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에 근무하는 전○○ 팀장은 최근 두통과 소화불량 증세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의사로부터 간단한 처방을 받았지만, 그의 증상은 약을 먹을 때만 잠시 호전되었고 다시 재발하곤 했다. 결국 전 팀장은 큰맘 먹고 월차를 내 자세한 내과적 검사를 받게 되었다.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 위 내시경, 브레인 CT까지 포함된 비교적 자세한 정밀검사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검사결과에서는 아무건 이상이 없었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의한 증상이라는 결과만 가지고 돌아왔다. 또다시 회사 업무에 매달리던 전 팀장의 증세는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점차 회사업무에 집중을 하기 어려워지고 머리가 혼란스럽기도 했다. 또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다시 병원을 찾았고, ‘직장인 우울증’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직장인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원래 우울증이란 정신의학적 질환의 하나다.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며, 여러 가지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직장인 우울증’이란 이러한 증상들이 직장에만 나가면 생기는 현상이다. 우울증은 정식적인 현대 의학적 질환명이지만, ‘직장인 우울증’은 새롭게 탄생한 신조어로서 정식 등록된 질환은 아니다. 평소에도 항상 의욕저하와 우울감이 있다면 진정한 우울증의 증상으로 보고 있지만, 직장에 나가거나 업무와 관련된 상황에서만 증상이 나타난다면 ‘직장인 우울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한 명이 직장인 우울증의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놀랍고도 심각한 결과가 나와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직장인 우울증을 가지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직장 내 스트레스다.

직장 내 스트레스는 첫째,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다. 직장 상사, 동료와의 갈등이 원인이 된다. 둘째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과도한 업무에 대한 육체적 정신적 부하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셋째는 성과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목표달성에 대한 압박감과 또 개인적인 미래의 생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 ‘직장인 우울증’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 자신감이 떨어지고 건망증도 생긴다.

- 소화가 안 된다.

- 위산이 역류한다.

- 잠이 잘 안 오거나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 목과 어깨가 뻐근하며 두통이 자주 생긴다.

- 장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나 변비와 같은 장의 기능장애에 의한 증상이 생긴다.

- 가끔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거나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직장인 우울증의 예방과 극복법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이 호르몬들이 대사되는 많은 필수 영양소가 급격하게 소모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과 마음은 더 힘들어진다. 이때 소모되는 대표적인 영양소는 비타민 C와 마그네슘이다.

‘직장인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과일과 야채뿐 아니라 필요하면 비타민 C 보충제를 꾸준히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그네슘이 감소하면 근육이 굳어지고, 두통이나 불안감도 자주 생기게 된다. 마그네슘이 풍부한 다시마, 해조류를 많이 먹으면 좋다.

스트레칭과 심호흡을 통해서 근육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시간을 매일 10분씩이라도 꾸준하게 갖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서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를 낮출 수 있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 감정 때문에 스스로 괴롭힐 필요는 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괴롭고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상황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그 상황 때문에 생긴 나의 감정들이 나를 괴롭힌다. 즉 상황 때문에 화가 나거나, 불안 또는 우울해지는 부정적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판단할 것은 ‘내가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니면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인지’다. 만일 내가 바꿀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열심히 노력해서 나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상황을 다른 관점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서 나의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 자신이 덜 힘들고,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즉,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볼 필요가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라. 사소해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내 삶에서, 진정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서 생각하기 어려우면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면서 함께 생각해 보는 것도 아주 좋다.

이 과정을 통해 점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이라도 시작해 볼 수 있다. 또 더욱 좋은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내가 하고 있는 업무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똑같은 일이지만, 일에 대한 관점이 바뀔 수 있다. 일에 대한 의욕이 생기고 더 큰 좋은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동환 rivers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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