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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격 아닌 클래식을 기대하라, 뮤지컬 ‘오필리어’

 

셰익스피어가 450살을 맞아 새까만 후배들에게 크나큰 생일선물을 요구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셰익스피어 재해석 또는 헌정 공연 소식에 그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왁자지껄한 축제 분위기에서 한 여자가 대차게 ‘이미지 변신’을 선언했다. 청순, 정숙, 가련, 조신 등 따지고 보면 같은 말들로 전신을 휘감은 만인의 연인, 햄릿의 그녀 오필리어다.

 

5월 16일부터 25일까지 짤막하게 관객을 만난 뮤지컬 ‘오필리어’는 배우이자 연출가인 김명곤이 5년여의 창작기간 끝에 내놓은 야심작이다. 결론적으로는 이 작품이 10년만 먼저 나왔어도 지금보다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랑에 적극적인 여성’의 이미지는 그간의 대중예술에서 이미 너무 많이 소비되었다.

 

‘오필리어’여,

복수냐 사랑이냐 정말 그것이 문제입니까?

 

덴마크에 새로운 왕이 즉위한 후, ‘오필리어’의 꿈에 선왕(先王)이 나타난다. 그녀는 꿈속에서 온몸이 피로 물든 선왕의 모습을 이상히 여겨 ‘햄릿’에게 왕궁의 비밀을 묻지만 대답을 듣지 못한다. ‘클로디어스’와 ‘거트루드’의 결혼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기로 한 ‘오필리어’는 광대들을 불러 꿈 이야기를 연극으로 꾸며낸다. 집으로 돌아온 ‘오필리어’는 갑자기 ‘햄릿’의 손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복수를 결심한다. 쌍둥이 형제 ‘레어티즈’로 변장한 ‘오필리어’는 ‘햄릿’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두 연인은 서로의 진심을 알지 못한 채 칼을 겨눈다.

 

작품은 셰익스피어 불후의 명작 ‘햄릿’을 그의 연인 ‘오필리어’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창작뮤지컬이다. 원작의 주인공 ‘햄릿’의 그늘에 가려져 수동적이고 애처롭게만 그려졌던 ‘오필리어’를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사랑을 받기만 하던 여인에서 사랑을 주는 여성으로, 쌓이고 쌓인 오해의 끝에서 목숨을 잃은 가련한 소녀가 ‘복수’라는 과업을 가진 한 인간으로 거듭났다.

 

새로 태어난 ‘오필리어’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하지만 매력적이지는 않다. 문제는 그녀가 사랑에 울고 웃는 원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이다. 작품은 두 연인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햄릿’을 향한 ‘오필리어’의 복수와 ‘클로디어스’를 향한 ‘햄릿’의 복수가 모두 멈춰진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복수냐 사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결국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견줄만한 무게를 짊어지지 못했다. 고전의 재해석이 늘 파격적일 필요는 없으나, 원작의 많은 부분을 손댔다면 ‘신선한 충격’ 정도는 제시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클래식의 미학:

고전의, 고전에 의한, 고전을 위한 뮤지컬

 

작품의 연극적 상상력은 다소 헐겁지만, 음악적 완성도는 이를 상쇄할만하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제외한 모든 악기는 최소한으로만 쓰인다. 두 악기의 협연은 정통 클래식이나 오페라에서 만날 수 있는 화려한 테크닉으로 공간을 압도한다. 주제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음악 장르도 귀를 즐겁게 한다. ‘오필리어’가 강물에 몸을 던지기 전 노래하는 ‘흘러가는 저 꾀꼬리’는 얼핏 ‘황조가’와 ‘공무도하가’를 떠올리게 하는데, 국경을 막론하고 전해 내려오는 고전의 이심전심이 돋보인 재치 있는 시도였다.

 

‘햄릿’의 여인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 왔다. 대표적으로 배삼식 작가가 2008년 연출 데뷔작으로 내놓은 연극 ‘거트루드’는 ‘왕비가 독배를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기묘한 상상에서 출발했다. 작품은 ‘독배’라는 오브제에 인물의 ‘자유의지’를 투영하며 코미디와 비극을 자유롭게 변주했다. 하지만 뮤지컬 ‘오필리어’는 모든 드라마를 캐릭터로만 설명하려는 한계에 부딪혀, 꽤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극적인 요소를 더욱 보강하거나 음악극의 형태로 다시 만난다면 반가울 것 같다.

 

 

 

노오란 기자 newstae@hanmail.net

사진_아리인터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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