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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남한산성에 피는 꽃 이화(梨花)’가 성남을 물들이다

 

지난 9월 9일 제 2회 성남국제무용제의 폐막무대를 이번 무용제의 예술 감독을 맡은 국수호 안무의 창작 초연<남한산성에 피는 꽃-이화(梨花)>가 장식했다. 그의 작품 <이화>는 분명 한국무용도 아니고, 현대무용도 아니며 그렇다고 클래식 발레도 아니었다. 현재 무용계에서는 무용 장르의 경계가 모호한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특히나 이번 무대는 거대한 스케일의 뮤지컬 혹은 오페라의 형식에 무용장르의 뚜렷한 구분 없이 단지 근원적인 몸의 움직임과 혼을 담아낸 것으로 보였다.
약 50여명의 아름다운 남, 여 무용수들의 행복한 한때를 표현한 군무와 작품 속의 남, 여 주인공인 ‘이화’와 ‘춘풍’의 아름다운 2인무는 맨 앞의 관객석까지 뻗어 나온 무대를 통해 관객에게 따뜻하게 전해졌다. 무대 뒤편에서부터 뻗어져 내려오는 기다란 붉은 색과 푸른색 천을 하나씩 손에 쥐어 잡고 황홀하면서도 색채감 넘치는 무대를 선 보였다. 이화와 춘풍의 2인무는 실제로 노래하는 가수가 무대 뒤편에 함께 등장함으로써, 관객을 극 중으로 더욱 몰입하게 도왔다.
조선의 16대 임금 인조가 청에게 패하고 남한산성의 수항단에서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땅에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항복의식을 하는 장면과 전쟁을 치르는 장면에서는 남자무용수들의 군무가 힘차지 못하고 다소 미약하였으나, 조명과 음악의 효과로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다.
항복의 조건으로 심양 땅에 볼모로 끌려가는 10만 명의 공녀들, 자신들에게 처해진 운명에 고통스러워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한국적 춤사위와 호흡으로 처절하게 담아냈다. 볼모로 끌려가게 된 ‘이화’와 멀어지는 ‘춘풍’의 모습은 무대 위에 두 배를 옮겨 표현하였다. 각각의 배에 올라 서로가 손이 닿을 듯, 멀어질 듯한 애처롭고 고통스러운 대목은 ‘이화’와 ‘춘풍’을 맡은 두 무용수의 연기력이 단연 돋보였다.
청나라 때의 모습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당시 청나라의 전통의상을 입고 나온 여성무용수들이 밝고 명랑한 안무를 소화함으로써, 여태껏 너무나 진중해져 있었던 관객석에 가벼운 흥을 돋아주었다.
심양에 끌려가 팔려간 곳에서 이화는 새로운 인연 ‘세우’를 만나게 되고 어느덧 3년이란 세월이 지나게 된다. '세우'는 3년이란 시간동안 ‘이화’의 사랑을 얻고자 노력하지만 ‘이화’는 여전히 ‘춘풍’을 잊지 못해 ‘세우’를 고통스럽게만 한다. ‘세우’역으로 분한 현대무용가 이영일의 무게감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음악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관객에게 전달됐다. ‘춘풍’은 ‘이화’를 되찾고자 심양으로 건너오고 ‘이화’의 값을 치르고 둘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다.
환향녀(還鄕女)가 된 ‘이화’는 고향에 돌아온 반가움과 ‘춘풍’과의 재회의 기쁨을 누리기도 잠시, 이내 춘풍의 부모로부터 파혼통지를 받고 자신의 부모님에게서도 버려진다. 쫓겨난 ‘이화’는 환향녀들이 모여 뭇사람을 상대하는 배밭골 이태원에 가게 된다. 고국을 위해 타지에 끌려갔다가 고향에 돌아온 환향녀들은 모두에게서 버림받고 처절한 인생을 살게 된다. 하얀 저고리와 치마에 손에는 밧줄과 같은 천을 묶은 환향녀들의 군무는 원통하고도 분한 모습을 강하게 담아냈다. 군무 진들의 몸짓과 표정연기가 무대의 분위기를 압도했고, 관객은 이미 환향녀의 마음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춘풍’은 ‘이화’를 찾아와 용서와 사랑을 구하나, ‘이화’는 ‘춘풍’을 위해 거절하고, 배나무에 목을 매어 이승과의 연을 끊는다. ‘이화’의 죽음 장면에서는 초반부터 손에 묶고 있던 천을 목에 휘감음으로써 간략히 표현하였는데 작품 사이사이에 천을 이용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결말을 암시했기에 간결하였지만 비극적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죽어있는 ‘이화’ 위로 배꽃 잎이 수없이 떨어지며 찬조 출연한 리틀엔젤스 예술단원들이 어린 배꽃 정령으로 분해 환생한 ‘이화’와 함께 퇴장한다.
에필로그는 성남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무대 위로 나와 부활이라는 소재로 슬픔을 딛고 일어선 남한산성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아이디어였으나 성남국제무용제를 말 그대로 축제(Festival)로 즐기자는 큰 의미가 담긴 장면이었다.
<남한산성에 피는 꽃-이화(梨花)>는 성남국제 무용제의 폐막공연에 걸맞은 스펙터클한 무대였고 성남시민의 잔치였다. 노래 출연과 더불어 뛰어난 출연진, 장르의 구분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한국적 춤사위는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안무와 다이내믹한 무대 스케일에 찬사를 보내고 후에 외국의 무용제에 초청되어 한국창작무용의 매력을 힘껏 발산할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부/박지영 judy841029@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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