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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Flashback. 44] 발끝으로 찍어낸 비극…유니버설발레단 ‘지젤’

발레 ‘지젤’은 낭만발레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시인이었던 ‘테오필 고티에’가 처녀 귀신 ‘윌리’에 영감을 받아 쓴 이야기를 토대로 하는 만큼, 서정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동시에 품는다. 메마르지 않는 시인 영감처럼, 언제나 발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장 코라이, 쥘 페로가 안무한 작품은 1841년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했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1985년 리틀엔젤스예술회관에서 공연된 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문훈숙 단장에게 ‘영원한 지젤’이라는 찬사와 명예를 안겨준 것도 바로 이 작품이다.

한국 관객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손꼽히는 ‘지젤’은 사랑스럽고 천진한 설렘으로, 때로는 폭발적인 광기로, 때로는 처연한 슬픔으로 객석을 물들인다. 1막 지젤과 알브레히트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풋사과처럼 상큼 달콤하다. 가벼운 발놀림과 경쾌한 춤사위는 사랑이 꽃피는 축제의 한 가운데로 객석을 초대한 듯 설렘 가득하다.

‘지젤’의 하이라이트는 ‘지젤’이 사랑하는 남자가 귀족이자,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광기에 몸부림치는 장면이다. 심장이 약한 ‘지젤’은 목숨을 잃게 되는데, 그 과정까지의 심리변화가 가히 ‘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 감의 연기를 보는 듯 압권이다.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와 섬세한 심리를 녹여낸 안무는 왜 ‘지젤’이 여자무용수의 ‘꿈’인지 짐작하게 한다. 축 늘어뜨리거나, 칼끝을 손에 잡은 채 방황하는 ‘지젤’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의 끝을 놓아주지 않는 명장면이다.

2막의 하이라이트는 ‘발레블랑’(백색발레)이다. 팔꿈치를 사용해 처연하게 들어 올리는 두 팔은 현실 같지 않고, 새벽 공기처럼 무대를 종횡하는 ‘윌리’들은 바스러질 듯 희미하다. 절제된 ‘윌리’들의 표정과 다양한 수평적 대형은 ‘환영’의 세계를 몽환적으로 구축한다. 죽어서도 연인을 지키려는 ‘지젤’의 숭고한 사랑은 그 속에서 ‘환영’보다 더 꿈꾸는 듯한 ‘환영’으로 가슴을 아프게 긋는다.

이 장면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미 군무로 유명세를 떨친 유니버설발레단은 유연하고도 절제미 넘치는 몸놀림으로 빈틈없는 안무 대형을 구성했다.

 

이번 공연은 세밀한 음악이 발레 보는 재미를 더했다. 지휘를 맡은 미하일 그라노프스키는 볼쇼이극장, 예카테린부르크, 멕시코 국립예술극장, 미하일로브스키 극장 등에서 지휘를 이어온 지휘자다. 그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케스트라는 풍부한 강약 조절로 극 전체의 리듬감을 살려냈다.

올해는 강미선, 김채리, 이용정 등이 새로운 ‘지젤’로 이름을 올렸다. 이 무대로 처음 ‘지젤’ 데뷔를 한 솔리스트 김채리는 1막에서 부상 후 복귀공연인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벼움 몸놀림과 원숙한 연기를 펼쳤다. 1막 솔로 바리에이션에서 있었던 실수와 지젤의 ‘광기’ 장면에서의 폭발력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전반적으로 고른 연기력을 선보이며 새로운 ‘지젤’의 탄생을 알렸다.

파트너 이동탁의 질주는 놀랍다. 시원시원한 점프와 흔들림 없는 푸에테, 탄력이 넘치는 모든 동작은 군더더기가 없다. 사랑에 빠진 청년, 사랑을 잃은 슬픔에 절규하는 남자를 넘나드는 연기력도 한층 더 넓고 깊어졌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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