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인이 있다. 제각기 다른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응시하고 있다. 그들의 눈빛은 관조하는 것 같기도, 호기심에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보고 있으면 걱정스러움이 묻어나는 듯도 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세 여인의 표정은 문득 그들의 얼굴에 쌓인 사연들을 세어보고 싶게 만든다.

세 여인의 두꺼운 겉옷과 고풍스러운 옷차림, 단정한 헤어스타일은 현재가 아닌 과거의 영상을 불러낸다. 추위가 엄습한 러시아의 거리, 입김을 내며 집안으로 들어서는 여인들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정면에 노출된 세 여인의 모습은 앞으로 이 연극이 말하려는 것이 이들에 관한 이야기임을 짐작케 한다.

포스터의 오른쪽에는 ‘세 자매’가 적혀 있고, 그 위쪽으로는 ‘레프 도진 연출’,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리 극장’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세 자매’는 익히 알려져 있는 안톤 체홉의 희곡이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고전이 ‘레프 도진’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리 극장’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면의 가장 위쪽에는 ‘레프 도진이 당신을 실망시킨 적이 있는가?’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피터 브룩 이후 현존하는 최고의 연출가로 불리는 러시아의 거장 연출가’ 레프 도진의 작품이라는 당당함이 느껴질 정도다. 시대를 뛰어넘는 연출력을 통해 관객을 감동으로 이끌 연극 ‘세 자매’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안톤 체홉’의 언어를 새로운 각도에서 비틀고 변주하다!

연극 ‘세 자매’는 안톤 체홉이 쓴 작품이다. 안톱 체홉은 러시아의 소설가 겸 극작가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사실주의를 대표하며 근대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희곡 ‘세 자매’는 안톤 체홉이 모스크바 예술극장을 위해서 쓴 장막극이다. 1900년 완성해 극장 측에 전달됐으며, 공연 연습에 참석해 몇 차례 수정을 거쳤다. 이후 1901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된다.

이번 공연은 레프 도진이 이끄는 말리 극장의 네 번째 내한공연으로 2010년 ‘바냐아저씨’ 이후 두 번째 선보이는 안톤 체홉의 작품이다. 레프 도진은 피터 브룩 이후 현존하는 최고의 연출가로 손꼽히는 러시아의 거장 연출가다. ‘Time out’은 “안톤 체홉에 관한 한 레프 도진을 따를 연출가는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펼쳐지는 연극 ‘세 자매’는 그가 2010년 발표한 작품으로 4년 만에 다시 한 번 한국 무대를 찾는다. 레프 도진은 안톤 체홉의 언어를 새로운 각도에서 비틀고 변주함으로써 이 이야기가 낡은 고전이 아닌 현대에서도 유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새롭게 해석한 세 자매는 심플하고 상징적인 무대 디자인이 울림을 더한다.

레프 도진은 텍스트를 해석하는 연출가의 시각과 함께 배우 예술로 무대를 채운다. 이번 무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리 극단이 출연한다. 이들은 피터 브룩이 ‘세계 최고의 앙상블’이라 극찬한 바 있다. 연극 ‘세 자매’는 4월 10일(수)부터 4월 12일(금)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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