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는 최근 정규 1집 앨범 ‘자기만의 방’ 활동을 마무리하고 2집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 올봄 예정됐던 앨범은 완성도를 조율하느라 가을로 미뤄졌다. 그녀는 최근 근황에 대해 “최근에는 계속해서 여러 음반에 피처링 작업을 하고 있어요. 활동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제 노래를 들려 드릴 수 있어서 다행스럽고 감사하다고 생각해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방’이라는 단어와 인연이 깊다. 루시아의 이름을 알렸던 첫 번째 디지털싱글의 제목은 ‘첫 번째 방’이었다. 두 번째 디지털싱글은 ‘두 번째 방’, 정규 1집 앨범의 제목은 ‘자기만의 방’이다. “디지털싱글의 제목을 ‘첫 번째 방’, ‘두 번째 방’이라고 지었던 것은 정규음반인 ‘자기만의 방’과 연작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어요. 계속해서 ‘방’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니까 우스갯소리로 ‘세 번째 방’과 ‘네 번째 방’은 언제 나오느냐고 물어봐 주시는 분도 있었어요. ‘자기만의 방’이라는 제목은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에세이집에서 따온 거예요. 그녀의 글과 책들을 정말 좋아하고 동경하거든요. 에세이 ‘자기만의 방’을 읽었을 때 제가 받았던 위로를 누군가 이 음반에서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요”

‘방’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애착이 있는지 묻자 루시아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것에 대한 애착이 강했어요. 집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혼자만의 왕국을 만들어 두고는 했었죠. 어릴 때는 벽지의 무늬와 개수까지 다 헤아려 둔 적도 있었는데, 크면서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된 것 같아요. ‘자기만의 방’이라는 것은 예술가든 아니든 머무는 곳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잖아요. ‘방’이란 ‘아늑한 궁지’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그녀는 최근 게임 ‘디아블로3’로 황당한 해프닝을 겪었다. SNS를 통해 올린 ‘게임 인증샷’이 발단이 돼 그녀가 게임에 중독됐다는 뜬소문이 돈 것이다. 루시아는 자신을 둘러싼 오해를 이 기사를 통해 풀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기사가 난 뒤 주변 분들에게 ‘게임 폐인’이나 ‘게임 중독’이라고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 맹세컨대 저는 결코 게임광이나 게임폐인이 아니랍니다.(웃음) ‘디아블로3’도 단 십 분만 한 거예요. 이번 계기로 ‘나를 주목해주시는 분들이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저 자신도 신기하고 감사한 일로 생각해요”

루시아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어릴 적 평소 예술가의 삶을 동경하던 그녀는 무작정 미술을 시작했다. 미술 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크고 작은 노래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받은 상금은 미술 재료를 구입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금의 음악 선생님을 만나 본격적인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 그녀는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음악가로서의 삶을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스스로 음악을 할 때 가장 많은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루시아의 유년기도 그랬다. 그녀의 기억 속에 자신은 늘 노래하는 아이였고, 기쁨과 슬픔 등의 감정도 노래에 담아내던 아이였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음악은 순수한 기쁨과 마음의 위안을 안겨 주는 것 같아요. 제가 노래를 할 때 많은 위로를 받는다고 말해준 팬이 계셨는데, 저도 음악의 한가운데 있을 때 스스로 많은 위로를 받아요. 지금까지 저의 음악도 많은 변화를 겪어왔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내가 위안을 받는다’는 사실인 것 같아요. 어릴 땐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바로 노래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조금 더 자라서는 멜로디나 가사로 표현하려고 하게 됐고요”

루시아의 음악은 ‘봄’ 같다. 따뜻하게 내리는 햇살 같은 멜로디와 선선하게 귀를 스치는 청량한 바람 같은 목소리 때문이다. 듣는 이의 마음을 만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최근 KBS ‘불후의 명곡-김건모 편’과 ‘유희열의 스케치북’으로 알려지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렇다면 루시아 스스로 생각하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녀는 “저는 감정이 탁해지지 않은 상태를 그 자체로 선명하게 전달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그런 부분을 많이 아껴주시는 듯해요”라는 겸손한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녀는 자신에 추구하는 음악적 세계에 대해 “사물을 여러 면에서 바라보면 각지 그 모양과 색이 다르게 비치잖아요. 감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슬픔이나 고독함이 예술가나 철학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잖아요. 슬프다고 무조건 나쁜 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감정이 내포하고 있는 여러 면면의 모습을 충분히 함축해 노래나 멜로디로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한 그녀가 존경하는 음악가는 어떤 사람일까. 그녀는 가장 존경하는 음악가로 ‘드뷔시’를 꼽았다. “존경하는 음악가는 정말이지 하늘의 별만큼 많아요. 지금 떠오르는 건 ‘드뷔시’에요. 저는 드뷔시의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는 습관이 있어요. ‘clair de moon’은 글을 쓸 때 꼭 들어요. 평화로움과 지고한 아름다움, 위안과 놀라움 그리고 마술 같은 장면들을 지금 내가 있는 곳으로 가져오는 느낌을 받아요. 드뷔시의 음악에는 실타래처럼 예술에서 또 다른 예술을 자아내는 능력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요. 꼭 마술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누구에서 보여주기 위한 음악이 아닌, 스스로 음악가로서 삶을 살고 싶어요”라는 말로 자신의 목표를 설명했다. “그렇게 하면 자연히 그 삶이 저의 음악에도 깃들게 될 것이고, 꾸미지 않은, 억지로 형용해내지 않은 그 음악이 제 삶을 매개로 해 자연스럽게 연주될 것이라고 기대해요. 그 정도가 제가 바라는 딱 한 가지예요”

(* 이 글은 월간 삼호뮤직 7월 호에 실린 글임)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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