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레미제라블’과 함께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1998년 프랑스에서 프랑스의 대표 극작가 뤽 플라몽동과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 질 마으 연출가가 초연했다. 작품은 16년 동안 변함없는 인기에 힘입어 세계 여러 곳에서 공연되고 있는 송 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이다.

작품의 스토리는 원작과 같이 1482년 파리를 뒤흔들었던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로 점철된다.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 프롤로 주교와 페뷔스 그리고 콰지모도의 집착과 욕망, 엇갈린 사랑의 숙명적인 비극을 그대로 뮤지컬로 가져온다. 극적 정서를 리드하는 아름다운 노래로 새롭게 옷을 입히고 대형 성당의 석탑과 종, 석상들의 활기차고 스무스한 운용과 쏟아지는 찬란한 조명, 놀라운 공중곡예, 비보잉과 아크로바틱의 현란하고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로 뮤지컬만의 놀라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200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당시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그해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이었다. 2013년 9월에는 5년 만에 재공연되며 그 인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해를 넘겨 2014년 2월, 이번 서울에서의 단 8일간의 앙코르 공연은 여전히 팬들의 뜨거운 호응과 관심으로 객석과 무대의 열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국내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아름다운 선율과 빼어난 음악이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이다. 원작의 힘에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더한 철학적인 가사,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사랑과 욕망, 질투에 의한 숙명을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애절한 서사가 예술적 깊이를 선보인다. 장엄하고 놀라운 무대, 그리고 싱어와 댄서를 구분하여 각 파트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게 하는 독특한 구성과 뜨거운 에너지가 무대와 객석을 하나 되게 하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음악은 라이브 오케스트라로 진행하지 않고 엄청난 사운드의 MR로만 구성된다. 전반적인 음향과 음악적인 요소는 더러 넘치는 감도 있지만 그것 또한 프랑스 뮤지컬의 독특함으로 익숙하게 다가온다. 싱어들의 노래 또한 최고의 열정으로 최선을 다해 절창하는 에너지가 보기 좋았다. 지나치게 샤우팅으로 내뱉는 벨팅 가창은 화성의 브랜딩을 통한 음악적 아름다움을 떠나 있는 듯해 조금은 거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의 열정적 에너지로 느낄 수 있었다.

싱어들의 드라마와 캐릭터에 준하는 동선과 움직임의 등퇴장이 극적 상황과 정서에 맞게, 개연성 있고 유기적으로 배치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몇몇 캐릭터는 마치 자기 자리를 찾아가서 끝내고 퇴장하는 듯한 인상도 지울 수 없었다. 1998년에 느꼈던, 세종문화대극장을 가득 채운 장엄하고 입체적인 무대는 투어 버전으로 바뀐 것인지 다소 밋밋하고 평이했다. 거대하고 입체적인 느낌은 줄고 조명 또한 바닥에 던지던 독특한 문양의 고보와 현란하게 쏟아지던 무빙 라이트의 강렬함이 다소 누그러졌다. 하지만 여전히 블루톤의 조명을 쓰며 심리적이고 드라마의 상황을 리드하는 상징적 상태를 만들어내며 독특하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에스메랄다’ 역의 윤공주는 캐릭터에서 유추할 수 있는 집시여인의 자유분방함과 열정을 뽐냈다.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사랑만 있으면 더 이상 바라는 것도 없고, 그 어딜 가더라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녀의 노래, 연기, 춤은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동화되며 모든 것을 흡수하고 친화하였으며 집시 여인 특유의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작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통해 한껏 성숙해진 뮤지컬배우로서 입지를 굳힌 문종원은 집시들의 리더 ‘클로팽’ 역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온몸으로 토해내는 듯한 열정적인 가창과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으로 확연하게 시선을 잡고 단단히 제 몫을 해주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날 ‘콰지모도’ 역을 맡은 홍광호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한국 뮤지컬계에 길이 남을 최고의 명품 아리아의 기념비적인 한 획을 보여준 듯했다. 그의 성숙한 가창에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 뮤지컬배우 홍광호’의 자긍심과 자존감으로 이제 곧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공연하게 될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에서도 무대를 압도하는 그의 가창력과 음악적 해석은 빛을 발하리라 믿는다.

한국 공연계에 프랑스 뮤지컬 신드롬을 일으키며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다음 한국 공연이 벌써 기다려진다.

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마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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