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이하 KIMDC)가 7월 22일(화)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경연에서는 10개국 100여 명의 무용수가 참여해 ‘젊음’과 ‘열정’을 뽐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윤주는 ‘침묵의 칼날’로 주니어 금상을 수상했다.

이윤주는 질끈 동여맨 머리, 흑과 백의 대비가 돋보인 차림으로 무대를 활보했다. 얼굴에는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났고 동작 하나하나에는 그녀만의 감정이 담겨 전달됐다. 작품은 심사위원의 마음도 사로잡아 주니어 금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7월 22일(화) 오후에 만난 그녀는 수상 소감을 묻자 “이제 1학년이라 수상은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라며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남모를 아픔과 노력의 결과 ‘금상’

수상 소감을 묻자 그녀는 벅찬 감동을 다시 한 번 재현했다. 이윤주는 “그냥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콩쿠르에 참여했어요.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 기분이 좋아요. 처음에 결과를 보고 많이 울었어요.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침묵의 칼날’은 그녀에게 어떤 작품일까. 이윤주는 연습 당시를 떠올리며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안무 선생님도 저를 가르치느라 힘들어했어요”라고 답했다.

작품은 그녀의 한계치를 깨닫게 해준 동시에 다시 일어날 힘을 전해줬다. 최근 그녀는 남모를 시련을 겪었다. 이윤주는 “학교 언니들과 함께 ‘동아무용콩쿠르’를 준비했어요. 아쉽게도 예선에서 탈락했어요. 예선 탈락 소식에 ‘지금까지 난 무엇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었지만 이번 콩쿠르를 위해 털어내고 연습에 매진했어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보여준 씁쓸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서울예고 1학년인 그녀는 여느 고등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풋풋하고, 호기심 많고, 때로는 부끄러움을 동반한 겸손까지 갖추고 있었다. ‘침묵의 칼날’을 선보이던 댄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작품 소개를 부탁하자 그녀는 “제 이미지가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인가 봐요. 안무 선생님이 그런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며 만들어준 작품이에요”라고 운을 뗐다. “제 작품에서는 부드러움을 찾아볼 수 없어요. 조명도 차가운 느낌을 주기 위해 파란색을 사용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침묵의 칼날’은 그녀의 동작과 표정으로 채워졌다. 관객을 마주한 이윤주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고 점점 무르익어 갔다. 그녀는 안무 선생님이 던진 한마디에 매일 같이 표정 연습을 했다. 획일화된 무용은 보는 이에게 피로감을 더한다. 이윤주는 피로감이 아닌 새로움을 전해줄 그녀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그녀는 “나름대로 표정을 연구했어요. 인상을 써야 하는 순간에는 확실하게 인상을 썼어요. 작품 표현에 필요한 표정은 매일 같이 따로 연습을 많이 했어요”라고 좋은 결과를 낸 노력을 살포시 펼쳐놓았다. 선생님은 살짝 던져줬을 뿐인데, 그녀는 홀로 노력하고 더 큰 결과를 이뤄냈다.

더 높은 비상(飛上)을 위한 기본 다지기

이윤주는 6살 때 무용을 시작했다. 처음 무용을 제안한 것은 ‘부모님’이었다. “6살 때 어머니가 살찌지 말라고 무용을 시켰어요. 어머니의 제안으로 무용을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재미있어 지금까지 하게 됐어요. 벌써 11년째 쉬지 않고 무용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시작은 어머니의 권유였지만 지금의 그녀를 만든 것은 무용의 ‘재미’였다. 이윤주는 “춤을 추지 않으면 내가 하루 동안 무엇을 했나 싶을 정도로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요. 몸을 움직여야지 무엇을 한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그녀에게 앞으로 어떤 무용수가 되고 싶으냐고 묻자 “다양한 시각으로 춤을 즐기고 사랑하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외국에 나가 공연도 많이 보고 싶지만 아직은 열심히 기본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열심히 학교생활 하면서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워나갈 거에요”라고 소소한 꿈을 펼쳐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무용수로서의 신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한참을 골몰하다 “아직은 신념이라든지, 철학이라든지 깊게 생각한 적이 없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윤주는 주어진 길을 걷고, 해야 할 일을 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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