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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간을 넘어 인연에 닿으러,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배우 최유하-①“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태희, ‘최유하’처럼 하지 않으면 마이너스인 역할”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배우 최유하의 몇 가지 원칙을 무너뜨린 작품이다. ‘겹치기 출연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뮤지컬 ‘풍월주’의 공연 마무리 기간과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시작 기간이 겹치며 깨졌다. ‘무비컬이나 드라마컬에 대한 거부감’도 원작 영화에 대한 애정과 ‘이 작품 하고 싶다’는 열망을 이기지는 못했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최유하에게 비켜갈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와 그렇게 그녀의 필모그라피에 자리했다. 8월 중순, 여름의 절정이 머무는 언저리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을 열망한 ‘여왕’을 떨치고, 시간을 넘어 운명적 사랑을 나누는 여인 ‘태희’로 돌아온 최유하를 만났다.

-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드디어 무대에 올랐어요. 첫 공연을 끝낸 소감은 어떠셨어요?

정말 정신없었어요.(웃음) 작품을 올려서 후련하다던가, 마음이 놓이는 건 없어요. 아직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고, 그만큼 이 작품을 저희가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배우들은 연습과정 중에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와 정말 많이 사랑에 빠졌어요. 이 작품의 감성을 갖고 있는 사람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참여하는 사람들이 연습과정 내내 ‘이 작품은 모두가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으쌰으쌰해서 올린 작품이에요.

뮤지컬 ‘풍월주’에 출연할 때는 석 달 공연 기간 중에서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이제 작품의 색이 정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작품은 아직도 ‘라이브’한 느낌이 들어요. 그게 정말 좋고, 지금 제가 그걸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러 오면서 ‘위키드’를 기대하는 관객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관객이 있을 거예요. 저는 그런 분들이 왔을 때 더 많은 감동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작품이 워낙 촉촉하고 감성적이라 ‘뮤지컬 같다’는 느낌이 적거든요. 그래서 ‘쇼’로서의 뮤지컬을 기대하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이 오히려 신선함으로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 최유하 배우는 ‘작품을 겹쳐서 출연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뮤지컬 ‘풍월주’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일정이 겹쳤는데, 자신의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이 작품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원작의 팬이고요. 이런 작품 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절대 공연을 겹쳐서 출연하지는 말아야겠다’ 했던 것을 잠시나마 접었던 이유는 ‘굉장히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예요. 만약 전작과 굉장히 ‘뮤지컬스러운’ 작품이 겹쳤더라면 아무리 탐이 나도 정중하게 거절했을 거예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감성’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아요. 이 작품만의 감성, 연출만의 색이 확고하게 있어요. 하지만 그게 여느 뮤지컬과는 달라서 ‘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먼 곳까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뮤지컬에서 쓰는 공식들이 있잖아요. 그 공식을 하지 않아도 먼 곳까지 느껴지게끔 만든 부분들이 있어요. 저는 그 연출법이나 이 작품이 가진 색이 정말 좋아요.

- 저는 최유하 배우가 연기한 ‘태희’를 보고서 ‘아, 저건 최유하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봐주셨다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만약 마법사 역을 한다면 저처럼 할 수가 없을 거예요. 제가 마법사가 아니니까요. 저는 태희가 그 상황에서 연애를 시작한, 어떤 남자애를 좋아한 스물두 살 정도의 여자애라고만 생각했어요. 태희가 신비롭고, 청순하고, 미스터리하게 보이는 것은 인우가 그렇게 사랑해줬기 때문인 것 같아요. 모든 역할은 자기로부터 시작하기 마련이지만 태희 역은 누가 해도 자기처럼 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출님도 그런 쪽으로 리드해 주셨고요.

- 영화에서 ‘태희’ 역의 이은주 배우가 영화에서 굉장히 강렬한 이미지를 줬어요. 이은주 배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그런 질문은 몇 번 받았어요. 주변 사람들도 ‘태희 역이야?’라고 묻기보다, ‘네가 이은주야?’ 그렇게 물었어요. 그만큼 강렬한 이미지가 있었죠. 하지만 부담을 갖지는 않았어요.(웃음) 제가 세상에서 가장 능력 있는 배우라서가 아니라 2012년 최유하가 보여줄 수 있는 ‘태희’는 이게 ‘베스트’여서예요.

- 이 작품이 원작이 있잖아요. 원작 있는 작품에 출연하신 적이 있나요?

뮤지컬 ‘삼총사’ 외에는 없어요.

- 원작이 있는 작품에 출연할 때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가 과거에는 ‘나는 드라마컬, 무비컬은 절대 안 해’가 있었어요.(웃음) 제가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몇 번 제의가 들어왔는데 정중하게 거절했어요. 분명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시작할 때 부담감은 없었어요. 그런데 분명 제가 이전에 ‘무비컬’을 하지 않았던 건 역할에 부담감과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잖아요. 이 작품은 원작이 있다는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이 작품을 정말 좋아하나 봐요.(웃음)

- 같은 역에 캐스팅된 전미도 배우를 볼 때는 어떠세요?

(전)미도는 또 정말 미도 같아요.(웃음) 그제 저희가 엠티를 다녀왔어요. 미도와 제가 연습 내내 잘 붙어 지내서 그런지 공연 들어가고 떨어져 있는 시간이 조금 섭섭하더라고요. 엠티에서 만났을 때 진심으로 보고 싶었다고 고백을 하고 그랬죠.(웃음) 미도의 ‘태희’는 제가 볼 때 그냥 ‘전미도’ 같아요. 제 캐릭터가 저 같듯이요. 미도라는 사람이 매력 있으니까 캐릭터도 매력 있어요. 저와 어디 닮은 구석이 있으면 ‘이 부분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생각에는 판이하게 다른 것 같아요.

 

- 사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두 ‘태희’도 놀랐지만, 두 ‘인우’가 너무 달라서 놀랐어요. 두 인우를 상대로 연기하실 때는 어떠신지 궁금해요.

그 둘은 정말 달라요. 진짜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일단 우형이는 커요.(웃음) 정말 큰데, 거기서 오는 ‘모자람’이 있더라고요.(웃음)

저는 연습 초반에 ‘태희’가 ‘모성본능이 아주 강한 애인가’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부족한 남자를 늘 리드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사실 동갑내기일 때는 여자가 조금 더 정신적으로 성숙한 편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지? 난 모성본능이 강한 애가 아닌데’하고 생각했죠.(웃음) 그렇게 연습을 하면서 결국은 ‘저’처럼 인우를 사랑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인우의 부족한 점을 모성본능으로 덮어주는 것이 아니라, 인우의 그런 빈틈이 예쁘고 순수해 보인 거죠. 그 두 배우가 연습과정에 그런 매력들을 찾아준 것 같아요.

- ‘강필석 배우의 인우’와 ‘김우형 배우의 인우’, 두 인우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필석 오빠는 오빠만의 느낌이 있어요. 눈을 보면 눈동자 색깔도 연해요. 그래서 눈동자만 보고 있어도 ‘왜 이렇게 슬프지?’가 있어요.(웃음) 필석 오빠랑 이야기하다가 ‘슬퍼?’ 이런 적도 많고요.(웃음) 필석 오빠만의 눈빛, 여리함이라던가 그런 점들이 오빠의 인우에 잘 묻어난 것 같아요. 필석 오빠가 갖고 있는 특유의 이끌어줘야 하는 남자의 모습이 있어요.
 

우형이는 ‘정말 나를 리드할 것 같다’고 시작을 했어요.(웃음) 조금 전 말씀 드린 것처럼 큰 덩치에서 나오는 ‘모자람’이 있더라고요. 정말 재미있어요.(웃음) 우형이와 얼마 전에 공연을 했는데 저 왈츠 추다가 정말 빵 터졌었어요. 마이크가 꺼져 있는 상황에서 왈츠를 추는데 박자를 엄청 못 맞추면서도 계속 자기가 박자를 세요. 엄청 크게 ‘하나하나 둘둘 셋!!!’ 이런 식으로요.(웃음) 정말 그 모습이 정말 귀엽고 재밌어요. 필석 오빠의 안아주고 싶은 인우와는 또 다른 큰 덩치에서 나오는 매력이 있어요. 두 사람이 정말 다른데 제가 보는 ‘인우’의 본질은 똑같아요.

- 현빈과의 호흡은 어떠세요? 태희와 현빈은 영혼이 같은 사람이잖아요. 본질적으로 같은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서 맞췄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하는 초반 일주일은 극도로 우울했었어요. 사실 ‘태희’라는 역할이 작품 안에서 그 무엇도 해결하지 않거든요. 모든 건 현빈이 해결해요. 그런 부분에서 우울해지지 않으려면 내가 현빈이고, 현빈이 나라는 생각을 해야 했어요. 공연 끝날 때쯤 생각이 바뀔 수 있지만 지금 저의 결론은 태희와 현빈은 ‘같지 않다’예요.

제 생각에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려면 현빈도 태희와 같은 가정환경을 가진 여자애여야만 해요. 저도 초반에는 ‘내가 좀 더 현빈에 동화됐어야 했어’, ‘지금 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현빈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균이도 “누나, 저는 태희에게서 공통점을 찾고 싶어요. 우리는 같은 인물이니까”라고 했고요. 그런 부분은 아마도 현빈들이 많은 생각을 했겠죠. 저는 관객에게 태희를 먼저 보여주는 입장이니까요. 그런데, 결국 나중에는 현빈 역의 두 배우도 자신의 현빈을 연기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연출님의 말도 그거였고요.

현빈이 부르는 솔로곡 중에서 ‘내 작은 삶을 망가트리지 마’라는 가사가 있어요. 그 작은 삶이 저는 절대 모르는 삶이거든요. 이 교실, 이 친구들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현빈은 그 아이의 작은 삶을 17년 동안 만들어 온 거니까요. 현빈이 현빈으로서 인우를 사랑하면, 저는 태희로서 인우를 사랑한 것 같아요. 결국은 인우를 너무나 사랑한 한 영혼의 두 사람인 거죠.

 

(②편에서 계속)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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