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1965년 초연됐다. ‘불멸의 명작’이라 불리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초연 당시 무대, 음악,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대본을 쓴 데일 와써맨은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가 동일 인물이라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품에서 세르반테스는 교회에 세금을 징수하다 신성모독죄로 그의 시종 산초와 함께 지하 감옥으로 끌려온다. 그는 지하 감옥에서 벌어지는 ‘재판’에서 스스로를 변론하기 위해 자신의 희곡 ‘돈키호테’를 감옥 안의 죄수들에게 극중극 형태로 들려준다. 

기자의 수다 : ‘우리는 모두 라만차의 기사’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음악은 네덜란드, 독일 등 18개 나라에서 음반으로 출시되며 사랑받았다. ‘Impossible Dream’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대표곡이다. 1960년대 미국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수많은 가수들에게 불리기도 했다.

‘Impossible Dream’은 자신을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라 믿는 알론조가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는 여관 하녀 알돈자에게 불러주는 노래다.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느냐’는 알돈자의 질문에 대한 알론조의 대답이 담겨있다. 사람들이 쉽게 잊는 ‘꿈’과 ‘이상’에 대한 진지하고도 깊이 있는 메시지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처음 ‘Impossible Dream’을 들은 것은 대학 시절이다. 한참 뮤지컬음악에 빠져 관련 음악을 정열적으로 듣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OST 중 ‘Impossible Dream’보다 스페인의 리듬이 느껴지는 ‘Man of La Mancha’나 ‘I'm only Thinking of Him’ 등을 더 좋아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재치 있는 가사가 매력적이었다.

이 곡의 진가를 알게 된 것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였다. 소박했지만 소중했던 꿈들을 포기해야 하고, 제쳐둬야 하는 현실에 부딪히기 시작하면서 많이 지치고 힘들던 때였다. 그때 우연히 방문한 블로그에서 이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지막이 흐르던 음악을 곰곰이 들으며 가슴 속에 움틀 대는 ‘꿈’을 생각했다. 그 이후 지치고 힘들 때면 언제나 이 음악을 찾곤 했다. 2012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재공연 소식은 그래서 더욱 기뻤다.

1막 마지막 장면, 고대한 그 노래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당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왜 그렇게 사느냐’ 묻는 알돈자에게 라만차의 미친 기사는 정의롭고도 당당한 얼굴로 노래했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중략)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조심스럽게 흐르는 선율이 가슴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구부정한 허리에 허약한 다리를 가진 라만차의 기사는 어느새 ‘세르반테스’이자 ‘나’가 되어 힘차게 노래했다. ‘이게 나의 가는 길이오.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걸으리라’ 강직하게 뻗은 소리는 올곧았고, 그 안의 메시지는 깊고도 깊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는 “여러분 모두가 ‘라만차의 기사’입니다”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비현실적이도록 현실적인 세상’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미친 기사’를 우리 ‘모두’라 이야기한다. 가슴 속 꿈을 한쪽에 제쳐둔 채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호소한다. ‘Impossible Dream’을 들으며 심장 저 깊이 울림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와 함께 외치고 싶다.

“여러분 모두가 ‘라만차의 기사’입니다!”

최강의 ‘맨 오브 라만차’를 위해 다시 돌아온 이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최근 12월 31일까지 연장공연을 확정 지었다.

연장공연은 그동안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모았다. 이미 2008년과 2010년 작품에서 ‘돈키호테’ 역으로 열연했던 류정한이 다시 한 번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류정한은 기존에 ‘돈키호테’를 열연한 서범석, 홍광호와 함께 10월 24일부터 무대에 오른다.

2007, 2008 ‘알돈자’ 역을 맡아 호평받은 윤공주는 ‘알돈자’ 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으로 인해 연장공연에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조정은과 바톤 터치해 이혜경과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서영주가 홀로 소화하던 ‘도지사/여관주인’ 역에는 2007, 2008년 같은 역으로 출연했던 최민철이 투입된다. ‘돈키호테’와 대립각을 세우는 ‘까라스코’ 역에는 2008, 2010년 출연했던 이계창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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