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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안은미의 ‘바리-이승편, 깊은 잠을 깨우는 도시적 감각

 

아르코예술극장 기획공연 심포카 (Symphonic arts) 안은미의 ‘바리’-이승편은 우리의 고전을 지속적으로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고 실험함으로써 전통을 현대적으로 호흡하는 방법을 모색해 온 안은미의 의지가 반영된 두 번째 프로젝트이다.
‘바리’이야기는 버려진 공주 ‘바리’가 병든 아버지의 약을 찾아 저승에 다녀온 후 무당이 된다는 우리의 고전 설화이다. 안은미는 이 이야기가 ‘설화’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었다. 즉, 설화는 그 기본 틀은 그대로 두고도 많은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인 것이다. 안은미는 ‘바리공주’가 이승에서 태어나 버려지고 자라는 이야기를 안은미 특유의 상상력으로 가득 채운다.

- ‘바리’와의 첫 만남
우리 고전 속에 존재하는 ‘바리’의 설화는 새롭게 재조명 되어 그 무겁고도 긴 여정을 펼친다. 이 작품이 나태하고 피곤한 21세기의 인간들의 어떤 내재적 욕구를 채워줄지가 무척 궁금하다.
첫 장면, 어머니가 아이를 잉태한 모습이다. 이 장면은 ‘바리’가 태어나 살아갈 생(生)의 긴 여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무대를 가로 지르는 붉은 천은 어머니와 태아를 이어주는 탯줄과도 같다. 그렇게 그 가여운 어깨에 인생의 무게를 지고 한 생명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 경이로운 비주얼, 관객에게 말을 걸다
안은미의 ‘바리’는 극(劇)을 가지는 공연이 흔히 빠져드는 상투성으로부터 자유롭다. 그 이유는 무용수들의 화려한 춤사위를 넘어 꽉 짜인 구성에 있다. 자칫 스토리에 치우쳐 관객의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려는 다른 작품들과 사뭇 다르다. 안은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형형색색 비주얼은 이번 작품 ‘바리’에서도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시각에 호소하는 이 비주얼 요소는 지나치리만큼 화려하지만 극이 가진 진정성에 융화되어 무채색의 느낌을 준다. 또한 남성무용수들에게 치마를 입힌다거나 ‘바리’의 모습을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할 수 없게 꾸며 놓은 것은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으로 안은미의 작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그것으로 페미니즘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 또한 극의 비주얼적 한 요소일 뿐이다.  

- 비옥한 토양에 뿌려진 상상력
‘바리’ 또한 그 상상력이 뿌리를 뻗는다. 우리 고전 바리설화는 설화라는 이유로 다양한 ‘꾸미기’가 가능하다. 즉, 이야기의 기본 틀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인물과 에피소드를 등장시킬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안은미의 상상력은 극대화되었다.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규칙은 곧 자유가 되고 그 자유는 관객들의 동요를 이끌어 낸다. 무대는 더 넓어졌고 스케일은 더 커졌다. 물론 현대적인 비주얼이 가득한 무대에 삽입된 고전 동화 에피소드가 특별하게 새롭지는 않다. 단지 앞뒤의 자연스러운 결합에 관객들은 새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21세기의 모든 예술분야는 상상력 싸움이다. 안은미는 어떤 작품을 내놓아도 이 싸움에서는 늘 승리다.

- 반복되는 음악, ‘바리’의 길동무가 되다
우리 민속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이들의 음악은 결코 어느 한 시대를 말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존재하던 한국의 모든 음악을 버무린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한다. 긴 호흡으로 이어가는 음악은 무용수들의 소리(창)에 그 색채가 변화될 뿐이다. 이들의 소리와 노래는 스토리의 여백을 채우고 감정을 끌어올린다. 구성진 이들의 노래가 꼭 무용수들의 춤사위 같다.
관객은 한 맺힌 어머니의 노래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구성진 어머니의 노래는 아이를 잃은 슬픔으로 더욱 감정적으로 변하며 이 노래는 작품의 사이사이 어느 곳에서도 들린다. 안은미의 ‘바리’는 어머니의 슬픔을 가장 많이 감싸 안는다. 딸 낳은 죄인이 되어버린 어머니, 그녀의 눈물은 작품의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들이 가끔씩 툭하고 내뱉는 대사 또한 음악 같다. 맞아 떨어지는 대사의 운율과 음악적 리듬은 이상하게도 잘 들어맞는다. 시간마저도 그들의 운율에 발걸음을 맞추는 듯 느릿느릿 하다가 또다시 빨라진다.

- 음악극 vs 무용극
안은미는 노래를 사랑하는 안무자다. 특히 무대 위에서 부르는 무용수들의 노래는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르고를 떠나서 드라마틱함에 중점을 둔다. 특히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창)는 눈물을 자아내려는 듯 애처로우며 까르르하고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한다. 웃음과 눈물의 선명한 경계 또한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몸의 움직임은 음악에 완전 동화되었다가도 완벽하게 독립되면서 평행선을 이룬다. 이처럼 음악으로 풀어가려는 극의 내용이나 몸짓으로 표현하려는 인물 내면의 움직임은 각기 제 역할을 다하면서 조화를 이룬다.

- 늘 새로운 그들, 그 깊이를 논하다
안은미의 상상력과 새로움은 늘 주목을 받는 만큼 그 깊이에 있어 물음표를 던지곤 한다. 하지만 안은미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느끼고 못 느끼고를 관객에게 맡길 뿐이다. 이것은 꼭 몸이나 작품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안은미 만의 독특한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작품 또한 ‘바리’의 그 긴 여정을 그녀만의 언어로 나열할 뿐이다.
안은미의 이번 작품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형형색색의 비주얼을 뒤집어쓰고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조화를 이룬다. 전통의 소재로 시대를 논하지 않는 작품을 만들어 낸 안은미의 ‘바리’는 그 상상력에 많은 부분 공명하며 내년의 ‘바리-저승편’을 한껏 기대하게 한다.


공정임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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