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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용인의 ‘알려지지 않은 땅’, 짙은 청색, 그윽하게 물들은 인간의 호기심

 

그 옛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작품 내내 흐르는 어둠은 오히려 호젓한 달빛 그림자처럼 신비스럽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현대인들에게 엄정한 시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 이용인의 ‘알려지지 않은 땅’이다.

첫 장면, 한 명의 여자 무용수, 그녀는 다른 이들로부터 신성(神性)시 된다. 리듬이 없는 전자음은 주술적인 느낌이 나며 그 느낌은 무대전체를 물결치듯 휘젓고 다닌다. 빠르지 않은 동작이다. 전체적인 긴 호흡이지만 손 끝, 발 끝까지 절제된 힘이 느껴진다. 슬로비디오를 보는 듯 서서히 움직이고 서서히 사라진다. 자연스러운 연결동작으로 무용수들의 몸에 와이어를 달고 움직이는 듯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그들이 다 같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이 있다. 짧게 끊어지는 목관 저음의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긴장감은 더해진다. 그들이 가리키는 그 곳이 두려움의 대상인 듯 말이다. 새로운 악기의 추가가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지만 그들은 여전히 고요하다. 그들의 동작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한 템포씩 느리거나 빠르다. 비슷한 동작이지만 자꾸 어긋난다.

인간은 본능에 충실한 심오함과 영리함을 지닌 동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용인의 이번 작품에서 보이는 무용수들의 몸동작은 말을 할 수 있기 전의 인간의 의사소통처럼 원초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함께 모여 잠을 자고, 공기의 냄새를 맡고, 주위를 경계하고, 바닥을 구르고, 낯선 이방인에 격해지는 등 특별하지는 않지만 편안하고 소소한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는 듯 하다.
무게감 있는 종소리와 함께 그레고리안 성가(Gregorian Chant, 미사성가)가 울려 퍼진다. 불협화음이나 꾸밈이 없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소리다. 무용수들은 그 선율과 함께 온몸을 사용해 합창을 한다. 그들은 각자의 선율을 몸으로 연주한다. 음악이 처음 태어나던 그 시절 같다.

이 작품 동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체적인 조화로움 속에 무용수들 각각의 작은 어긋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어긋남은 크게 돌출되어 있지 않다. 각 무용수들은 오케스트라 합주를 하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갖고 한 곡을 연주하지만 자신만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속 연주인의 모습 말이다.
그리고 둘째로, 인간의 ‘탐구하는 모습’이 디테일하게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의 동작은 늘 일상을 탐구한다. 자연을 탐구하고 상대방을 탐구한다. 주위의 모든 것을 온 몸으로 감각하고 탐구하려는 동작이다. 특히 팔과 상체의 동작이 더욱 돋보인다. 마치 손과 팔로 모든 감각을 흡수하는 것 같다.

새로움은 두려움을 동반하고 그 두려움은 평화를 깬다. 하지만 제 아무리 평화를 사랑하는 인간일지라도 새로움이 없이는 발전도 없다는 것을 안다. 이용인은 이번 작품에서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호기심의 공존을 과거의 공간에서 표현하였다.
장막이 걷히고 지나치리만큼 밝은 새 날이 왔다. 하지만 어떤 사람도 영원히 유지할 수 없는 것, 그것은 낯선 모든 것들에 대한 평정심이다. 흐트러진 평정심은 그 ‘새 날’을 고통과 시련의 날이라 생각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용인의 ‘알려지지 않은 땅’에서 그 불안 불안한 미래를 떨리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진솔된 인간의 본모습이 보인다.

제목 : '알려지지 않은 땅' 2007년 11월 29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아트홀
안무 : 이용인
출연 : 임혜리, 정형일, 조은주, 김보람, 조현상, 신혜진
음악 : Steve Reich


공정임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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