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서울무용제’가 10월 29일 저녁 7시 30분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개막식은 각계를 대표하는 내빈들과 무용인들, 관객이 함께해 발 디딜 틈 없는 성황을 이뤘다.

‘서울무용제’는 대한민국 무용계의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곳이다. 1979년 ‘대한민국 무용제’로 시작해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경연 축제다. 세 가지 장르를 통틀어 펼쳐지는 경연이기 때문에 무용인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 사회는 국립무용단 주역무용수 조재혁과 대전대학교 서은정 교수가 맡았다. 두 사람은 빈틈없고 차분한 진행으로 개막식을 이끌었다. 본격적인 행사의 시작은 ‘태극취타대’가 열었다. ‘태극취타대’는 웅장한 국악 선율로 관객을 압도했다. 이들이 선보인 ‘화광연희’는 2012년 세계사물놀이겨루기대회에서 버금상을 받은 총체 대합주곡이다. 약 40명의 단원이 빼곡하게 무대를 채워 개막식에 어울리는 흥겨운 무대를 선보였다.

이어 김복희 이사장의 개회 선언이 이어졌다. 김복희 이사장은 단상에 올라 관객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뒤 마이크 앞에 섰다. 그녀는 “‘서울무용제’ 34년의 의미는 대단하다”는 말로 첫 인사를 건넸다.

김복희 이사장은 “‘서울무용제’는 역사가 깊다. 사람의 나이가 34살이면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행사가 34년을 이어왔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다. ‘서울무용제’는 유유히 흐르는 강과 같다. 명작무 초청공연 중에 1949년 공연된 김상규 선생님의 ‘화랑’이라는 작품이 있다. 사진 속에 김상규 선생님이 속옷 하나만 거치고 화관을 머리에 쓰고 계신다. 당시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실험 정신이 지금 한국 무용계의 힘과 바탕이 되지 않았나 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지는 ‘서울무용제’다. 앞으로 이 강물이 끊이지 않고 흐르길 바란다”며 개회 소감을 전했다. 곧이어 ‘개회를 선언합니다’라는 그의 외침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폭죽이 객석을 울렸다.

개회 선언의 여운이 마무리되자 내빈 소개가 이어졌다. 이날 내빈으로는 한국공연예술센터 박계배 이사장과 한국연극협회 윤봉구 이사장, 한성기업 임우근 회장, 혼다코리아 정우영 대표, 한순옥 고문관, 리틀엔젤스 정임순 단장을 비롯해 원로무용자들과 대한민국예술원의 회원 등 굵직한 한국 무용계 인사들이 함께했다.

내빈 대표로는 한국공연예술센터 박계배 이사장이 축사를 전했다. 그는 “군대 안 간 남자무용수들이 가장 기다리는 축제, ‘제34회 서울무용제’를 축하드린다”는 농담 섞인 인사로 부드럽게 축사를 시작했다. 이어 “‘서울무용제’는 순수무용의 모든 장르를 포함하는 축제와 경연이 이뤄진다. ‘명작무’의 중견 무용가들과 패기 넘치는 신인 무용수들이 함께하는 자리다. 이번 축제가 무용의 대중화에 기여하기 바란다”며 “무용은 ‘피처럼 아름다운 예술’이라 불린다. 여러분들이 가진 춤으로, 예술가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주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곧이어 축하 무대의 향연이 펼쳐졌다. 먼저 2013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의 수상자들이 무대를 꾸몄다. 주니어 금상 수상자인 손주은은 발랄한 음악에 맞춰 ‘One's first love’를 열연했다. 깜찍하면서도 민첩한 움직임으로 객석을 즐겁게 했다. 시니어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임종경은 ‘War is over’라는 본인의 안무작을 선보였다. 그는 시니어 대상 수상자 다운 상징적이고 유연한 동작, 놀라운 흡입력으로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축하무대의 마지막은 유니버설발레단이 장식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최근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이동탁과 주목받고 있는 솔리스트 이용정이 함께했다. 두 사람은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해적’의 그랑파드되를 선보였다. 이동탁은 조각 같은 몸에 유연하면서도 힘이 실린 춤으로 객석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용정은 깔끔한 테크닉과 아름다운 감정표현으로 군더더기 없는 무대를 선보였다.

‘제34회 서울무용제’ 개막식은 사회자의 폐막 선언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이후 로비에서는 수많은 무용계 인사들이 모여 간단한 리셉션 자리를 가졌다. 많은 이들이 아르코 예술극장 로비에 마련된 음식들을 나누며 이번 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했다.

‘제34회 서울무용제’는 10월 2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 17일까지 약 20일간의 대장정을 펼친다. 10월 30일과 31일에는 명작무와 무용제 수상단체 초청공연이 이어지며, 이후에는 자유참가부문과 경연대상부문으로 나뉘어 각각 6단체와 8개 단체가 치열한 ‘춤 대전’을 벌일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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