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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4] 詩舞劇 “月人” - 달의 사람들을 통한 카타르시스

 

2009 아르코 파트너- 공동 기획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춤 인생 45년 동안 한국의 창작 무용을 이끌어 온 독보적인 존재 국수호 선생이 달의 이미지를 한국의 내용과 정서를 동시대적인 표현으로 당당하게 세계성을 지향하는 춤 시리즈 공연이 있었다.
프로그램에서 선생은 초등학교 시절 고향 길을 걸으며 비추던 달의 존재를 50년이 지난 다음에야 몸으로 이야기 하려 했다 한다.
즉, 달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와 이야기들, 또한 해외 공연 투어 때 보았던 달의 정서 등을 모아 예술가적인 상상력과 표현으로 조각조각 옴니버스 형식으로 무대에 형상화 시켰다.

프롤로그를 연주하는 라이브 연주자들이 무대 하수에 살짝 보이고 무대는 떠있는 달이 아니라 블루 톤과 화이트 그리고 전설 같은 이야기의 그림자 같은 고보를 이용한 조명으로 마치 온달 속에 파묻힌 듯 커다랗게 바닥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렇게 무대를 가득 채운 커다란 달과 그 달 속에 투영된 그림자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금방이라도 뿜어 낼 듯 했다.

그동안 한국적인 소재의 세계화, 세계적인 이야기의 한국화 등을 작품으로 녹여 내며 늘 동시대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소재와 표현으로 공연계의 관심을 받아 왔던 그의 작품들과 일맥상통한 부분들을 느낄 수 있었다.
즉, 우리 전통 공연의 형태인 마당의 이미지와 보름 달의 형태를 모던하고 미학적으로 풀어내 사회자격인 광대 무용수가 나와 이야기보따리를 서사적으로 하나씩 풀어 놓는 방식을 택했다.
달 표면과 내부에 존재한 수많은 인간들처럼, 마치 달의 정령 같은 인물들이 의식적인 기 운동을 하는가 싶더니 삵 밤의 고요함과 우수에 젖은 초승달 아래 검무로 기운을 해체하고 그 기운의 한 편린인 동자(조재혁분)의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운 몸짓은 덜 영근 풋과일의 비릿함과 같은, 들판에서 불어오는 밤꽃 냄새처럼 숨어있던 세포를 찾아 자극했으며, 강하고 섬세한 듯한 그의 몸짓을 통해 풍기는 청년만의 풋풋함과 건장함은 어디론가 흩어지던 에너지를 되돌리고 어느덧 성장한 남자는 여인(장현수분)을 만나고 깊은 사랑을 나눈다.
두 무용수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캐릭터에 의한 호흡을 유지하며 자신 있게 표현해 낸 표정 연기와 춤의 기량은 이 시대 최고의 앙상블로 평가 받을 만 했고 나의 심장 박동은 더더욱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안무자는 사랑과 삶에 대한 더 큰 호기심과 더불어 오래전부터 전승되어 오던 동요의 한 부분을 희화화해 직간접적으로 아주 경쾌하고 해학적으로, 계수나무와 토끼가 나와 방아를 찍는 모습을 차용해 내용을 한층 두껍게 하며 관객과 친화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후의 작품은 상당히 에로틱하게 묘사되며 남근을 상징하는 대나무를 이용한 남여의 관계를 노골적이진 않게 미학적인 춤의 언어로 표현한다. 그중에 모두들 짝을 이루는데 홀로 밤을 지새우는 여인네(이윤경분)의 처절하리만치 가엽고 여린 무용수는 이 시대 그 누구도 표현 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량과 연기력으로 자신의 모든 기를 표출하며 성을 초월한 성스러운 구도자의 모습으로 바닥에 깔린 남성들과 함께 춤의 볼거리에서 최고의 장관을 연출한다. 현대무용을 전공했지만 꾸준히 한국적인 춤사위와 호흡을 익히며 작업했던 그녀만의 기량이 최고조에 이르는 결정체를 보는 듯 했다. 그녀는 춤을 위해 살고 존재하는 우리 시대 가장 존경받을 만한 국보급 무용수라고 할만하다.

이후 남녀 관계의 완성이고 사랑의 축복인 임신을 통한 환희의 춤은 그동안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해학적인 미학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듯 했으며 무용수들과 함께 장면 하나하나에 숨가빠하던 나의 호흡은 어느새 입가의 흐뭇한 미소와 함께 나도 그들과 더불어 춤을 추며 여행을 한 순례자처럼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진정한 경배의 박수를 칠 수 있었다.

사랑의 시작과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력한 사랑의 유혹, 그 사랑의 환희와 완성은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보았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유디트 만큼 강렬하게 작품에 대한 창조의 열망에 강렬한 스파크가 일어나는 체험을 했다.
공연을 보며 오랜만에 체험한, 작품을 통한 카타르시스에 의한 예술적 전이는 나의 새로운 작품에 대한 창작열을 부추기며 어느새 호흡을 가파르게 했고 몸을 뜨겁게 한다.
이러한 작품을 보고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고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개발하고 발표하는 선생의 신작들이 기다려진다.

 

글_유희성 he2sung@hanmail.net
사진_한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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