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트루웨스트’는 미국의 극작가 겸 배우인 ‘샘 셰퍼드’가 1980년 발표한 ‘블랙코미디’다. 극단적으로 다른 두 형제의 싸움을 통해 치열하고 리얼한 인간의 이중성과 현 사회의 가족 갈등, 물질문명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문제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작품은 2010년 국내 초연 당시 연출가 유연수와 배우 배성우, 오만석, 홍경인, 이건명, 정동화, 이율, 김동호, 이은형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주목받았다. 2013년 연극 ‘트루웨스트’는 공연계 주목받는 젊은 배우들의 참여와 시점을 현대로 옮겨 돌아왔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두 형제의 치열한 싸움 ★★★★

아이비리그 출신의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오스틴’과 사막을 떠도는 방랑자 ‘리’는 형제다. 동생 ‘오스틴’은 알래스카로 떠난 어머니의 집을 돌보며 새로운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 어느 날, 소식 한번 없던 형 ‘리’가 어머니의 집을 찾아오고, ‘오스틴’은 형과의 시간을 잘 지내보려 애쓴다. 몇 년간 사막에서 살다온 형 ‘리’는 동생의 머리에 술을 들이붓고 뿌려대는 것은 물론 수시로 주먹을 하늘로 치켜든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형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노력하지만 진정한 소통에는 가닿지 못한다. 그 사이, 영화 제작사 ‘사울’이 찾아오고 ‘리’는 거칠지만 적극적인 성격으로 그를 사로잡는다. ‘리’는 ‘사울’과의 골프 내기를 통해 자신의 ‘서부극 시나리오’를 영화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 때문에 ‘오스틴’이 쓰던 시나리오는 폐기처분의 위기에 놓이게 되고 ‘오스틴’은 충격에 휩싸인다.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두 형제의 싸움은 점차 격렬해지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형제들의 싸움은 치열하다. 단순히 치고받는 수준이 아니다. 극장 안은 토스트 가루와 맥주 방울이 사방으로 튀어 대고, 골프채에 아작난 노트북의 파편이 바닥을 굴러다닌다. 금방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 같은 분화구처럼 아슬아슬한 싸움은 극 내내 계속 이어진다. 계속해 충돌하는 두 형제의 다툼은 때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반사적’이라 할 만한 몰입을 이끌어낸다.

젊은 배우들이 주고받는 열정 또한 만만치 않다. 작품은 초연 당시 오랜 연기 경력을 가진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해 묵직한 에너지를 가진 연기를 선보였다. 올해 공연은 정문성, 김종구, 장지우, 이동하, 홍우진, 박은석 등 젊은 배우들이 출연해 한층 더 격렬해진 무대를 선보였다.

자신을 버린 배우들의 연기 ★★★★

연극 ‘트루웨스트’는 ‘리’와 ‘오스틴’, 멀티역을 소화하는 배우까지 총 세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섬세한 심리묘사는 물론 치밀하게 주고받는 대사가 많은 만큼 배우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번 공연에서 극과 극의 형제를 연기하게 된 장지우, 박은석은 ‘잘생긴 배우’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고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배역을 소화해냈다.

훤칠한 키와 조각 같은 몸매를 가진 장지우는 그동안 ‘그리스’, ‘옥탑방 고양이’ 등에서 보여주었던 ‘멋진 남자’의 이미지를 거침없이 내동댕이쳤다. 그는 아무 데서나 트림을 해대고, 중요부위를 긁적이는 거칠고 원초적인 ‘마초남’으로 다시 태어나 관객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박은석은 말끔하고 신사적인 공연 초반의 모습과 공연 후반 180도 달라진 거친 모습을 폭넓은 연기력으로 커버하며 주목할 만한 연기를 선보였다. ‘귀여움’과 ‘남성다움’, ‘차도남’을 넘나드는 그의 연기는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울’과 ‘어머니’ 역을 동시에 맡은 류지훈은 형제의 싸움으로 점점 고조되는 극의 흐름을 능청스러운 연기로 환기시키며 극의 강약을 조절하는 데 일조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악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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