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인기 라디오 드라마의 동명 에세이집인 ‘그남자 그여자’ 1, 2권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라디오 드라마 ‘그남자 그여자’는 약 4년간 FM 라디오에서 방송되며 청취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작품은 20~30대 연인들의 소소하고 평범한 사랑이야기를 유머를 통해 감칠맛 나게 표현했다. 20대와 30대가 연애하면서 부딪치게 되는 현실 상황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난감한 상황들, 웃음과 공감 일으켜 ★★★★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보통의 사람들이 연애를 하면서 겪게 되는 작은 사건들을 유머를 통해 재미나게 풀어나간다. 좋아하는 이에게 속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는 남녀의 속마음, 내숭을 부리는 귀여운 여자의 모습은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회사원 커플과 대학생 커플의 각기 다른 사랑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인상 깊은 기법 중 하나가 연극 중간에 ‘삐’하는 버저 소리다. 이 소리가 중간에 나면 다른 배우들은 모든 동작을 멈추고 한 캐릭터가 나와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만화 같은 표현 방식은 관객들의 웃음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연인의 달콤한 샴푸냄새에 사랑을 느끼게 됐다는 남자 앞에서 여자는 실은 며칠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아 향수를 뿌렸음을 관객에게만 살포시 고백한다. 회사에서는 멋진 오피스 걸이지만 집안에서는 ‘대략 난감’ 트레이닝복 패션을 연출하는 선애의 모습은 우스우면서도 공감을 일으킨다. 

대학생 커플과 직장인 커플의

같은 듯 다른 사랑 방식에 울고 웃는 관객들 ★★★★☆

작품은 대학생 커플인 영민과 지원, 직장인 커플인 영훈과 선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두 커플 모두 사랑을 시작하며 설렘을 느끼고 때로는 오해 속에서 상처받는다. 이들 커플은 기본적인 사랑의 모습은 같지만 사랑을 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대학생 커플 영민과 지원은 생기발랄 그 자체다.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초등학생 아이 마냥 해맑은 모습으로 서로를 대한다. 연애 초기에 영민 앞에서 내숭을 떨었던 지원은 어느새 그와 함께 내장탕 집에서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의 사랑은 어린 만큼 순수하지만 그만큼 쉽게 깨어질 위험 요소도 컸다. 지원이 짝사랑했던 복학생 선배가 등장하며 두 사람은 헤어질 위기에 봉착한다. 영민은 자원입대를 하고 지원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라디오를 통해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하며 사랑을 지켜낸다.

회사원 커플 영훈과 선애는 수줍음 속에서 과감한 애정행각을 연신 보인다. 영훈과 선애 두 사람은 쉽게 사랑을 시작하지 못한다. 선애는 짝사랑 일기장을 몰래 쓰며 영훈에 대한 마음을 몰래 삭인다. 영훈 역시 쉽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집에 있는 인형을 선애로 대신하며 외로움을 풀 뿐이다.

영훈과 선애의 사랑은 순수하고 소박하다. 첫 데이트 코스로 쌈밥집을 정할 만큼 눈치 없는 영훈이지만 연인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다한다. 선애가 만들어 준 누더기 같은 목도리를 좋아라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이 같다. 이런 두 사람에게는 ‘결혼’이라는 현실적 장벽이 놓여 있었다. 영훈은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결혼하고 싶어 한다. 반면 선애는 사랑하는 이와 하루라도 빨리 함께하는 삶을 맞이하고 싶다. 서로 다른 결혼관 때문에 갈등을 빚은 두 사람은 이별의 위기를 겪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랑의 힘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한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는 윤당아트홀에서 2월 28일까지 공연된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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