머니처럼 부를 것인지, 노래적으로 완벽하게 부를 것인지 고민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할머니의 마음은 아직도 어린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들을 살리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사랑꽃’은 그녀에게 도전이었다. 연습하면서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고, 연기라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모방이 먼저라는 생각에 동네 할머니들의 모습을 끈질기게 관찰하며 역할을 만들었다. 장은주는 “동네에 ‘한목련’과 굉장히 비슷한 분이 사신다. 손가락 움직이는 것부터 물건 줍는 것까지 따라했다. 오랫동안 공연하다 보니 이젠 ‘장은주’가 가진 할머니가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투리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다. 그녀는 경남 밀양에서 살고 있는 ‘경상도 사투리 네이티브 스피커’지만, 경북 지역과는 억양이 달라 디테일하게 수정하려 노력했다. 그녀는 “사투리가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르더라. 억양을 고치느라 힘들었다. ‘한목련’ 할머니는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니까 꼭 필요한 일이었다. 노력은 정말 모든 것을 극복하게 만들어 주더라”며 대구 사투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공연을 연습하며 힘들었던 점은 셀 수가 없다. 특히, 대사 없이 목련나무 주변을 돌기만 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였다. “극 중 대사가 많이 없다. 나무 주변을 하염없이 도는 데 처음엔 왜 돌아야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연습 중에 ‘왜 돌아야 하냐’며 운 일도 있었다.(웃음) 도는 장면을 연습 중인데 사람들이 웃더라. 그게 너무 싫어서 ‘왜 자꾸 돌라고 하세요!’라고 외쳤는데 눈물이 터졌다. 이 장면은 ‘한목련’이란 여인이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바람과 돌고 도는 인생을 상징하는 거라고 하셨다. 실제 공연에 올라가니 정말 이 여인이 돌고 있는 이유가 느껴졌다. 나중엔 나무를 도는 게 정말 좋았다.”

하도 허리를 굽혀 걷다 보니 공연이 끝난 후 허리를 펴기 힘들었던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그녀는 “허리를 펴는 데 한 달 걸렸다”라며 웃었다. 이어 “노래는 배에서 나오는 소리다. 근육이 우그러진 상태로 소리를 내다가 펴서 노래하니까 정말 많이 다르더라. 이러다 정말 할머니가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작품에 대해 ‘한국적 연극 패턴’이 묻어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느껴지는 ‘한’이라는 한국적 정서가 ‘눈물’과는 다르다고 말한 그녀는 “고름을 짜내다 상처가 곪으면 세월이 흘러도 완전한 살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곪은 상처가 어떤 모양이 되듯이, 뮤지컬 ‘사랑꽃’도 그런 작품인 것 같다”며 멋진 비유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장은주는 마지막으로 뮤지컬 ‘사랑꽃’을 찾을 관객에 대해 묻자 천천히 말을 꺼냈다. “쪽박 아니면 대박일 것 같다.(웃음) 우리끼리는 서로 어깨를 도닥이고 있다. 이 작품은 배우와 연출가가 자기 자식을 닿듯 힘들게 만들었다. 뮤지컬 ‘사랑꽃’은 투박한 사투리와 사람의 본연적인 슬픔, 내면 등 아주 많은 에너지가 투자되고 영글어져 만들어졌다. 사랑의 눈으로 봐주시고, 키워주셨으면 좋겠다.”

뮤지컬 ‘사랑꽃’은 9월 17일부터 9월 28일까지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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