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살리에르’는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모티브로 한다. 작품은 한국의 HJ컬쳐 한승원 대표와 젊은 창작진이 심혈을 기울여 무대에 올랐다.

당대 최고의 궁중 음악가 ‘살리에르’는 신예 ‘모차르트’의 천재적 음악성에 경이로운 반응을 보인다. 한편으로는 그를 넘어설 수 없는 음악적 거리감에 괴로워한다. 작품은 질투심 가득한 그의 행적을 이야기한다.

‘살리에르’는 3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궁정 악장이라는 명예로운 직함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을 것이다. 그는 어느 날 예기치 않게 출연한 젊은 작곡가에게 상위 0.1%의 능력과 권위를 먹칠 당한다. 심지어 그의 음악적 후광에 가려 ‘밀려난 듯’ 한 기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한다.

그는 ‘모차르트’의 등장으로 2인자로 전락해야 하는 차가운 현실을 거부하고, 자신의 권위와 위상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작품은 그런 ‘살리에르’가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일말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심리적 불안과 그에 수반되는 잔인한 행동의 결과에 대한 상상적 유추를 무대화한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영화 ‘아마데우스’와 뮤지컬 ‘모차르트!’를 통해 익숙해진 당대의 음악과 인물에 대한 외형적 이미지에 그치지 않는다. 작품은 시대를 넘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근원적 욕구와 욕망, 그리고 성인과 범인을 넘어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지만 결코 드러내지 않으려는 ‘질투심’의 내면을 부각시킨다. 그 내면적 본질의 자아는 주체로서의 질투의 본질로 표면화된다. 작품은 이를 통해 심리적 불안과 인간성의 지독한 단면을 추적한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당시 화려한 궁중 음악이 만연하던 시대에 일상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모차르트’의 신비롭고, 새로운 음악적 파괴와 일상의 유희를 가미해 오히려 신선한 음악적 충격을 전해준다. 심지어 그동안 격식으로만 치장돼 있던 것 같은 모든 곳에 활력이 넘친다. ‘살리에르’는 아무리 거부하려 해도 그러한 반응과 현상에 대한 본질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작품은 ‘살리에르’ 내면에서 용솟음치는 심리적 불안, 존재에 대한 모멸감을 타오르는 질투와 병적인 집착으로 구체화한다. 어느새 무대는 이를 입체화 시킨다.

비정형 선율과 더불어 악기에 캐릭터의 정서를 투입한 음악적 대립과 구성은 캐릭터의 심리적 흐름을 부각시킨다. 음악은 텍스트의 상황적 정서를 환기시키거나 끌어올려 요동치는 듯 잔잔하며, 풍성하고 세련된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안무는 텍스트와 캐릭터의 정서를 전략적으로 배치해 영리하기까지 하다. 연출은 모든 것을 아우르며 흡수시켜 구체화된 작품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작품은 연출의 힘으로 같은 소재이지만 뮤지컬 ‘살리에르’만의 세련된 언어를 찾아낸다.

배우들의 호연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의 미덕 중 하나다. ‘살리에르’ 역은 배우 최수형이 맡는다. 그는 그동안 선 굵은 연기와 노래로 이미 그 실력을 검증받았다. 최수형은 이번 작품에서 인간 내면의 심리적인 변화와 갈등을 머리만이 아닌 손끝을 비롯해 온몸으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때로는 포효하듯 ‘절창’을 통해 세련된 에너지를 구사한다. 조형균은 ‘살리에르’의 실질적 자아이기도 한 ‘젤라스’로 분한다. 그는 그동안 맡은 작품에 대한 성실한 자세와 나날이 향상되는 음악과 연기적 내공을 바탕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미친 존재감을 뽐낸다. 그의 존재감이 작품의 중심축을 잡아 주고 있다.

무엇보다 ‘모차르트’로 분한 박유덕의 섬세한 표정과 적극적인 에너지는 작품과 캐릭터에 적합한 극성과 극태로 발현된다. 그의 기교는 주요 캐릭터와 적극적으로 융화하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는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아픔과 천재의 광기가 다른 캐릭터와 부딪히거나 흡수되며 아주 적절하게 빛을 발한 것이다. 세 남자에 가려진 듯 보이는 ‘카트리나’ 역의 곽선영과 ‘테레지아’ 역의 이민아도 모나지 않으면서도 감칠맛 나게 우아한 존재감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7월 22일부터 8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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