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BS ‘스타킹-키워주세요’ TV 프로그램에 무용 샛별 석예빈이 출연했다. 그녀는 한국무용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무용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하여 발생한 모든 종류의 무용을 일컫는다. 서양 무용에 비해 정적이고 신체의 노출을 금기시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한국무용은 호흡 하나에도 감정을 실어서 표현하는 것이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한국무용계의 샛별인 석예빈의 이름을 처음 알린 것은 2002년도였다. 당시 6세였던 그녀는 ‘미주 100주년 기념공연’ 무대에 올라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3년에는 ‘한일 월드컵 개막식 축하공연’ 무대에 올랐고 2004년에는 8세의 나이로 국립국악원 최연소 개인 발표회 무대도 가졌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더 많다는 석예빈에게 한국무용과 무용수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최근 ‘댄싱9’, ‘스타킹’ 등에 참가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주위 반응은 어떤가.

방송 출연 후 친구들이 가장 신기해했다. 학교에서만 보던 친구가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춤을 추니 어색했나 보다. 한국무용이 그렇게 재밌는 것인지 몰랐다는 반응도 많았다. 공연 섭외도 많이 들어오고 주위에서 많이 알아주니 기분 좋다. 무엇보다 평소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 혼자 하는 기분이었는데 최근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같아 보람 있다.

- 언제 처음 무용을 시작했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영상을 보니 3살 때부터였다. 어머니가 한국무용을 하셔서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어머니 옆에서 보고 듣는 것이 한국무용이다 보니 나도 따라 춤을 췄었다. 아버지가 늦게 집에 돌아오시면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버지에게 춤을 보여드리곤 했다. 내게 춤은 부모님께 자랑하고 칭찬받게 해주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한국무용수의 길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아셔서인지 처음엔 많이 말리셨다. 하지만 내가 춤을 무척 좋아하자 그때부터 어머니가 본격적으로 내게 춤을 가르쳐주셨다.

- 어머니에게 배웠으면 괜히 서운했던 적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한국무용을 하셨다. 예전부터 주로 어머니께 무용을 배웠고 지금도 어머니가 나의 무용 스승님이시다. 어렸을 때부터 배워서 그런지 서운한 건 없다. 가르치고 배울 땐 스승과 제자의 선을 분명히 지키고 수업이 끝나면 화목한 엄마와 딸로 돌아온다.

- 가족이 모두 예술을 한다고 들었다.

아버지는 무대 연출을 하신다. 어머니는 한국무용을 하시고 오빠는 장구와 북을 친다. 예전에 어머니 무용 발표회 때 아버지가 연출을 맡으시고 오빠가 반주하고 어머니와 내가 춤을 추며 함께 무대를 만든 적이 있었다. 지금은 가족이 모두 바빠서 힘들지만 언젠가 다시 가족이 함께 만드는 공연을 열고 싶다.

- 7살 때 무용가 故최승희의 춤을 완벽 재연했는데.

그 당시엔 부모님의 추천으로 故최승희 선생님의 춤을 배우게 됐다. 배우고 나서 보니 선생님은 100년 전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한국무용을 알리셨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향후 선생님 춤을 모티브로 해서 새로운 색깔을 입힌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다.

- 어렸을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무용 신동’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실 부담이 되긴 했다. 어렸을 때부터 무대에 서고 주목을 받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예빈이는 언제나 잘하겠지’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말들이 부담의 무게로 다가올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지금도 열심히 잘하고 있으니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인 것 같다. 앞으로는 이러한 기대를 부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내 실력보다 뛰어난 사람은 수없이 많다. 이 실력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현재 내 또래들은 한국무용 연습을 입시에 초점을 맞춘다. 똑같은 것을 배우고 똑같은 것을 연습해서 춘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가둬두는 친구들이 많다.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가 다른 것이니 아무도 틀린 것은 아니다. 나는 색다른 시도를 하고 변화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이미 많이 알려졌는데 ‘스타킹’에 나간 이유는?

보통 ‘한국무용’ 하면 부채춤 같은 것만 생각한다. 한국무용에도 전통, 고전, 창작 등 여러 갈래가 있다. 한국무용이 딱딱하고 무겁지만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한국무용도 다양한 장르와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무용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 또래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학교 친구들은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고 나는 한국무용을 집중해서 한다. 아무래도 집중하는 분야가 다르다 보니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분야의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래서 딱히 스트레스는 안 받는다. 하루 종일 무용 연습을 하는 것은 아니어서 시간이 날 때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 앨범을 2장 냈던데, 목소리가 아주 좋더라.

어렸을 때 소리꾼 장사익 선생님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아버지의 추천으로 앨범까지 내게 됐다. 노래는 가사로 감정이나 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 표현이 더 잘됐다. 무용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분야라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도전하고 싶다.

- 무대에서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자신만의 비법이 있나?

연습할 때는 그런 표정이 안 나와서 걱정을 많이 한다. 아마 무대 밖에서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그러다 무대에만 서면 감정이입이 잘 돼서 나도 모르게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것도 몰랐던 어렸을 때부터 무대에 섰던 영향이 큰 것 같다.

- 석예빈에게 한국무용이란?

한국무용은 말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무용수가 호흡이나 선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어렵고 힘든 일이긴 하다. 하지만 오히려 말이 없으니 숨죽이고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내게 한국무용은 일상이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해오던 것이고 앞으로도 평생 할 것이다. 슬럼프가 와서 다른 장르에 눈길을 돌리기도 했었지만 결국엔 다시 춤을 추고 있었다. 한국무용은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함께하는 소중한 가족 같기도 하다.

- 대중들은 한국무용을 어려워한다.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한국무용도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무용을 바탕에 두고 한국무용, 발레, 케이팝 등의 다른 장르를 조화롭게 버무려야 한다. 한국무용도 ‘이렇게 변화할 수 있구나’라고 인식 전환을 시켜주고 싶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대중들과 더 가까이에 있을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팝핀’이라는 장르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처음이어서 혹시 안 어울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많이 했었다. 국악에 맞춰 함께 호흡하는데 정말 색달랐다. 전혀 다른 색깔의 장르가 이렇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앞으로 한국무용과 어울릴만한 색다른 장르를 찾아내어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다. 새로운 작품 계획은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아마 내년쯤에 새로운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 설 계획이다.

나의 최종 목표는 나만의 작품을 가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한국무용을 알리는 것이다. 전 세계에 알리기에 앞서 먼저 우리나라 사람들과 충분한 소통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한국무용이 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할 계획이다.

김민음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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