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는 2014년 국립극단 가을마당으로 관객과 마주 한다. 2014 국립극단 가을마당은 근현대 희곡을 통해 근대를 조명해 현대사회와 현대인이 안고 있는 문제를 인과적으로 점검한다. 근현대 희곡은 연극성이 뛰어난 인물과 언어, 서사를 갖고 있다. 그 중에는 연극사적으로나 문학사적으로도 문제작이라 할 만한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다. 첫 작품은 희극작가 오영진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다. 9월 12일 개막하는 작품을 미리 살펴봤다.

21세기 이중생들을 말하다

작품은 ‘이중생’의 욕망과 삶에 초점을 맞춘다. ‘이중생’은 작품 안에서 온갖 악행으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결국 그는 모든 것을 잃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중생’의 혹독한 결말은 권선징악이라는 명제를 떠나 한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쓸쓸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욕심과 허세로 빚어진 희극적인 상황은 부메랑처럼 참담한 비극으로 돌아온다. 연극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는 ‘이중생’의 몰락을 개인의 타락에 따른 비극으로만 비추지 않는다. ‘이중생’의 삶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날카로운 충고가 돼 돌아온다.

극작가 오영진의 걸작

연극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는 희곡 ‘맹진사댁 경사’, ‘시집 가는 날’의 작가 오영진이 1949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작품은 일제 강점기 시대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꼬집으며 반일과 인간의 허욕에 대한 통렬한 고발정신을 담아내는데 성공한다. 오영진은 역사와 정치,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주로 다루어왔다. 그는 전통적 소재를 차용해 한국인의 해학과 풍자를 잘 표현한 희극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작품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사건들은 흥미롭고 리듬감 있게 전개된다. 시대는 다르지만 65년이 지난 지금도 주인공들의 면면은 우리네 모습과 닮아 있다. 연극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는 1957년 이해랑 연출, 1977년 이승규 연출, 2004년 강영걸 연출이 ‘인생차압’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적이 있다.

2014년, 김광보 연출의 감각을 덧입다

이번 공연은 연극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그게 아닌데’, ‘주인이 오셨다’ 등을 선보인 연출가 김광보가 맡는다. 그는 당시의 시대와 사회를 사실적으로 그리되 인물들의 관계와 그 내면에 더욱 집중해 특유의 세련미 넘치는 감각적인 무대로 풀어낼 예정이다.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은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희극적인 상황은 과장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이중생’ 역은 희극성과 비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정진각이 맡는다. ‘이중건’ 역은 관록의 배우 김재건이 연기한다. 이외에도 연운경, 백지원, 이소영, 양한슬, 한동규 등이 함께한다.

연극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는 9월 12일부터 9월 2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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