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2.24 수 18:03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딸과 엄마의 살풀이, '그래도 세상은...'

 

 

국립무용단의 기획공연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 2007'중 문창숙의 살풀이에 내재된 신명의 해석 '그래도 세상은...' 공연이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8월 2일 열렸다.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는 우리 전통춤의 시연과 전통춤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춤의 발표로 이루어진 공연으로 7년째 이어지는 국립무용단 인기 레퍼토리이다.

문창숙은 '이매방류 살풀이'를 재해석해 풀어놓았다. 살풀이란 살(악귀)을 쫓아 신명으로 승화시키는 무속적 의미이다. 억압된 것을 신명의 세계로 풀어내면서 신명이 나고, 신명이 오르고, 본래 상태로 돌아오는 순서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행위자의 신명이 관객에게로 전이되어 함께 장단에 몸을 맡기고 함께 춤추게 된다. 물론 오늘날에는 객석과 무대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기는 힘들지만 '신명의 전이'를 그 목표로 한다.

문창숙이 살풀이를 재해석해 발표한 작품은 '그래도 세상은'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상처와 아픈 추억을 한 여자의 시선으로, 특히 '엄마'의 입장에서 풀어내었다.
작품은 한 여인이 테이블에 앉아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무엇인가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후 군무진이 발가락부터 꼼지락거리다가 점점 동작이 커지고 움직임이 격해지는 부분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신명의 세계로 같이 빠지게 한다.
살풀이의 수건도 마찬가지다. 수건은 단순히 소품의 차원이 아니라 한, 슬픔, 억압을 대변한다. 사람이 수건을 가지고 춤을 추는 건지 저 혼자 몸부림치는 수건을 사람이 애써 잡는 건지 분간할 수 없다. 행위자의 손끝에서, 속눈썹에서, 등줄기에서 풍겨 나오는 신명은 관객 자신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객석의 어깨를 붙들고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엄마는 자식 때문에 괴로워 하지만 그 엄마의 엄마는 또 자식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비오는 어느 날 엄마의 엄마는 딸을 보듬고 종이를 태우며 타버린 재와 함께 모녀의 한을 떠나보낸다. 한이 깊을수록 신명도 커지는지, 이전의 역동적이었던 움직임과 대비되어 엄마가 딸을 품에 안아 함께 괴로워하는 장면은 극히 정적이고 미세하다.

공연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는 안무자 개인적인 이야기로 흐른 감이 있었다. 하지만 공연내내 '엄마'의 향기를 풍겼던 안무자의 깊은 속내를, 한을 그보다 더 가까이 느낄 수가 있을까.

현대적 음악과 세트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맛을 보게 해주었다. 비가 오는 바깥풍경은 실제로 비처럼 물을 뿌려 실사감을 극대화시켰고 무용수들이 직접 객석까지 파고들어가는 신선한 공간 활용은 기분 좋은 자극을 선사했다. 한국 전통춤인 살풀이를 국악과 클래식을 적절히 섞어 새롭게 만든 이 공연은 자그마한 무대뿐 아니라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떠나는 관객들의 마음까지 꽉 채워 주었다.


신모아 ilovernb@dreamwiz.com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