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3.3 수 11:22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인터뷰
“연기의 한 호흡, 한 대사에 진심을 담기 위해 노력하겠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추정화 배우3월 8일부터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그야말로 남배우들 열전이다. 남학교를 배경으로 펼치는 이야기인 만큼 남성들의 괴팍함과 근심이 묻어나온다. 작품의 유일한 여성 등장인물 린톳은 역사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위로하고 껴안는다. 동시에 ‘남성 위주의 역사’에 분노를 토해내는 이중적 매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린톳 역할을 맡은 추정화 배우와 인터뷰를 나눴다. 

“린톳,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시니컬한 매력”

 

-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맡은 캐릭터를 소개해 달라.

내가 맡은 ‘린톳’은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괴팍한 성질과 근심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모든 캐릭터가 학교 선생님들에게 하지 못하는 말을 린톳에게 한다. 린톳은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일 것 같지만, 겉으로 표출하지 않을 뿐이지 자신의 심지가 굳고 역사를 보는 확고한 눈이 있다. 푸근해 보이지만 시니컬한 측면이 강하다.  

-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출연 결정은 대본도 안보고 오케이를 했다. 노네임씨어터컴퍼니에서 만든 작품이라 믿음이 컸다. 또한, 연극 ‘연애시대’, ‘모범생들’의 연출가 김태형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 작품이 영국 작품이고 지성을 논하는 내용인 만큼 공부가 많이 필요했다. 현재까지 배우들은 스터디를 하는 중이다. 대사의 뉘앙스가 관객에게 적절하게 전달이 될지가 관건이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일정한 사랑 관계나 감정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는다. 역사와 교육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논하는 작품에 가깝다. 원작의 세련된 감성이 우리나라 말로 어떻게 옮겨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런 것에 대한 끊임없는 토론이 많이 있었다.

- 캐릭터와 자신의 닮은 점이 있다면?

굉장히 닮은 점과 다른 점이 공존한다. 나는 직선적인 타입이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편이다. 린톳 역시 역사를 가르치는 데 있어서 그만의 또렷한 주관이 있다. 지금까지 나는 연기라는 한 우물을 파왔다. 연기를 함에 있어서 내 나름의 주관이 있다. 그런 게 잘 안 지켜질 때 못 견디는 타입이다. 다만, 린톳은 그것을 안에서 감내하는데 나는 그것을 밖으로 표현한다. 지금은 나이가 들고 아이를 키우며 많은 부분 린톳스러워진 면도 있다.

“인간적인 면보다 오로지 선생의 모습으로 표현돼야”

 

- 이번 작품은 추정화 배우님이 그동안 해온 역할과 어떤 차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최근 출연한 작품들에서는 엄마 역할을 많이 맡았다. 학교 선생님 역할은 영화 ‘순정만화’에 잠깐 출연한 게 전부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어떻게 보면 생소할 수 있는 캐릭터다. 이는 그동안 해온 지지고 볶는 관계, 가족을 둘러싼 캐릭터와는 차이가 있다. 학교에 있는 린톳은 엄마의 모습도 무엇도 보여주지 않는 오로지 선생의 모습으로서 표현돼야 한다. 인간적인 면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 캐릭터를 부각하기 위해 연기의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는가.

린톳은 인물 간의 갈등 속에 있는 인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나의 모든 대사가 전형화 될 수 있는 요소가 강하다. 자칫 잘못하면 대사만 열거할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 대사를 다 외우고 대본을 뗀 상태에서 연극의 커다란 선을 그어갔다. 작품을 심화하는 과정에서 린톳의 길을 찾고 있다. 

-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서 부담을 느껴지지는 않는가?

남자 고등학생, 남자 선생님만 나오고 나만 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남자들 많은 데서 일하니까 좋네’라고 생각했다. 매력적인 남배우들과의 작업이었다. 나 혼자 여자라고 해서 조금 외로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계속 무대에 있으면 연기하느라 바빠서 모를 텐데, 대기하는 시간이 많은 역할이라 외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앉아서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바라보면서 말벗이라도 하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렇다고 나만 여자라고 해서 부담스러운 건 전혀 없다. 이미 아줌마가 돼서 웬만한 자리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강인함이 생겨난 것 같다.

- 연극 ‘히스토리보이즈’는 추정화 배우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이 작품이 관객에게 대중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었다고 얘기해도 먹는 사람이 맛이 없다고 말하면 그건 남은 음식이 되고 말 뿐이다. 결국, 뚜껑을 열었을 때 관객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가 가장 궁금하다. 관객의 평가에 의해서 내가 이 작품을 준비했던 모습을 다시 정의할 것 같다.

 

연극 ‘히스토리보이즈’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많은 스터디를 한 작품이다. 한 대사 한 대사를 쓰기 위해 스태프들이 영문 번역본을 앞에 두고 영어 단어를 찾아가며 고심했다. 제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한국 초연을 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프라이드를 가진다. 관객의 입맛에 맞아 좋은 평가까지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할 것이다. 

- 추정화 배우님을 사랑하는 팬들과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지금까지는 경주마처럼 눈을 가리고 달리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가려져 있던 안대를 풀고 옆으로 즐기며 갈 여유가 이제야 생긴 것 같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세상 무서울 것 없었던 20대에는 내가 연기를 제일 잘하는 줄 알았다. 그때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창피하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가고 아이를 키우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연기의 한 호흡, 한 대사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구나, 왜 그땐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좀 더 고민하고 좋은 것을 내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