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가족에 대한 미담이 잘 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개인주의화된 세상에서 가족마저도 그 전철을 밟는 것일까. 사람들은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이라는 공간에 들어선다. 온 가족이 저녁 식탁을 나누는 일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우리는 일이나 학업이 고되다는 이유로, 혹은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핑계로 각자의 방문을 닫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윤당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픽처플레이 ‘구름빵’은 따뜻한 가족애와 독특한 상상력을 담은 작품이다. ‘구름빵’은 동명의 원작 도서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으로 어린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는 ‘픽처플레이(그림자 놀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는다. 픽처플레이 ‘구름빵’은 10월 30일까지 윤당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구름빵’ 만들며 가족의 사랑 알아가요

픽처플레이 ‘구름빵’에는 귀여운 고양이 가족이 등장한다. 어린이 관객은 고양이 가족의 따스한 모습을 보며 가정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의 메시지는 주제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엄마를 보면 나도 몰래 뛰어가 안기고 싶어요.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음…. 사랑이죠”라는 따뜻한 가사는 어린이 관객의 마음에 사랑의 씨앗을 심어 준다.

엄마 고양이는 맨 처음 무대에 등장해 어린이 관객에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조근조근 속삭인다.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구연동화를 들려주는 것처럼 정겹다. 장난기 가득한 홍비, 홍시 남매가 생일을 맞은 아빠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은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홍비, 홍시 남매는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치는 중이라 글씨도 삐뚤빼뚤, 받침도 엉망이다. 하지만 편지에는 아빠를 사랑하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동생 홍시가 ‘축하해요’를 ‘충앙행용’이라고 잘못 쓰자 까르르 웃는 남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인형, 그림자 놀이로 상상력도 쑥쑥!

픽처플레이 ‘구름빵’의 포인트는 기발한 상상력이다. 원작은 애니메이션, 뮤지컬, 동요콘서트 등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윤당아트홀 ‘구름빵’은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픽처플레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다. 작품은 화려한 조명, 무대장치 없이 배우들의 손 모양으로 신기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어린이 관객들은 실제 사물의 움직임보다 그림자 놀이를 보며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림자는 실제 사물의 움직임보다 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한다. 배우들은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관객들에게 직접 손 모양을 가르쳐준다. 관객들은 사랑이 담긴 이야기와 함께 재미있는 놀이에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자연을 보며 상상력을 키우듯, 작품도 ‘구름으로 빵을 만든다’는 독특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홍비, 홍시 남매는 각고의 노력 끝에 나무에 걸린 구름을 딴다. 이 장면은 아기자기한 인형극으로 표현된다. 어린이 관객은 마치 인형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엄마가 구름으로 빵을 만드는 장면이다. 오븐의 문을 열면 커다란 구름빵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헬륨풍선으로 만들어진 구름빵이 하늘로 올라가면 어린이들의 마음도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팀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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