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적게 드는 전공은 뭘까?’ 

‘돈이 들지 않고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과는 없을까?’

중학교 때 체조를 좀 했기 때문에 체대에 가기로 마음먹고, 종로2가에 있는 YMCA의 기계체조 클래스에 등록을 했다. 하지만 가정 형편상 고기를 못 먹어서 인지 구르기 몇 번, 공중회전 몇 번만 하면 앞이 빙글빙글 돌고 픽픽 쓰러지기 일쑤였다. 나는 실의에 빠져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몇날 며칠을 고민만 했다.

‘도대체 내가 갈 수 있는 대학이 어디일까?’

하루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흑석동에서 수유리까지 가는 84번 중앙여객 버스에 몸을 실었다. 화계사 뒷산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무비카메라(현재는 캠코더)를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찍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한 참 지난 뒤에 그 사람은 계속 나를 의식하면서 불편해 했고 결국 작업을 방해하지 말라고 나에게 일렀다. 나는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산을 내려가는데 그가 나를 다시 불렀다.

“당신 이런 일에 관심있소?”

나는 그냥 신기해서 따라 다녔는데 죄송하게 되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가 자기를 소개하며 말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중이고, 제대 후에 복학해서 영화연출 전공 중인데 졸업 작품을 찍고 있소. 내가 당신을 다시 부른 이유는, 당신 얼굴을 보니까 연극배우를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혹시 연극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은 없소?”

그런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고 하자, 자기 친구가 현재 삼각지에서 ‘극단 세대’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부모님과 상의하고 생각을 해 본 다음 며칠 후에 흑석동 중앙대 앞에 있는 ‘가고파 다방’으로 모월 모일 모시까지 오라고 말했다. 저녁에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어머니께서 흔쾌히 말씀하셨다. 

“넌 어릴 때부터 끼가 있었으니까 하고 싶으면 한 번 해 봐라.”

‘내가 과연 끼가 있을까?’

나는 과거를 되돌아 보았다. 나의 재미있었던 수많은 추억거리, 초등학교 때의 율동경연대회, 교회에서의 예수님 역할, 중학교 시절의 많은 치기어린 행동들, 고등학교 시절에 성경동화대회 대상, 재수 초반에 교회에서 유년부 학생들에게 성경동화를 1인 다역으로 들려줘서 인기가 꽤 많았던 기억들, 이런 것들을 미루어 생각해 보니까 연극배우를 하면 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약속한 날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산에서 만났던 그 사람과 친구 분이 정말로 나와 있었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삼각지에 있는 극단으로 가서 오디션을 보았다. 대사는 비극적인 대사로 오디션을 보았는데, 연출가 분이 상당히 큰 소리로 깔깔대며 웃었다. 나는 당황했다.

“감정도 좋고 여러 가지로 좋지만 사투리가 너무 심해. 사투리만 고치면 좋은 배우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