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톤, 단아한 색의 한복은 이들의 지위와 품격을 전한다. 붉은 빛과 푸른 빛의 도포를 입은 ‘배비장’의 자세에서 그의 품위를 느낄 수 있다. 반면 화려한 가채를 올리고 가슴선과 어깨선을 드러낸 ‘애랑’의 눈빛은 유혹적이다. ‘애랑’의 옅은 미소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당당한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애랑’의 치마는 흰 속치마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일명 ‘씨스룩’이다. 치마 속은 단아한 흰 빛으로, 그의 보여줄 듯 보여주지 않는 매력을 흘린다.

포스터의 오른쪽을 크게 장식하고 있는 ‘살짜기 옵서예’라는 문구 위쪽 작고 옅은 글씨의 ‘오늘밤 아무도 모르게…’는 이들의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품격 있는 ‘배비장’과 유혹색 짙은 ‘애랑’의 사랑이야기, 이들은 어떤 가슴 떨리는 사랑을 전할까.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창작 뮤지컬의 시초로 불리는 작품이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1966년 10월 26일 초연돼 4일간 7회 공연으로 약 1만 6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서양 음악의 형식에 한국적 가락과 발레기법을 응용한 안무로 한국 뮤지컬의 혁신을 일으켰다. 또한, 당시 활발한 활동 중이었던 패티김이 제주 기생 ‘애랑’ 역으로 캐스팅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3년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11 차세대 콘텐츠 동반성장 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이번 무대는 현대 기술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한 형식과 규모의 무대를 펼친다. 작품에는 홀로그램, 3D 맵핑 등 최신영상기법이 사용되고,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일렉 기타, 드럼 등의 악기로 구성된 14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책임진다.

작품은 해외 창작진과 국내 제작진 간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한 무대를 만든다. 연출에는 해외에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나인’ 등을 연출하고 국내에서 ‘지붕 위의 바이올린’, ‘파리의 연인’ 등을 연출한 구스타보 자작이 맡는다. 공동 연출로는 뮤지컬 ‘스트링 어웨이크닝’, ‘헤드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의 김민정이 함께한다.

화려한 캐스팅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공연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 김선영, 최재웅, 홍광호 등이 출연한다.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2월 16일부터 3월 3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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