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해온 국내 첼리스트 13명으로 구성된 첼로앙상블이 탄생했다. ‘첼리스타’란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앙상블의 구성원은 박상민(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을 주축으로 김민지(계명대학교 교수), 주연선(서울시립교향악단 첼로수석) 등 실력파 첼리스트들이다.

김민지는 현재 계명대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기 말이라 학생들 성적을 관리하고 연말 공연에도 참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에게서 지난 10월 결성한 ‘첼리스타’와 첼리스트로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언제 첼로를 시작했는가?

7살 때 처음 시작했다. 아버지가 취미로 첼로를 배우셨는데 레슨 받으실 때마다 따라 들어가 첼로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흥미가 생겨 시작하다 12살 때 전공을 목적으로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부모님께선 그냥 계속 취미로 배우라 하셨지만 첼로가 제일 좋고 편해서 첼리스트의 길을 가고 싶었다.

- 교수와 첼리스트의 길은 많이 다를 것 같은데.

교수로서 내가 지닌 경험과 지식, 노하우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뿌듯하다. 보람되고 즐겁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에게 끼칠 영향을 생각하면 굉장한 책임감이 따른다. 첼리스트는 내 생각을 연주로 들려줘야 하는 직업이다. 연주할 때는 연주가의 색깔이 확실히 나와야 한다. 첼리스트와 교수의 역할이 비슷하면서도 상충하는 것 같다.

- 다양한 악기 중 첼로만의 매력은?

단연 소리다. 다른 악기보다 저음에 가까워 듣기 편하다. 첼로 소리는 사람 목소리와 가깝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다른 관현악기보다 청중에게 더 쉽고 편하게 다가간다. 첼로의 매력은 악기를 안고 있으면 편안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아 연주하기 딱 좋은 사이즈다.

- 첼리스트로서의 고비나 슬럼프는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콩쿠르와 연주 공연이 많았던 20대 초중반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문득 감정 없이 기계처럼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애정을 느끼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연습해오던 익숙한 악보를 그냥 연주하는 기분이었다. 콩쿠르는 그동안 연습한 것을 바탕으로 실력을 평가받는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당시 나의 인생이 콩쿠르 위주가 되다 보니 내 색깔을 찾기보다는 심사위원 입맛에 맞추려 노력했다. 이것을 깨닫자 갑자기 길을 잃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가 가장 고민이었다. 슬럼프는 고민거리를 주었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중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어려워한다. 어떻게 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은 자신과 동떨어진 세계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중매체에서 접하기 힘든 생소한 장르인 것은 맞다. 생소하니까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듣고 두 번 듣다 보면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클래식에 정답은 없으니 자신이 느끼는 대로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물론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의 노력도 중요하다.

올해 있었던 독주회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해 봤다. 연주 전에 관객들에게 곡에 대한 설명과 이러한 곡을 선택한 이유 등 작품 설명을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었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연주를 듣기 전에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들으니 곡 이해가 훨씬 쉬웠다’고 전했다. 앞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많은 연주자들도 이런 코너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 지난 10월, 지금의 ‘첼리스타’ 모든 멤버와 함께 무대에 선 적 있다.

오랫동안 계획하고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다. 첼리스트 13명의 멤버를 모으는 것도 힘들었다. 연주 실력뿐만 아니라 멤버들 간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끝에 첼로앙상블 ‘첼리스타’가 탄생했다.

10명이 넘는 첼리스트가 함께할 수 있는 곡이 거의 없다. ‘첼리스타’에는 편곡자가 있어 우리에게 맞게 곡을 재작업한다. ‘첼리스타’만의 특징은 여러 악기로 표현되는 소리를 오직 첼로로만 연주한다는 것이다. 같은 악기로만 앙상블을 이루니 소리가 편안하고 융화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0월 6일,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첫 무대를 선보였는데 신선하고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앞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앞으로 공연계획은?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송년음악회’가 12월 26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린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비올리스트 이한나 등과 함께 협연 무대를 가진다. 내년에는 첼로 앙상블 ‘첼리스타’가 정기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정기공연 준비와 함께 지방 투어 공연도 구상 중이다. 지방에도 ‘첼리스타’의 매력을 알려 첼로앙상블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김민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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