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무용 명작들이 한 무대에 오른다. 이번 초청공연은 10월 2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진행되는 ‘제34회 서울무용제’의 일환이다.

10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진행되는 초청공연에는 한국무용협회가 지정한 명작무 5개 작품과 ‘제32회 서울무용제’, ‘제21회 전국무용제’ 대상 수상단체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무용 관객들이 한국무용계의 위용을 제대로 목격할 수 있는 자리다. 양일간 펼쳐지는 한국무용계 별들의 무대를 미리 알아봤다.

한국무용계의 전설이 온다
‘한국무용협회 지정 명작무’
10월 3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10월 30일 열리는 ‘한국무용협회 지정 명작무’ 공연은 한국무용의 진수를 볼 수 있다. 현재 한국무용협회가 지정한 명작무는 1992년부터 2013년 8월까지 총 12개다. 명작무는 1992년, 1993년, 2006년, 2013년에 걸쳐 지정됐다. 이번 초청공연에서는 12개의 작품 중 절반에 가까운 5개의 명작무가 무대에 오른다.

명작무는 한국무용계의 ‘전설’이 된 안무들이다. 한국무용은 ‘정중동’(靜中動)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춤이다. 명작무로 지정된 작품들은 한국무용의 맛과 멋을 고스란히 간직한 작품이다. ‘제34회 서울무용제’ 무대에는 한국무용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관록의 무용수들이 출연해 다시 한 번 전설의 명성을 재연해 낼 예정이다.

송범 선생의 ‘참회’는 1951년 대구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초연 무대는 한국 전쟁 당시였다. 작품은 당시 피난지의 암담하고 처참한 상황이 하루빨리 끝나 평온함과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염원하는 신부의 고뇌를 묘사했다. 이후 작품 수정을 거듭하며 수도승의 번뇌와 고뇌를 표현한 작품으로 발전해나갔다. 현재는 속세의 인연이 허상임을 깨닫고 불도에 정진하는 수도승의 내면적 갈등이 종교적으로 승화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용가 손병우가 무용수로 나선다.

김상규 선생의 ‘화랑’은 1949년 제1회 김상규 무용발표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작품이다. 신라 시대의 호걸 무인을 씩씩하고 늠름한 자태로 그려낸다. 살아생전 ‘예술은 혼이 있어야 한다. 혼이 없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천상 무용가 김상규의 혼이 실린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올해 무대에는 무용가 박종수가 함께한다.

‘혼령’은 무용가 배명균의 작품이다. 1969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은 현존하는 무속의 형식을 벗어나 고대의 무속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초연부터 배명균 선생의 조카인 배정혜(前 국립무용단 예술감독)가 춰왔고, 이후 리을춤연구원 이사장인 오은희가 이어갔다. 이번 공연에는 그의 제자인 김수현이 이어받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무아의 합장’은 황무봉 선생이 안무했다. ‘무아의 합장’은 1980년대 신무용(1920년대 이후 외국무용에 자극받아 전통무용을 바탕으로 창작된 한국무용)류의 작품이다. 황무봉 선생은 세속을 그리워하던 도승이 우연히 세속을 접하게 되면서 허무를 느끼고 부처의 가르침에 빠진다는 구성으로 안무를 풀었다. 이번 공연은 무용가 김주상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 명작무는 이숙향의 ‘밤길’이다. 1968년 초연된 작품은 1973년 국립무용단 공연과 지역공연을 통해 활발하게 공연된 바 있다. 작품은 한 시골 마을의 할아버지가 몸이 불편한 손녀를 업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묘사하며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이번 공연은 안무가 이숙향이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한민국 대표 무용 경연 우승자들 한자리에
‘국내 경연 수상자 공연’
10월 3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10월 31일을 달굴 초청공연은 ‘국내 경연 수상자 공연’이다. ‘제32회 서울무용제’ 대상 수상작인 이혜경&이즈음무용단 ‘여우못’과 ‘제21회 전국무용제’ 대상 수상단체인 광무현대무용단 ‘자메뷰’가 무대에 오른다. ‘한국무용협회 지정 명작무’ 공연이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는 무대라면, ‘국내 경연 수상자 공연’은 현재 한국무용계를 반추해볼 수 있는 무대다.

이혜경&이즈음무용단의 ‘여우못’은 ‘제31회 서울무용제’에서 자유참가작 최우수단체상을 받았다. 자유참가작 최우수단체상에게 주어지는 ‘경연대상부문’ 자동 참가자격 혜택을 받아 ‘제32회 서울무용제’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여우못’은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안무가 이혜경은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선함과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상상력으로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광주현대무용단은 2012년 열린 ‘전국무용제’에서 대상의 영광을 차지한 단체다. ‘자메뷰’는 익숙한 것들이 어느 날 생소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김미선이 안무를 맡은 이 작품은 ‘자메뷰’라는 현상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매만지게 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개별적인 상징들이 각각의 이미지로 무대에 펼쳐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한국무용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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